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라인 사태를 보고 떠오르는 기술은 조선이 개발하고 돈은 일본이 벌었던 과거 사례
14,779 20
2024.05.11 21:59
14,779 20

[유성운의 역사정치] 재주는 조선이 넘고 돈은 일본이 벌었다…통한의 '연은술'

 

 

“납 한 근으로 은 두 돈을 불릴 수 있습니다.”

 

"양인 김감불과 장례원 소속 노비 김검동이 아뢰기를 '납(鉛鐵) 한 근으로 은 두 돈을 불릴 수 있습니다. 무쇠 화로나 냄비 안에 매운 재를 둘러놓고 납을 조각조각 끊어서 그 안에 채운 다음 깨어진 질그릇으로 사방을 덮고 숯을 위아래로 피워 녹입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시험해 보라' 하였다."
(『연산군일기』 연산 9년 5월 18일) 

 

은을 제련하는 과정. [사진=일본 이와미 은광 홈페이지]

 

『조선왕조실록』에 이례적으로 남은 화학 실험의 현장입니다. 납으로부터 은을 분리해 내는 기법과 과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훗날 ‘연은분리법(鉛銀分離法)’, 또는 회취법( 灰吹法))이라고 명명된 이 방법은 금속의 녹는점을 이용해 은을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일단 은광석(은이 포함된 광석)과 납을 섞어 태워 혼합물(함은연)을 만든 뒤 이것을 다시 가열해 녹는점이 낮은 납은 재에 스며들고 순수한 은만 남게 하는 것이지요.

 

역사상 은광석에서 순수 은을 추출하는 방법은 대단히 고급 기술에 속했습니다. 이때까지는 은광석을 며칠이고 가열해 남은 재에서 순수 은을 걸러내는 고대 기술을 그대로 사용했는데 노동력이나 시간과 비교하면 은의 생산량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금속의 녹는점을 활용한 연은분리법은 마법과도 같은 신기술이었죠.

 

 

(중략)

 

 

중종이 은광 개발을 막고 한 세대가량 지난 중종 37년, 조선 조정이 큰 충격에 빠지는 일이 벌어집니다. 일본 사신이 무려 8만여 냥(3200kg)의 은을 가져와 무역을 요구한 것이지요. 값을 치르려면 면포 9천여 동(45만 필)을 내줘야 했는데 전례가 없는 막대한 양이었습니다. 참고로 단천 은광도 1년 생산치가 1000냥이 넘지 않았으니까요.

 

이후 『중종실록』을 보면 일본에서 들어온 은이 도성 시전에 가득 찰 정도라거나 일본 상인들이 은을 대거 가져와서는 무역을 요구한다는 보고가 연이어 올라옵니다. 조정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당황하죠.

 

그런데 50년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습니다. 오히려 일본 사신들이 조선에 은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죠. 15세기 후반만 해도 일본은 후추 같은 특산품을 바치며 조선에 인삼, 호랑이 가죽 등과 함께 은을 요청하곤 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막대한 일본 은의 출처는 어디였을까요.

 

 

(중략)

 

 

일본 시마네현에 있는 이와미 은광(石見銀山)은 세계적인 은광 유적으로 유명합니다. 200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됐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1526년 하카타의 상인 가미야 히사사다가 본격적으로 개발됐고, 조선에서 경수(慶寿)와 종단(宗丹)이라는 두 기술자를 초청해 연은분리법을 습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유서종 뿐 아니라 여러 기술자들이 조선을 떠나 일본으로 넘어가 은 제련 기술을 전수했던 것이죠. 덕분에 일본의 은광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됐습니다.

 

이와미 은광 [사진=일본 이와미 은광 홈페이지]

 

은광석에 납이 다량으로 섞인 이와미 은광에서 연은분리법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과도 같았습니다. 일본은 17세기에 이르면 세계 은 생산량의 1/3을 캐냈는데 이와미 은광은 볼리비아 포토시 은광과 더불어 세계 제2의 은 생산지로 꼽힐 정도였습니다. 때마침 은광의 개발 시기는 일본이 포르투갈을 통해 세계 교역망과 연결되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은은 세계 교역의 주요 통화 수단이었고, 일본은 비약적으로 상업을 발달시킬 수 있었습니다.

 

16~17세기 서양과의 무역 거점이던 일본 나가사키 상상도 [중앙포토]

 

전국시대에 치열하게 경쟁하던 일본 다이묘들에겐 은광은 큰 자산이었습니다. 이와미 은광은 1584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넘어갔는데 여기서 생산된 은은 군자금으로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전국 시대 이전인 무로마치 막부 시대만 해도 대외 진출에 소극적이던 일본이 임진왜란 때는 무려 30만 대군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은 생산량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조선이 개발하고도 외면한 연은분리법이 임진왜란을 가능하게 만든 한 요인이 됐다는 건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기사 전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113526#home

 

 

신기술은 한국이 개발하지만 일본에 기술 퍼줬다 뒤통수 맞는 일은 과거에도 한두번이 아니었음.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한일관계의 역사는 무한히 반복될 듯.

 

 

 

목록 스크랩 (1)
댓글 2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비욘드 X 더쿠 븉방 이벤트💛] 여름철 메이크업착붙, 비욘드 선퀴드 체험 이벤트 423 05.20 65,770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941,927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682,37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075,272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2,260,29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6 21.08.23 3,703,73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557,56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67 20.05.17 3,260,80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9 20.04.30 3,843,08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221,248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19713 이슈 아카라카에서 짧게 스포된 에스파 아마겟도 단체 안무 20:33 45
2419712 이슈 8년 전 오늘 발매♬ 니시우치 마리야 'Chu Chu/HellO' 20:32 9
2419711 기사/뉴스 “한국 망했다”던 미국 교수 “노동·교육·돌봄 모두 초저출생 원인” [뉴스+] 4 20:31 301
2419710 이슈 서울을 배경으로 찍은 하니 구찌 홀스빗 1955 글로벌 캠페인 영상 2 20:30 246
2419709 이슈 올타임 레전드 1 2 3세대 걸그룹 노래 킬링파트 7 20:30 232
2419708 이슈 현장 반응 오졌다는 (여자)아이들 아카라카 셋리스트 15 20:26 1,691
2419707 이슈 실시간 임영웅 상암콘 잔디보호용 하얀천의 변신.jpg 37 20:26 2,889
2419706 이슈 공개된 지 11시간 만에 조회수 105만이 된 추억 소환은 핑계고 5 20:25 1,237
2419705 이슈 오늘 올려준 영상에도 나온 푸바오 털 패인부분 🐼 29 20:25 1,673
2419704 유머 [KBO] 미친갈매기와 미친호랑이 13 20:25 923
2419703 이슈 입실렌티에서 고대 과잠 입은 뉴진스 다니엘 15 20:24 1,705
2419702 정보 빈티지 더쿠의 도쿄 빈티지샵 소개 추천 58 20:23 1,553
2419701 이슈 세브란스 외과 교수 :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오히려 의사들에 1년에 몇억 준다고 하는게 더 나을 듯" 11 20:23 541
2419700 기사/뉴스 '박승욱-유강남 주연' 영화 찍은 롯데, 짜릿한 뒤집기로 삼성 7-6 제압 [사직:스코어] 5 20:22 364
2419699 유머 윤통.....? 18 20:21 1,138
2419698 이슈 김치장인 홍진경도 기절한 최화정의 개운한 '묵은지볶음' (+티슈빵🍞) 3 20:21 938
2419697 이슈 [KBO] 너무 소박한 거 아니냐는 기아 타이거즈 양현종의 최종 목표 13 20:21 830
2419696 유머 에스파 cdp ( 시디피 ) 중고가격과 업체 가격 28 20:17 4,457
2419695 이슈 Letters to 샤이니 | ✉️ from. 도영, 라이즈, 루카스, 수호, 슈퍼주니어, 에스파, 웨이션, 태연 4 20:17 819
2419694 이슈 1년전 오늘 발매된, 폴킴 "한강에서 (Feat. BIG Naughty)" 20:16 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