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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세상 밖으로 나온 감정들, 삶의 통찰을 던지다 - 인사이드아웃 정재승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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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4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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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인사이드 아웃>

 

 

나 같은 신경과학자에게 “이 영화, 어떻게 봤나요?”라고 묻는다면, 당신의 깊은 뇌 속 중격측좌핵은 ‘이 영화가 얼마나 과학적인가?’ 혹은 ‘과학인 오류는 없는가?’에 대한 대답을 기대할 것이다. 감정과 표정 연구의 대가인 심리학자 폴 에크먼이 자문을 했으니, 이 영화가 과학적으로 영 허투루 만들어졌을 리는 없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사실 기쁨은 복측 피개부, 두려움(소심)은 편도체, 분노(버럭)는 시상하부, 역겨움(까칠)은 섬엽 등 서로 다른 영역에서 기본 감정들이 처리되는데, 각 영역의 세포 모양과 네트워크 구조를 캐릭터나 공간으로 잘 바꾸어놓은 것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노골적으로 세포가 연상되지도 않게 말이다.

 

과감한 생략이나 단순한 설정(예를 들어, 아빠의 감정 컨트롤 본부는 주로 버럭이 조정하고 엄마는 슬픔이 맡는다거나)이 불편할 순 있지만, 애니메이션이 이 정도의 과학적 정교함을 갖기도 쉽지 않다. 신경생물학과 심리학에 대한 사전조사가 잘된 사례다. 특히 제작진이 이런 공부를 많이 하다보면, 웹툰 <유미의 세포들>처럼 인간 행동에 대한 컨트롤 본부를 세포 수준(이성세포, 감성세포, 음란세포, 출출세포 등)에서 설정하고 싶어지거나, 도파민(쾌락), 세로토닌(행복 혹은 우울), 아세틸콜린(흥분) 등 신경전달물질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댔을 텐데, 직관적으로 명쾌한 ‘기본 감정’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건 적절한 자기 제어였다.

 

슬픔의 목소리는 곧 공감과 연대의 신호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슬픔’이 우리에게 주는 삶의 통찰이다. 영화 초반부에는 ‘기쁨’의 비중이 크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슬픔’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트 닥터 감독이 슬픔을 가장 매력적인 감정으로 주목한 건 깊은 통찰이면서 동시에 ‘신의 한수’였다.

 

왜냐하면 사실 기본 감정들 중에서 슬픔은 실체가 불분명한, 가장 오묘한 존재다. 두려움이나 놀람, 역겨움은 우리로 하여금 위험을 감지하게 하고 그것을 피할 수 있게 도와준다. 기쁨은 삶의 추진력을 제공하며, 분노는 위험에 맞서 싸우는 용기와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슬픔은 왜 필요한지 아직 마땅한 이론이 없다. 생존에는 물론이요, 배우자를 찾거나 번식을 하는 데에도 슬픔은 별로 유용하지 않다.

 

그동안 심리학자들은 슬픔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일을 빨리 포기하게 만들어 시간 낭비를 예방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주장하거나, 타인에게 동정심을 유발해 보호 기제로 작동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깊은 슬픔에 빠진 사람이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을 공동체에서 배려한 흔적은 수천년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는 슬픔에 대한 ‘최신 가설’을 결말을 통해 보여준다. 새로운 가설에 따르면, 슬픔은 타인의 도움이 지금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구조 신호라는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에서 눈물을 흘리며 슬픈 감정을 표현하면, 가족과 친구가 다가와 내 슬픔을 공감해주는 것이 나를 새롭게 딛고 일어설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나를 위해 친구가 흘려준 눈물이 삶의 의지가 돼본 경험이 있다면 슬픔이야말로 공감과 연대의 신호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영화는 슬픔이 기쁨이나 분노, 소심과 까칠 못지않게 중요한 감정이며, 가족간의 사랑과 같은 숭고한 감정이 슬픔(과 이에 대한 공감)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내 머릿속 감정들의 여러 얼굴들을 마주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신경과학자들이 한동안 유쾌한 수다를 떨 만한 ‘안주 같은 영화’ 한편이 탄생한 것이다.

 

전문은 http://m.cine21.com/news/view/?mag_id=8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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