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 한성현
늘 있던 일이지만 확실히 최근 K팝 내 복고 흐름이 더욱 거세지는 중이다. 주목할 점은 한때 펑크(Funk)와 디스코를 위시한 서구의 레트로 붐을 따온 것과 달리 이제는 국내 대중음악 역사를 적극 참조한다는 사실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힙합을 본받은 영파씨의 'Xxl', 2세대 걸그룹이 생각나는 아이브의 'I am', 아이돌보다 2000년대 초반 가요 작법과 흡사한 하이키의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등이 그렇다.
온앤오프의 이번 타이틀곡 'Bye my monster'는 현재 동향에 대한 보이그룹 편 응답이라 할 수 있다. 판타지 소설 같은 표현에 클래식 음악 차용을 더해 만들어낸 드라마틱한 분위기는 신화의 'T.O.P.'부터 에프티 아일랜드의 'Missing you'까지 2010년대가 도래하기 전 많은 이들이 공유했던 절절한 감성을 복원한다. 'Beautiful beautiful'이나 '사랑하게 될 거야' 등 맑은 에너지로 어필하는 신예들의 길을 먼저 걸어본 선배만이 할 수 있는 관록이다.
요즘의 아이돌 음악에서는 찾기 드문 원숙함이 핵심이지만 다른 매력도 든든하다.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정석적인 구조로 꽉 채운 3분 중반대 러닝타임과 정확한 발음으로 전달하는 한글 가사는 숏폼 시대 우리가 한동안 놓치고 있던 진중함과 맥시멀리즘을 되찾는다. 레드벨벳의 'Feel my rhythm'처럼 샘플 구절을 따라가는 주선율로 세련미를 잡은 한편 가요의 요소까지 포기하지 않는 흡족한 절충안이다.
음반 단위의 전개 양상은 꽤 다양하다. 'Aphrodite'는 온앤오프 하면 떠오르는 정교한 화음과 'Goosebumps'의 저돌적 사운드를 섞었고, 'Breath, haze & shadow'의 경우는 차분히 가라앉은 발라드를 선보이는 식으로 스타일의 상호 침범을 최소화했다. 각기 다른 장르가 하나의 음반으로 묶이는 것은 아무래도 (요즘 특히 강조되는) 멤버들의 하드웨어 덕분이다. 극명한 음색 차이로 보통 따로 놀기 쉬운 보컬과 랩 파트가 다년간의 경력에 힘입어 유기적 결합을 이룬다.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그룹의 숨겨진 명곡 'Moscow Moscow'나 전작의 'Be here now'처럼 타이틀곡을 함께 지원할 트랙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정도. 'Chemical type'과 'Slave to the rhythm' 모두 준수한 곡이지만 'Bye my monster'의 거대한 그늘에 가려지는 느낌이 있다. 그래도 꾸준히 유지하는 일정 수준의 품질관리는 '뚝심'의 가치를 팀의 수식어로 새긴다. 만남과 이별이 숱하게 이뤄지는 K팝에서 괄목할 정도로 안정적인 팀이다.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32487&bigcateidx=1&subcateidx=3&view_tp=1
https://youtu.be/8G-6a_y3Cxc?si=-MkTCWh7lZ5vlFwG
https://youtu.be/1TkH5Ptr9so?si=2IJXpkbvzBHXXMpT
https://youtu.be/jumbEnikCME?si=Zm7iJHLYdBTkRhwO
https://youtu.be/xWgRTHn4p2w?si=wV16ezKCUeu2Z_hw
https://youtu.be/MwXE5NjwPGE?si=STFWsETMZufcZj_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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