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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금투세 시행 제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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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4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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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는 대주주 여부를 불문하고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으로 ‘실현(realized)’된 모든 금융소득(이자와 배당 제외)이 과세 대상이다. 금투세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증권과 파생상품 등을 통해 ‘실현’된 금융손익(이자, 배당 제외)을 통합 계산해 부과하고 향후 5년 동안 손실을 이월공제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금투세 도입은 소득세가 지닌 열거주의식 조세법률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목적이 크다. 금융상품 발달로 새로운 소득원이 발생할 때마다 과세 항목이 추가됐다. 세법체계가 누더기처럼 복잡하고 불합리해 통일성과 합리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체 투자손익을 합산할 경우 손해를 본 투자자에게 일부 이익이 난 상품만 골라 과세하는 현행 금융소득세제는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 손실과 이익을 통산 과세해야 조세저항을 줄일 수 있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대원칙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시장 참여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선한 의도’로 추진된 금투세가 시행되기도 전에 존폐를 논하는 지경에 이른 이유는 뭘까.

 

비과세되던 소득에 세금이 부과되면 당연히 세후실질수익률이 떨어진다. 특히 금투세 과세 대상 가능성이 높은 사모펀드 투자자는 실현소득의 22% 내지 27.5%의 기대수익률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운용수수료(대략 20% 내외)와 세금으로 40~50%의 비용을 부담하는 투자자를 만족시킬 수준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사모펀드는 많지 않다.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 시 기본공제도 공모 5000만원, 사모 250만원으로 사모펀드가 불리하다. 금투법 시행으로 자본시장 간접투자 환경이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금도 상당한 수준인 미국 등 해외투자 비중이 더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2023년 말(한국은행) 개인의 해외투자 잔액은 771억달러(102조7000억원)로 민간부문 해외투자의 20%에 달한다. 국내 투자와 세금 부담이 무차별해지면 사모펀드뿐 아니라 고액 전문투자자 중심으로 자금 해외이탈이 더 빨라질 수도 있다.

 

복잡하고 중구난방인 금융소득세법의 난맥상이 금투세 도입 이후에도 여전히 해소되지 못해 투자자 수용도를 떨어뜨린다. 주식으로 얻는 소득은 배당 아니면 양도차익이다. 동일한 주식을 보유하며 얻는 소득인데 배당은 ‘금융소득종합과세’, 양도차익은 ‘금투세’로 왜 서로 다른 법과 세율로 과세하는지 납득하지 못한다. 또 기본공제가 주식투자자(5000만원)보다 채권투자자(250만원)에게 더 불리한 점도 일반인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금투세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병합해 일원화된 금융투자소득세체계를 만들어야 세금 재정거래(arbitrage)를 줄이고 당초 취지에 걸맞는 세법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다.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의 경우도 장기간에 걸쳐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에서 금융자산소득을 분리해 별도의 세법 체계로 운영하고 있다.


금투세의 원천징수 역시 현실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기관이 6개월 단위로 원천징수해 선납하고 다음 연도에 납세자가 사후적으로 다시 신고납부 과정을 거쳐 정산해야 한다. 복수의 금융기관 거래내역 취합 등 손실 이월결산에 필요한 자료 증빙을 위해 어차피 납세자의 신고납부 절차가 필요하다. 납세자는 물론 원천징수 의무자인 금유기관 모두에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세금을 미리 걷을 수 있어 과세당국은 좋지만 금융기관의 비용 증가와 투자자의 재투자 수익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우리 가계자산의 부동산 편중(약 65%, 2021년)을 낮추고 현금흐름과 유동성 높은 금융자산의 비중을 확대하는 데 금투세가 기여해야 한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매개 자산으로 부동산보다 금융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세제 설계가 필요하다. 가계자산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자산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야 한다. 단기적인 세수 증대도 중요하지만 가계가 금융자산 비중을 확대하도록 ‘장기투자특별공제’ 등 세제 인센티브 제공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혼인 유무, 투자기간, 자산규모 등 매우 디테일한 금융소득세제를 운영하는 미국 등 선진국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우리 가계의 금융자산(보험, 연금 등 포함) 비중은 35% 수준으로 미국 72%, 일본 63%, 영국 54% 등 주요국 대비 여전히 매우 낮다.

 

지금은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상위 1% 부자감세 등 정치적 프레임을 벗어나 디테일한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 소득이 있으면 당연히 세금을 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하지만 합리적 기준과 완성도 높은 제도를 만들어 대중의 조세저항과 사회적 갈등을 줄여야 당초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없던 세금을 내게 돼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제도를 강행해 시장의 혼란과 조세저항을 초래하는 측면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블로터 허정수 전문위원

 

https://www.bloter.net/news/articleView.html?idxno=61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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