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갈등이 두 달가량 이어지면서 의료 공백이 심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남·강원·울산 등지의 중증환자가 수도권으로 이송되기도 한다. 지난 16일 오후 6시47분쯤 경남 함안군에서 오토바이를 타다 교통사고가 난 20대 남성이 수술할 데를 못 찾아 경기도 수원의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 이 환자는 119 구급차로 2시간 40분 걸려 후송됐고 17일 오전 0시30분께 아주대 외상센터에서 긴급 수술을 받았다. 이 센터 관계자는 "응급 수술을 했지만, 다리를 살릴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환자의 중증점수(ISS,15점 이상이 중증)는 16점으로 중증외상환자로 분류됐다. 대퇴부에 약 30㎝ 이상의 열린 상처가 있었고, 대퇴부 근육의 3분의 2 이상이 파열됐으며 대퇴골의 개방성 골절도 관찰되었다. 또한 다리에 혈액을 공급하는 대퇴동맥을 비롯한 여러 혈관이 파열돼 출혈이 계속됐다. 자칫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구급대원은 응급 수술을 할 수 있는 외상센터와 대학병원 48곳에 연락했지만 환자를 받겠다는 데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아주대에 연락이 닿았고, 16일 오후 9시49분 아주대 외상센터로 향했다. 기상상태 등의 여건이 안 맞아 닥터헬기를 이용할 수 없었다. 아주대 측은 응급 수술을 시행하였지만 이미 치료 시간의 지체로 인해 다리의 괴사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 패혈증(혈액에 균이 퍼지는 질병) 등의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였다. 이 환자의 수술 지체는 의대 증원 파동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자세한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경남소방본부 관계자는 “전남까지 연락을 돌렸는데 받아주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 혈관하고 신경을 다쳐 수술이 쉽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라며 “크게 다친 환자를 지켜보며 전화 돌리는 구급대원의 마음은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해달라. 구조에는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아주대 센터는 18일 강원도 강릉에서 사고를 당해 경추(목뼈)가 손상된 환자를 긴급 수술했다. 강릉의 대형병원이 수술할 수 없다고 해서 2시간 30분 걸려 아주대로 실려 왔다고 한다. 아주대 외상센터 관계자는 "예전에는 먼 지역에서 오는 환자가 드물었는데 요즘 들어 이런 연락을 잦아져서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이런 응급환자만 고통받는 게 아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해 수술의 절반가량을 줄인 대형병원 암 환자들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달 말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종양 제거 수술을 받기로 돼 있는 한 환자는 "이달 중순까지 의료 파동이 해결되지 않으면 수술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병원의 연락을 받았다. 이 환자 가족은 "이미 수술이 한 번 연기된 건데 또 연기될 것 같아 답답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355138?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