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은 17년 동안 김윤지(35)씨의 우상이었다. 오재원이 2007년 두산에 입단한 후 다른 팀으로 옮기지 않은 것처럼, 윤지씨도 오로지 오재원을 위한 '찐팬'을 자처했다. 오재원이 선수 초창기 대수비나 대주자를 전전할 때부터, 그의 뒤엔 항상 윤지씨가 있었다.
오재원이 점차 자리를 잡으며 주전을 꿰차자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음료수 등 간식에 선수들 이름을 하나하나 붙여 돌리는 정성도 보였다. 등번호와 오재원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과 기념품 등 굿즈도 없어선 안될 보물이었다. 그런 윤지씨를 보며 한심한 듯 혀를 차던 그의 친구들마저, 오재원의 팬으로 끌어들일 정도였다.
2022년 10월 8일 오재원이 은퇴하던 날에도 윤지씨는 경기장에 있었다.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 현장에 갈 수밖에 없었단다. 오재원을 응원했던 그동안의 세월이 머리를 스쳐갔다. 2008년 4월 29일 9회말 2아웃 대타로 나와 아웃 당하던 날, 2011년 4월 5일 목동야구장에서의 첫 홈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되던 날, 2015년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안타를 친 뒤 환호하는 모습까지. 윤지씨에겐 오재원의 모든 순간들이 마치 자신의 순간인 것처럼 감동적이었다.
그랬던 윤지씨에게, 오재원의 마약류 투약 소식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처음에 마약류 의혹이 나왔을 때까진 설마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혐의가 뚜렷해지자 데뷔 때부터 응원해 온 시간이 모두 공허해졌다. 신고자에게 보복협박까지 했다는 것, 후배 선수들에게 대리 처방까지 강요했다는 얘기를 듣자 분노가 치밀었다.
"제 20대가 모두 부정당했어요. 친구들은 손해배상청구라도 해야 된다 하더라고요. 진심으로 오재원이 잘 되길 바랐는데, 너무 큰 상처를 받았어요. 용서할 수 없습니다."
스포츠 스타의 범죄나 일탈행위는 그 자신과 소속팀에게 큰 피해를 남기지만, 윤지씨 사례에서 보듯 스타를 믿고 따랐던 '팬심'에까지 큰 상처를 남겨, 해당 종목이나 스포츠 전반을 떠받치던 기반 자체를 뒤흔드는 악재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야구계에선 형사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메이저리거로 승승장구하던 강정호는 2014년 음주운전으로 그라운드를 떠났고, 장정석 전 KIA 타이거스 단장은 소속팀 박동원(현 LG트윈스)에게 2억 원을 요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종국 전 KIA 감독 역시 후원사로부터 선수 유니폼 광고 계약과 관련해 6,000만 원과 부정 청탁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 삼성라이온즈 투수 윤성환은 5억 원을 받고 승부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불명예 은퇴를 하기까지 삼성에서만 135승을 기록한 데다 4연속 우승 등 왕조시절을 이끈 주역이었던 만큼 팬들의 충격도 컸다. 삼성라이온즈 팬 한성철(33)씨는 "윤성환을 좋아해 샀던 유니폼은 버린 지 오래"라며 "수년이 지났지만 좋아했던 선수의 범죄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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