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3년간 햇반·라면 먹고 종일 게임만…불안 심해지면 결국엔[청년고립24시]
6,896 8
2024.05.04 21:49
6,896 8

2012년 6월부터 1년6개월 가량 은둔 생활을 한 권현우씨(38)도 이러한 경험을 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외교관이 꿈이었던 권씨는 2012년 여름, 외무고시 합격의 꿈을 안고 2평 남짓한 신림동 고시원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권씨가 번번이 받아들인 건 불합격 증서였다. 탈락이 계속되며 가장 먼저 끊은 건 가까운 친구, 지인들과의 연락이었다. 잘 지내냐는 친구들의 연락에 권씨는 굳이 답장하지 않았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외무고시에 붙겠다고 말하고 다녔어요. 그런데 시험에 번번이 떨어지면서 더 이상 나라는 사람을 내세울 게 없어진 거죠. 내 존재가 희미해지는 느낌이었어요."

가족과의 교류도 거의 끊었다. 일주일에 한 번 '공부는 잘하고 있냐'며 부모님의 안부 연락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잘하고 있다'고 답장하는 게 전부였다. 권씨는 "당시 무기력증으로 거의 공부를 하지 못했는데, 부모님은 내 상황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다"며 "실패를 주변에 알리는 것이 싫어 타인과의 모든 연락을 끊었고, 집 안에서만 혼자 생활했다"고 회상했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아버지, 누나와의 불화로 21살부터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한 장영걸씨(25)는 3년6개월간의 고립 생활 중 실제 죽음 문턱까지 갔다. 가족들을 피해 집을 나와 인근 고시촌으로 도망쳤지만,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울증과 공황증세가 심해졌다. 장씨는 문득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해 '안 아프게 죽는 법' 등을 검색했다고 한다.

"지옥 같던 집을 나와서 혼자 살 수 있다 보니 처음엔 고시텔이 평화롭고 좋았어요. 그렇지만 외출을 안 하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우울증, 공황장애, 대인기피증 같은 증상이 생기더라고요. 나중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실제로 시도한 적이 있어요."


2~3평 남짓한 좁은 방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이들에게 위안이 된 물건은 무엇이었을까. 수년간 방 안에 갇혀 지냈던 은둔 청년 3인은 '은둔 당시, 내게 가장 소중했던 물건을 소개해 달라'는 아시아경제의 물음에 저마다의 사연과 함께 답변을 보내왔다. 이들은 은둔 기간 중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던 속마음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고 있었다. 그 창구가 고립·은둔 생활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자 가장 소중한 물건이었다고 청년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권씨는 외무고시 준비 시절, 소소한 즐거움을 찾고자 시작한 취미 생활인 '네컷만화'를 조심스럽게 꺼내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펜을 잡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지만, 매번 어둡고 우울한 생각이 종이를 메우는 것이 싫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울한 현실을 글보다 훨씬 재밌고 가볍게 풀어낼 수 있는 만화의 매력에 빠졌다. "그림을 그리면서 내면의 생각들을 많이 끄집어낼 수 있었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어요. 은둔 당시 살아낼 수 있는 동력이었어요."


LDVINM

게임을 좋아하던 나씨에겐 '스마트폰'이 외부로 통하는 유일한 소통 창구였다. 은둔 당시, 하루 중 유일하게 타인과 소통하는 시간은 게임 커뮤니티에 접속해 같은 팀 유저들과 대화할 때였다.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이들이지만, 공통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 조금이나마 살아있는 기분이 느껴졌다고 했다.

장씨에겐 은둔 당시 사용하던 '무선 키보드'가 가장 특별했다. 장씨는 남들에게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가정사와 부모님과의 갈등, 우울한 속마음을 일주일에 2~3번씩, A4용지 한 페이지 분량으로 쓰며 털어냈다.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끄적이다 보면 불안했던 마음도 많이 누그러졌다. 장씨는 "방 안에서 생각을 정리하려고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면서 '지금 내 기분이 이렇구나'하는 걸 스스로 많이 깨닫게 됐다"며 "처음엔 '왜 나 빼고 다 잘 나가지'라는 부정적인 내용이 가득했는데, 나중엔 점점 나아지더라"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277/0005414235?cds=news_edit

목록 스크랩 (0)
댓글 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 VDL X 더쿠 💜] 세레니티가 새로워졌어요, 톤스테인 컬러 코렉팅 프라이머 #세레니티 #클리어 체험 이벤트 470 05.16 38,331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784,134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520,69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907,369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2,070,92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5 21.08.23 3,635,06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494,44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61 20.05.17 3,195,773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6 20.04.30 3,777,276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160,832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12921 이슈 해외 네티즌들: 요즘 애들은 강남스타일 신드롬 얼마나 대단했는지 모른다며? 22:16 32
2412920 유머 스파이더맨 원작스토리를 이야기했더니 nct마크팬에게 조리돌림맞은 사건 9 22:13 635
2412919 이슈 실시간 4만명 이상 채운 엔시티 드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콘서트 객석 상황.x 9 22:12 716
2412918 이슈 트와이스(TWICE) 역대 타이틀곡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국내 발매 앨범만) 25 22:10 170
2412917 이슈 [LOL] MSI 내일 결승전 일정 6 22:10 367
2412916 이슈 오늘자 순식간에 몰입해서 공태광 연기하는 육성재.x 22:09 224
2412915 이슈 지금 직구 관련 선동하니 생각나는 것 6 22:08 1,159
2412914 팁/유용/추천 그냥 참고하려고 모아본 여자연예인 메이크업.jpg 6 22:07 1,468
2412913 이슈 데뷔 당시 음방 할 때 마다 장신돌로 소소하게 언급있었으나 대표ㅅㅂㄴ 때문에 해체한 그룹.ytb 3 22:07 1,454
2412912 이슈 오늘 큐브 사옥 카페에 나타난 잘생긴 알바생들 비주얼.jpg 4 22:07 1,301
2412911 이슈 칼로리 높은 과자 순위jpg 10 22:06 982
2412910 이슈 오늘자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꽉 채운 세븐틴 15 22:05 894
2412909 이슈 [하트시그널 김지영] 연애상담,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한다고? I 경험담 보따리 시원하게 풀게요 연애 초보들 다 모여! 22:01 473
2412908 기사/뉴스 당장 다음 주부터 '신분증 확인' 시행인데…"보완 한 달 걸려" 10 22:01 1,505
2412907 정보 🥔이색 프링글스맛 8종🥔 26 22:00 1,271
2412906 이슈 해원이 라이브로 부르는 스물다섯스물하나...short 4 21:59 334
2412905 이슈 [MSI] BLG가 T1을 꺾고 MSI 결승으로 진출합니다. (T1 2-3 BLG) 39 21:58 1,289
2412904 유머 방금 제목 바뀐 그 기사 27 21:58 4,696
2412903 이슈 콘서트 티켓이 없다구요?! 저희 회장님을 찾아보세요!!.x 8 21:57 1,806
2412902 이슈 데이식스(DAY6) 역대 타이틀곡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유닛 포함, 국내 발매 앨범만) 68 21:56 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