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프로야구에서 야구팬들 분노를 유발하는 오심이 나왔다. 심판이 실수를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판정을 조작했다. 공 하나에 울고 웃는 야구에서 이 정도면 ‘승부조작’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해라. 우리(심판)가 빠져나가려면 그것밖에 없다”는 충격적인 말도 들을 수 있었다. 경기장에서 가장 공정해야 할 심판이 이에 역행한 사례다.
KBO는 해당 경기 심판진을 직무 배제하고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일각에선 영구 퇴출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스포츠를 잘 모르는 혹자는 공 하나를 잘못 본 오심에 영구 퇴출은 너무하지 않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의 본질을 이해하면 이들에게 중징계를 가하는 사유가 쉽게 설명된다.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정성’ 위반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이보다 공정성 훼손이 심각하게 발생한 사례가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에서 있었다. ‘디도스’(DDoS‧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이 주원인이다. 디도스 테러는 굳건했던 한국 e스포츠 산업을 완전히 흔들었다. 디도스가 잠식한 e스포츠에서 ‘공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정이 없어진 순간부터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라 ‘단순 게임’으로 전락했다.
가장 크게 피해받은 구단은 LCK 최고 인기 팀 T1이었다. T1 선수들은 개인 연습을 못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e스포츠 상징인 ‘페이커’ 이상혁까지 이례적으로 “공평하지 못한 연습 기회”라고 지적하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야구로 치면, 투수가 불펜 피칭도 없이 본 경기에 임하는 셈이다.
피해를 적게 받아 이긴 팀도, 피해를 호소한 팀도 찝찝한 상황이 됐다. 일부 팀으로 집중되는 디도스 공격에 이미 운동장은 기울어졌다. LCK는 디도스에 대해 확실한 방어를 해야 하는 숙제를 남겼다.
다음 시즌에도 디도스 공격이 없을 거란 보장은 없다. 이제는 확실한 대응책을 마련해 디도스 테러에 대비해야 한다. LCK 차원에서 체계적인 방어 매뉴얼을 구축해 디도스 방해 공작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디도스로 피해받은 팀이 있다면, 곧바로 최상위권 MMR(비슷한 실력의 상대와 게임하는 시스템) 계정을 지급해 개인 연습에 지장 없게 해야 한다. 10개 구단 합의도 필요하다. 디도스 테러는 T1뿐만 아니라 모든 팀이 언제든 당할 수 있는 일이다. 남 일이라 생각 말고 리그 차원으로 대응해야 하는 문제다.
(중략)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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