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국 시장에서 엇갈린 성적표를 받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량은 감소한 반면 일본 브랜드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 미국 법인은 지난 4월 미 시장에서 7만4111대(제네시스 포함)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4월 판매량(7만6669대)보다 3.3% 감소한 수치다. 올 1~4월 누적 판매량도 27만369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줄었다. 기아 미 판매법인은 올해 4월 6만5754대를 팔아 지난해 4월(6만8205대)보다 판매량이 3.6% 감소했다. 올해 4개월간 기아의 누적 판매량은 24만537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25만2341대)과 비교해 2.8% 줄었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레저용 차량(RV)의 모델 교체를 앞두고 노후 모델의 판매가 일시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최근 미 시장에서 싼타페 완전변경 모델 판매를 시작했다. 판매량 1위인 투싼도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을 곧 출시한다.
내연차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친환경차 판매는 늘었다. 현대차는 올 4월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차 1만96대를 판매했는데 월간 기준으로 1만대를 돌파한 건 처음이다. 기아는 4월에만 순수 전기차 5045대를 판매해 월간 전기차 판매량 5000대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특히 대형 전기차 EV9은 1572대를 판매해 지난해 연말 출시 후 월간 최대 판매량을 찍었다.
한국차의 미국 시장 판매가 주춤해진 가운데, 일본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확 늘었다. 토요타는 올 4월 미 시장에서 18만3339대를 팔아 지난해 4월(15만9138) 대비 판매량이 15.2%가 증가했다. 혼다도 올 4월 10만6042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다. 일본차의 미 시장 선전은 올 1~4월 판매량을 합산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토요타는 지난해 1~4월에 56만443대를 판매했는데 올해 같은 기간에는 66만9967대를 팔아 전년 대비 판매량이 19.5% 증가했다. 혼다와 마쯔다도 올 1~4월 누적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각각 15.7%, 8.7% 증가했다.
2022년부터 반도체 부족으로 고전했던 일본차는 최근 미 시장에서 바짝 고삐를 당기는 중이다. 토요타는 최근 9세대 캠리를 출시했는데 이전 세대보다 판매가를 낮추고, 미 시장에선 하이브리드 모델만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가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한다고 최근 발표한 것도 일본차의 공세에 맞선 전략으로 풀이된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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