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 결찰술의 건강보험 수가는 올해 기준 296만원이다. 한국과 의료제도가 비슷한 일본(1140만원·2019년 기준)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수술 시간만 5~6시간 걸리는 대수술이지만 20분이면 끝나는 라식 수술(221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필수의료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촉발된 전공의 집단사직 및 의료공백 사태가 20일째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의료 수가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체 진료 영역 가운데 수술 분야 수가는 원가의 81.5%에 불과하다. 100만원이 들어가는 수술을 해도 병원은 81만5000원밖에 보전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반면 혈액검사 등의 검체 검사 원가 보전율은 135.7%, 영상 검사는 117.3%에 달한다.
수가는 의료기관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총액을 뜻한다. 필수의료의 핵심인 수술 수가가 원가도 건지지 못하는 수준으로 설계돼 있다는 뜻이다.
국내 필수의료 수가는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국제건강보험연합(IFHP)이 2022년 발표한 ‘국제 건강비용 비교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협심증을 치료하는 심장 수술인 관상동맥우회술의 평균 의료비는 2019년 기준 한국은 7323달러, 미국은 7만6384달러로 열 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한국과 의료제도가 비슷한 독일(1만7667달러)과 비교해도 절반이 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수술 빈도가 높아 10대 수술 중 하나인 맹장수술(충수절제술)은 미국 1만3260달러, 독일 3796달러, 한국 413달러로 격차가 더 컸다. 나라마다 의료보험 제도와 의료비 산정 기준이 다르지만 한국의 수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의료정책연구소의 분석이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외과 수술 대부분은 할수록 적자만 쌓이는 구조”라며 “병원들이 필수의료에 투자하기보다 진단 장비를 설치해 검사에 매달리고 의사들은 개원가로 떠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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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선 제도를 원점에서 재설계하는 수준의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검체·영상 검사의 수가를 낮추고 수술 등 필수의료 수가를 대폭 높이는 방향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필수과인 신경외과 안에서도 정말 수가 인상이 필요한 분야는 뇌 분야”라며 “필수의료 내에서도 옥석을 가려 정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중증도와 의사의 업무 투여도, 위험도를 다시 측정해 상대가치를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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