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햇볕이 내리쬔 지난 13일 오후. 평일인데도 경복궁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수문장 교대식에 맞춰 온 인파가 주변을 두세 겹 에워쌌다. 교대식이 끝나자 북악산과 궁궐의 지붕 곡선이 맞물리는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너도나도 인증사진을 찍기 바빴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싱가포르 커플 제이슨(20)과 조이스(21)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친구들의 '좋아요'가 폭주하고 있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같은 날 경복궁 신무문에서 113m 떨어진 청와대 풍경은 사뭇 달랐다. 깃발 든 가이드를 따르는 중화권 관광객들이 청와대 정문과 본관에서 사진을 찍고선 다음 행선지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절대 인원도 적을뿐더러 표정에서 별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청와대는 2022년 5월 개장 당시만 해도 아이돌 콘서트만큼 예약이 어려웠다. 그해 5월 10일부터 월말까지 20여 일간 57만4380명이 방문해 같은 기간 경복궁 관람객 수(51만9982명)를 넘어섰다. 지금 그런 열기는 찾아볼 수 없다. 2022년만 해도 월평균 청와대 관람객은 39만6572명이었는데, 2023년 월평균 관람객은 17만2367명으로 개장 2년 차에 관람객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청와대를 대표적 문화·녹지 공간, '한국의 베르사유궁'으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얼마 못 가 흐지부지됐고 2년이 다 돼가도록 아직 활용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대신 청와대는 싸구려 한국 패키지 여행에 '약방에 감초'처럼 들어간다. 관광통역사로 일하고 있는 정윤수 씨(58)는 "중국인 패키지 관광 상품에는 청와대가 꼭 포함된다. 서촌, 서울타워, 남산골 한옥마을처럼 입장료 없는 시간 관리용 코스로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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