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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구 14만명 경남 통영시를 발칵 뒤집은 100억대 사기범 검거.g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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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5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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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에 걸친 희대의 사기극 전말

경남 통영경찰서는 최근 주부와 학원 강사 등을 상대로 100억여 원을 가로챈 김모(49)씨를 구속했다. 7년 전 통영에 나타난 이 여성이 벌인 희대의 사기극으로 인구 14만 명 바닷가 작은 도시가 들썩거리고 있었다.


캐나다 갑부의 딸 통영에 왔다?

김씨의 고향은 경기 안양이었다. 말솜씨가 좋았던 그녀는 경기 군포의 한 학원에서 국어 강사를 했다. 고졸이었으나 학원엔 자신이 가고 싶어 했던 서강대 불문학과를 졸업했다고 둘러댔다. 1남 1녀를 뒀던 김씨는 2008년 남편의 폭행과 무능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했다고 한다. 그리고 경기 남부 인근의 유명 보리밥 식당의 매니저로 취직했다. 김씨는 식당 손님이던 두 살 연상 학원 강사이자 이혼남인 강모(51)씨를 사귀게 됐고 동거를 시작했다. 하지만 몇 달 후 김씨의 남편이 이들의 불륜을 알게 됐고, 그녀는 간통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강씨는 그녀에게 아무도 모르는 바닷가에서 살자면서 통영에 가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수개월 뒤 그녀는 손바닥만 한 파우치 한 개만 들고 통영에 왔다. 2009년 봄이었다. 당시 그녀는 간통 혐의 피의자 신분일 뿐 아니라 지인에게 3000만원을 꿨다가 갚지 않은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도망자 신분이었다. 경찰은 "강씨를 좋아해서라기보다는 몸을 숨기기 위해 통영에 온 것"이라고 했다.
그녀와 강씨는 학원에 취직했고 월세 30만원짜리 작은 원룸을 구했다. 벌이가 시원치 않았던 김씨는 밤에 고급 일식당에서 일했다. 아담하고 예쁜 외모를 가진 그녀는 꾸미고 치장하는 걸 좋아했고 식당 종업원 벌이에 비해 씀씀이가 컸다고 한다. 친하게 지내던 동료 종업원 정모씨가 그녀에게 물어봤다. "좋은 대학 나와 낮엔 아이들 가르치고, 그런데 식당에서 일하고, 하지만 돈은 정말 많아 보이고…. 도대체 정체가 뭐냐."
김씨의 답변은 이랬다. "캐나다에 이민 가신 부모님이 엄청난 갑부다. 남편(강씨)과의 결혼을 끝까지 반대했고, 그래서 둘이 숨어 살고 있다." 그러면서 그녀는 "서울 강남에 가면 국민은행 역삼동 지점이라고 있다. 상위 1%를 상대로 수익률 확실한 미국 금융 투자상품을 비밀 운용하는데, 내가 그곳 VIP 고객"이라는 말을 보탰다.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 것으로 착각한 정씨는 "그 투자에 나도 끼워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마지못해 1000만원만 받아주는 척했다. 그리고 한 달 후 월 이자라면서 50만원을 정씨에게 줬다. 이런 식이라면 1000만원의 1년 이자만 600만원인 것이다. 정씨는 너무 많은 이자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3개월 뒤 갑자기 그녀에게 원금을 돌려달라고 해봤다. 다음 날 김씨는 그달 이자를 포함한 1050만원을 내줬다. 나름 '검증'을 해본 정씨는 그녀를 반듯하고 정확한 여자로 확신했다. 그리고 친구, 친척에게 1억2500만원을 빌려 김씨에게 사정사정 하며 돈을 맡겼다.

선물 공세로 투자 유치

그녀는 정씨 돈을 밑천 삼아 통영 요지에 초등학생 대상 학원을 차렸다. 내연남 강씨가 원장, 자신은 부원장을 맡았다. 일식집 아르바이트는 그만뒀고 강사 8명을 채용했다. 학원은 잘됐다. 하지만 김씨는 학원 수입을 모두 강사들에게 썼다.
모두 여자들이었던 강사들에게 호화판 회식을 열어줬고 그때마다 비싼 옷과 화장품 목걸이 등을 안겨줬다. 하동 유명 사찰로 야유회를 가선 현금 500만원 다발을 시주하는 모습을 강사들에게 보여줬다.

강사 중엔 남편이 돈 잘 버는 A씨가 있었다. 어느 날 A씨는 김씨로부터 '국민은행 역삼동지점' 스토리를 듣게 됐다. 김씨는 가끔 자신이 서울 가서 한국은행 총재와도 밥 먹는 사이라고 했다. 강남 1% 부자만 알고 있는 투자 비법이라는 말에 넘어간 A씨는 1억원을 맡겨봤다. 월 이자 500만원이 들어오자 A씨는 투자금을 서서히 늘려나갔다. A씨는 김씨를 '귀인'으로 모셨다. 김씨는 매번 철저한 입단속을 주문했다. 너와 나만 아는 투자이니 다른 사람이 알면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문은 조금씩 퍼져 나갔다. A씨는 결혼을 앞둔 동료 강사 B씨를 위해 김씨와의 비밀 거래를 귀띔했다. B씨는 당장 김씨를 찾아갔다. 자신의 돈도 불려달라고 했다. 부모님 돈과 약혼남 돈 등 있는 대로 끌어모아 김씨에게 줬다.
뭉칫돈이 들어오자 김씨는 해안도로변에 근사한 레스토랑을 차렸다. 에쿠스 승용차를 새로 뽑고, 학원도 1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3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해 프랑스·이탈리아 가구와 조명 등 내부 인테리어에만 3억원을 썼다. 그리고 다섯 차례에 걸쳐 성형수술을 했다. 얼굴은 군포에서 왔던 때와 완전히 달라졌고, 동안(童顔) 수술 덕에 40대 후반 나이였지만 30대로 보였다고 한다. 그렇게 김씨는 4년 만에 통영의 잘나가는 '사모님'으로 변신했다.

김씨는 학원생 학부모를 한 명씩 자신의 아파트로 초대했고, 으리으리한 인테리어에 놀라는 그들에게 어김없이 국민은행 역삼동지점 스토리를 꺼냈다. "절대 외부에 말하지 말라"는 김씨의 주의를 듣고 또 여러 명이 투자에 동참했다. 한 학부모는 아파트 담보 대출, 남편 신용 대출, 카드 대출 받아 5억원을 맡겼고, 60억원을 맡긴 피해자도 있었다. 그렇게 김씨가 받은 돈은 최소 100억원이 넘었다. 김씨는 매달 26일을 배당일로 정해 투자자들에게 꼬박꼬박 현찰로 수익금을 줬다. 하지만 김씨의 투자 비법은 A의 원금으로 B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일종의 돌려막기에 불과했다. 100억원의 월 수익금으로 3억~5억원을 주다 보니 새 투자자가 없으면 결국 들통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김씨는 수개월 전부터 이자 지급이 힘겨워지자 새로운 거짓말을 만들었다. 미국에 투자한 530억원을 지불 요청했더니 금액이 너무 커 금융감독원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그 심사 기간이 제법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투자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은행들이 보내는 스팸성 대출 홍보 문자메시지를 복사해 '미국에서 방금 85억원이 김○○씨 계좌로 입금됐다'는 내용으로 바꿔, 국민은행에서 나한테 이런 문자가 왔다며 투자자들에게 보여줬다.

김씨는 이처럼 치밀했고 투자자들은 끝까지 속았다. 김씨는 휴대전화에 한국은행 총재, 국민은행 역삼동 지점장, 부지점장은 물론 캐나다 아버지,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이들과 수시로 통화하는 듯했지만, 이들은 미용실 주인 등 모두 엉뚱한 인물이었다. 잠금 장치 풀린 전화기를 남이 보라는 듯 일부러 앞에 두고 화장실 가는 척하기도 했다. 그 사이 한국은행 총재의 전화도 오고 역삼동 지점장의 전화도 오고 그랬던 것이다. 레스토랑에 질 나쁜 손님이 왔다 가면 김씨는 불어로 욕설을 했고, 직원들은 "역시 불문과 출신은 다르다"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치밀한 범행 후 갑자기 잠적

김씨는 지난 5월 2일 통영에서 사라졌다. 투자자들은 난리가 났다. 피해자들이 경찰서에 몰려왔고 "당신도 김씨에게 투자했느냐"며 서로 놀라는 광경도 목격됐다. 김씨는 잠적 직전 레스토랑 23세 직원을 상대로 마지막 사기를 벌여 도피 자금 3000만원을 마련했다.
경찰은 김씨 동선(動線)을 추적했다. CCTV 등을 분석한 결과, 김씨는 통영 터미널에서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다. 동행자는 없었고 7년 전 통영 올 때처럼 파우치 한 개만 손에 든 모습이었다. 휴대전화가 유일한 위치 추적 단서였지만 전원은 켜지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 명의로 된 것은 국민은행 통장 한 개뿐이었고, 휴대전화는 물론 신용카드, 차량, 아파트 등 모두 내연남 강씨 명의로 돼 있는 사실도 확인했다. 전담 수사관인 양영민 경위는 "김씨는 본인 명의를 쓰지 않는 게 습관이 됐다"면서 "얼굴이 바뀌어 다른 데 가서 또 사기극을 저질러도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런데 한 달 만인 지난 2일 오후 김씨 휴대전화기에 전원이 들어왔다. 부산 기장군 근처였다. 수사팀은 출동하면서 내연남 강씨에게 카카오톡으로 계속 문자를 보낼 것을 주문했다. 피해자들에게 곤욕을 치른 강씨는 자신도 사기극을 몰랐다면서 김씨 검거에 적극 협조했다. 강씨의 문자를 읽는지 그녀의 전화기 전원은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했고 위치는 그때마다 바뀌었다. 김씨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전화기를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수사팀은 찜질방 등이 있는 해운대 근처 센텀파크 주변을 집중적으로 뒤졌다. 그리고 저녁 6시쯤 양 경위는 골목길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걸어오는 한 여인과 눈이 딱 마주쳤다. 양 경위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녀의 손에서 전화기가 툭 떨어졌다. 양 경위는 "처음 본 사이였지만 서로 익숙한 사람을 본 것 같았다"고 했다.

통영으로 압송되는 길, "그 많은 경제 지식을 어디서 배웠느냐"는 수사팀 질문에 그녀는 "일간지 경제면을 매일 꼬박꼬박 읽었다"고 했다. 또 '국민은행 역삼동지점'은 어릴 적 자주 갔던 축협을 모델 삼아 지어낸 거짓말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현재 파악된 투자자 11명 외에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는 한편, 김씨가 빼돌린 자금이 있는지 행방을 추적 중이다.

통영=강훈 기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6/24/20160624017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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