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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청각장애 아이돌 빅오션 “수어도 하나의 언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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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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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손을 잡아요 그리고 하늘을 봐요~.” 지난 20일 문화방송(MBC) 음악프로그램 ‘쇼 음악중심’. 3인조 신인 아이돌그룹 빅오션이 데뷔 무대에서 에이치오티(HOT)의 ‘빛’을 리메이크한 곡을 불렀다. 원작 특유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는 그대로인데 춤이 살짝 다르다. “다함께 손을 잡아요”에서 양손을 박수치듯 맞대는 대신 원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수어 군무다. 빅오션 멤버들은 ‘쇼 음악중심’ 출연 뒤 한겨레와 가진 서면인터뷰에서 “수어도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해 더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언어로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방탄소년단(BTS)이 2021년 곡 ‘퍼미션 투 댄스’에서 수어 안무를 선보여 화제가 된 적은 있지만, 노련하지 않은 신인 아이돌 그룹이 데뷔 곡에서 시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수어는 표정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전달될 수 있어서 춤 추면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은데도 이들은 “앞으로 내놓는 곡마다 한국어 수어(KSL), 미국 수어(ASL) 등 다양한 수어를 안무에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빅오션이 수어 전파에 적극적인 이유는 뭘까? 빅오션은 멤버 모두 청각장애가 있다. 김지석(21)은 선천적 청각장애, 이찬연(26)과 박현진(25)은 유소년 때 열병을 앓은 뒤 후천적 장애 진단을 받았다. 김지석은 장애인 알파인 스키 선수였고, 이찬연은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난청인 훈련∙재활을 돕는 청능사, 박현진은 청각장애인 인식 개선을 돕는 유튜버로 활동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싶다”(찬연)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주고 싶다”(현진) 등 저마다의 이유로 아이돌에 도전했다. 다른 케이(K)팝 그룹처럼 연습생부터 시작해 1년6개월간 훈련과 평가를 거쳐 7명 중 최종 멤버에 발탁됐다. “다이어트가 힘들다”고 말하는 등 다른 그룹과 다르지 않다.


“청각장애가 있는데 어떻게 노래를 해?” 이들은 준비단계부터 편견에 맞서야 했다. 빅오션의 소속사인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차해리 대표는 “청각장애가 있다고 모두 말을 못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멤버들은 인공와우(인공달팽이관)와 보청기로 소리를 듣고, 상대방 입술 모양을 읽는 독순법으로 대화를 한다. 소통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말을 곧잘 한다. 차 대표는 “멤버들은 어렸을 때부터 음성치료를 잘 받은 덕에 자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소리를 예쁘게 낼 수 있게 발달된 친구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가수로서 음정을 맞추고 칼군무를 선보이는 건 다른 문제다. 빅오션 멤버들도 “음을 정확히 내고 박자를 맞추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서로 청력의 심한 정도가 달라 음악 소리를 인지하는데 차이가 있어서다. 그래서 데뷔곡 ‘빛’은 멤버들이 여러번 부른 노래를 인공지능(AI)이 학습(딥러닝)해 대신 불렀다. 춤을 출 때는 스마트워치 형태로 진동을 보내주는 비트 메트로놈, 모니터를 통한 빛 메트로놈, 수신호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박자를 맞췄다. ‘쇼 음악중심’ 첫 생방송에서도 별다른 장치 없이 무대를 소화했다. 현진은 “인이어를 착용할 수 없어서 박자가 안들릴까봐 걱정했는데 관객들이 손으로 박자를 맞춰주는 게 보였다. 배려해주는 게 느껴져서 행복했다”고 했다. 

‘청각장애인 아이돌 그룹’이 무대에 오른 건 꿈 같은 일이기도 했다. 차 대표는 “멤버들한테 음악프로그램 출연은 생각하지 말자고 했을 정도로 우리와 먼 일인 줄 알았다”고 했다. 사례가 없어서다. 길을 모르기도 했다. 수소문 끝에 기획사가 음악프로그램 제작진과 공식적으로 대면할 수 있는 페이스타임을 신청할 수 있었고, 51개 신청팀당 주어진 2분 동안 빅오션을 어필해야 했다. 어렵게 기회를 얻었지만 천진난만하던 멤버들이 긴장한 탓에 리허설 무대에서 카메라를 찾느라 ‘동공지진’도 일어났다. 하지만 1년 6개월 치열한 노력이 어디가지 않았다. 차 대표는 “본방송을 잘 마치더니 저녁 먹는 내내 ‘행복하다’는 말을 녹음기처럼 반복하더라”고 했다. 

좋아하는 아이들과 한 무대에 선 경험은 이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심어줬다. 이들의 무대 자체가 국내외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긍정의 기운을 전달했다. 유튜브 데뷔 영상에는 이틀 만에 댓글 900개가 달렸다. 한 외국팬은 “나도 인공와우 수술을 했다. 빅오션이 활약하는 걸 보니 기분이 좋다”며 공감하고 응원하는 목소리를 냈다. 세계보건기구(WHO)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도 개인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세계 최초 청각장애인 케이팝 아이돌이 장애로 인한 장벽과 사회적 편견을 깨트린 것에 경의를 표한다. 이들의 노래가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기를 희망한다”고 바랐다. 

장애를 갖고 활동하는 연예인에게도 ‘청각장애가 있는 아이돌’의 탄생은 한줄기 빛이 됐다. 한국장애인예술인협회 등록된 장애인예술인 550명(2022년 기준) 중 대중예술분야는 36명. 적은 인원인데도 기회가 많지 않다. 한국장애인예술인협회 방귀희 대표는 “빅오션 데뷔 무대를 보면서 장애인예술의 대중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했다.  2022년 티브이엔(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다운증후군 배우 정은혜가 출연한 데 이어 아이돌 그룹까지 장애인 배우들이 대중매체의 중심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은 늦었지만 놀라운 변화다. 

데뷔 1주일 남짓, 멤버들은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다”(현진)고 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것”(지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더 많은 기회를 얻으려면 실력도 쌓아야 하고, 장애 때문에 배려받는다는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차 대표는 “라이브 비중을 늘려가면서 빅오션 앞에 붙는 ‘청각장애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빼는 게 목표”라고 했다. 지석도 “보컬 트레이닝을 더 열심히 해서 라이브로 찢는 무대를 보여주겠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장애가 있다고 저희를 안쓰럽게 보는 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걷어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686860?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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