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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비밀은없어] [칼럼] 고경표처럼 솔직하게 말해서, 이 드라마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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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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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수목 드라마 <비밀은 없어>는 영리하고 입담 좋은 코미디다. 판타지, 로맨스가 두루 담겼고, 쉴 새 없이 황당한 상황에 내몰리는 주인공의 모습이 웃음 포인트다. 설정은 과장되었지만 인물들의 반응은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미디어 분야 종사자라면 공감할 묘사가 많고, 작정하고 웃기는 개그 신 외에도 심드렁한 유머가 잔잔하게 깔려 있어 코드가 맞으면 깊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드라마다. 그러니 낮은 시청률은 일단 무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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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어>는 메인 뉴스 앵커를 꿈꾸며 이미지 관리를 하던 아나운서 송기백(고경표)이 ‘진실의 주둥이’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는 시상식 사회를 보러 가서 이렇게 떠들어댄다. “수상자가 누구인지는 뻔하죠. 후보 중에 참석한 사람이 한 명뿐이잖아요. 다음 부문은 제가 시상합니다. 별로 중요한 부문이 아니니까요. 저 배우는 마약으로 활동을 중단하더니 마약 영화로 상을 받네요. 진정한 마약왕입니다.” 여기가 할리우드도 아니고, 방송국 윗분들이 좋아할 리 없다. 그 일로 징계를 받은 기백은 떨어질 걸 뻔히 알면서 앵커 오디션을 보러 가더니 또 한 번 사고를 친다. “썩을 대로 썩고 부패해 악취가 나는 이 스튜디오”라며 사표를 던진 것이다.


‘거짓으로 먹고살던 사람이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는 설정은 영화 <정직한 후보>(2020)를 연상시킨다. <정직한 후보>는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고, 그 전에 짐 캐리의 <라이어 라이어>(1997)도 있었으니 설정 자체는 새롭지 않다. 하지만 <비밀은 없어>에는 아직 신선한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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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 라이어> 주인공은 변호사, <정직한 후보> 주인공은 정치인이다. 방송인은 그들의 바톤을 이어받기에 적합한 직업이다. 방송인은 가공된 허구를 대중에게 선보인다. 뉴스나 다큐멘터리조차 진실을 선별·편집·해석한다. 하지만 거기에 사람들은 자주 배신감을 느끼고, 그 배신감에 골몰한 나머지 TV에 나온 건 모두 거짓말이라는 음모론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런 ‘방송국 놈들’이 진실만 말하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진실의 주둥이’ 콘텐츠는 대중이 가장 그 속내를 알고 싶고, 정직해지기를 기대하는 직업군 시리즈나 마찬가지다. 거짓말이 꼭 나쁜 것은 아니고, 진실이라고 다 말로 드러내야 하는 것도 아니며,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 거짓도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진실 대신 거짓을 말할 때면 대중에게 큰 해악이 미칠 수 있다.


<정직한 후보> 주인공이 정치인로서는 강자지만 아내와 며느리로서는 약자의 위치를 대변하며 관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듯 <비밀은 없어>의 송기백은 한편으로 직장인의 애환을 대변한다. 송기백은 거짓뿐인 자기 삶에서 ‘뉴스는 유일한 진짜’였다고 말한다. 그의 삶이 잘못 알려진 것은 엄밀히 말하면 거짓말 때문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은 공부 잘하고 훤칠한 그의 배경을 지레 과대평가했다. 기백의 가족은 가난하다. 하지만 동료들은 “너희 집이 TV에 나오면 예능이 아니라 경제 뉴스라며?”라고 농담을 한다. 기백은 이런 오해를 바로잡지 않는다. 지인은 기백에게 비싼 옷을 선물하면서 “과하게 입어줘야 회사 생활이 편해진다”고 조언한다. 지인의 말이 옳았다. 그 덕에 기백이 집안 좋은 엘리트만 될 수 있다는 앵커 오디션 기회를 얻은 것이다. 있는 놈한테 떡 하나 더 쥐여주는 게 당연하고 야망에도 자격이 필요한 사회에서 이리저리 구르느라 곪은 상처가 그에게는 있다.


기백은 짜증 나는 일을 떠넘기는 선배들, 자기를 이용만 하는 얄팍한 상사, 남말 함부로 하는 동료들을 항상 웃으며 대했다. 진실은 친구와 인형 탈을 쓰고 앉아서나 얘기할 수 있었다. 그러다 ‘진실의 주둥이’가 터졌다. 할 말 다 하고 사는 직장인이 어디 있겠나.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호구다(나도 꼴사나운 레드 카펫 의상과 동태 눈의 네포 모델들에게 이 악 물고 찬사를 보내는 패션계 인간들을 보면 “벌거벗은 임금님이냐!”라고 외치고 싶다!). 그래서 송기백의 폭주가 후련하다. 몸을 지키는 ‘호신술’처럼 마음을 지키는 ‘호심술’이 필요하다는 또 다른 주인공 온우주(강한나)의 대사에서 이 드라마의 메시지가 더욱 선명해진다.


<비밀은 없어>는 방송국이라는 화려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핍진한 직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예능 작가 온우주는 스스로를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계’라고 말한다. 그가 캐스팅 다니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게임 벌칙을 체험하고 출연자 뒷수습을 하는 모습은 소소한 웃음과 애잔함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한마디로 짠내 난다. 우주의 동료 작가 채연(김새벽)은 노련과 피로가 뒤섞인 30~40대 직장 여성의 얼굴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주인공 고경표의 코믹 연기가 과장되어 보이지 않는 것도 이런 균형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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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표는 튀어나오는 진심을 막느라 난처해하는 상황부터 비밀을 안고 사는 자의 불안, 앵커라는 꿈이 좌절된 순간의 서글픔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유연하게 오간다. 그는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살이 찌고 인상이 푸근해져 화제를 모았고, 시상식 축하 공연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으로 대중의 호감을 샀다. 미디어는 허상이라는 이 드라마의 전제와도, 열심히 이미지 관리하다가 미끄러졌지만 밉지 않은 송기백 캐릭터와도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다.


기백은 과연 누구보다 진실해야 하지만 진실보다 처세가 중요한 JBC(극 중 방송국 이름) 뉴스 앵커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혹은 우주의 예능에서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고 삶의 돌파구를 찾을까? 우주는 임영웅급 스타가 되어버린 구남친 김정헌(주종혁)과 기백을 잘 통제하며 방송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비밀은 없어>는 5월 1일부터 JTBC 수목 저녁 8시 50분에 방송되고 있다. 스트리밍은 티빙, 넷플릭스에서 제공한다. 고자극 드라마에 지쳤지만 느린 템포는 견딜 수 없는 시청자들에게 <비밀은 없어>를 권한다.


https://www.vogue.co.kr/?p=48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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