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 뮤비 보다가 흥미로워서 가져와봄
전문-문화재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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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은 언제인가?
그럼 담배 피우는 호랑이는 언제부터, 어디에서, 누가, 왜 그렸을까? 17세기 초 일본에서 유입된 담배[煙草]는 정조대왕을 포함하여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애용되었다. 담배의 유행으로 담뱃대도 장식성이 강화되고 사치스러워졌는데 짧은 담뱃대인 곰방대가 유행하다가 조선 후반기에는 혼자서는 피울 수 없어 연동(煙童)을 대동해야 하는 긴 담뱃대인 장죽(長竹)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근대기 담배의 폐해와 자발적 금연운동, 장죽 사용 금지법, 일제의 단연운동 같은 환경으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는 말이 유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19세기 이후 담배를 마음껏 피울 수 없던 시절에 누구나 담배를 피울 수 있었던 자유로운 시절인 17·18세기 담배 황금기의 향수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황팔도 전설’과 ‘담배 피우는 호랑이 그림’
전국적으로 사람이 호랑이로 변신하는 전설이 전해지지만 ‘담배 피우는 호랑이’는 충청도 ‘황팔도 전설’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전설에 따르면 ‘효자 아들 황팔도가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려고 밤마다 호랑이로 변해 ‘개의 간’을 꺼내 봉양했지만 100개의 간 중 99번째에 아내에게 발각되고, 이에 두려움을 느낀 아내가 부적을 태워버리면서 황팔도는 사람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호랑이 모습으로 전국 팔도를 떠돌다가 죽임을 당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전설이 경기도 지역으로 전파되며 호랑이 모습의 황팔도가 친구나 아들이 준 담뱃대를 물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변이된 것이다. 담배 피우는 호랑이 그림은 용주사, 팔달사, 화계사 등 서울·경기 지역 사찰(그림 3, 그림 4)에서만 발견되는데, 이는 황팔도 전설의 경기 지역 변이와 관련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민화 연구자 조자용은 이들 벽화의 제작자가 20세기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화승 ‘정암’임을 밝혀내기도 했다.
강자와 약자의 비유 : 담배 피우는 호랑이와 시봉하는 토끼
그럼 토끼는 무엇을 의미할까? 일제강점기 초기에 전국의 신화·전설·설화·민담 조사보고서가 발간된 이후, 한글 전래동화의 출판에 기인하여 유행한 ‘담배 피우는 호랑이’는 더 이상 용맹하고 상서로운 서수가 아니었다. 그리고 토끼도 신성하고 영험하며 복을 불러오는 동물로만 인식하지 않았다. 당인들은 어리석은 강자 호랑이를 당시 부패하고 무능했던 권력층, 강압과 흉포를 일삼았던 ‘일본인’에 비유했고, 교활한 약자 토끼는 약자임에도 지기와 영악함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조선 민중’으로 보았다. 물론 불로 장생과 다자다손을 의미하는 토끼의 기본적인 상징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이는 담배 피우는 호랑이가 우스꽝스럽지만 상서로운 서수, 길상벽사의 동물신인 것이 불변하는 이치와 같다. 근대기 민중은 사찰 전각에 불법의 수호신으로 그려진 용과 호랑이 중 현실적으로 범접 가능한 호랑이를 선택하여, 토끼와 더불어 희화해 강자에 대한 약자의 생존원리를 은연 중 드러내고 무서운 호랑이를 바보스럽게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글, 사진. 강영주(인천공항T1 문화재감정관실 문화재감정위원)
+한국적인 요소가 많이 담긴 아이브-해야
https://youtu.be/07EzMbVH3QE?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