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그외 엄마와 연을 끊은 후기
43,359 10
2018.05.22 14:30
43,359 10



이건 그야말로 후기임 왜냐면 연 끊기 시작한 지 10년 됐거든


나는 사춘기 때부터 엄마한테 기죽어다니는 애가 아니었어

엄마가 날 상처입히면 그 즉시 악을 쓰고 화를 내고 덤볐어

그런데도 엄마는 내가 엄마 말이 상처라고 말하면 그런 말에 상처 받는 내가 이상한 거래

자기가 그런 말 해도 한 귀로 듣고 흘리면 되지 왜 담아두냐고 담아두는 내가 잘못이라는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주 모범적인 딸이었고 한 번도 어긋난 적 없이 살았어

엄마의 요구대로 살지도 않았어 나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았어

사실 엄마는 나한테 뭘 요구한 적이 없어 엄마가 요구하기 전에 내가 알아서 다 잘 했거든 

공무원 준비도 엄마가 원해서가 아니라 내가 공무원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 했고


그러다 학교에서 우연한 기회에 상담을 받게 됐는데

그 때 묵었던 게 다 터져나왔고 상담 선생님이 내려준 처방이 엄마와의 관계를 끊어보라는 거였어

너 지금 엄마와 얘기하고 싶어? 아니지? 그러면 얘기하지 마 그게 네가 하고 싶은 거라면 그렇게 해 


어차피 집 나와 살고 있었고 경제적인 것도 나 혼자 해결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그 때부터 엄마에게 연락을 안 하고 집에도 가지 않았어 

그리고 그 때 깨달았어 내가 자취방에 이렇게 혼자 있다가 죽어도 엄마는 날 못 찾겠구나

엄마는 내 자취방 주소도 모르잖아 내가 몇 학년인지 내 전공이 뭔지도 정확히 모르잖아 


사실 처음부터 성공한 건 아니야 한 동안 연락을 안 하다보면 또 나쁜 것보다 좋은 게 더 많이 떠올라서

어물쩍 다시 연락하게 되고 엄마는 그 전과 전혀 변하지 않고 또 나를 상처줘 

그럼 나는 두 배로 상처를 받아 엄마는 내가 이렇게까지 강렬하게 변하라고 

변하지 않으면 당신 곁을 영원히 떠나겠다고 분명하게 선언해도 변하지 않는구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구나

나는 엄마한테 쌍욕도 해봤고 정신병원 가라고 소리도 질러봤고 연락도 정말 몇 년씩 끊어봤는데

엄마는 늘 하는 소리가 자기는 나한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대 

내가 하는 말은 다 내가 거짓으로 지어낸 말이고 설사 그런 말을 했더라도 그걸 상처로 받아들인 내 잘못이래



10년 동안 그랬거든 끊었다가 연락했다가 다시 끊었다가 

지금은 다시 끊어진 상태임 연락 모두 차단한 지 2년 좀 넘음


다행히도 엄마 가족들 (외삼촌들) 이 내 편임

와삼촌들은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연락 안 하는 나를 이해하고 

절대 나한테 그래도 엄만데 네가 이해해라 이런 압박 전혀 안 주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고 받아들여줌


그리고 내가 지금 외국 나와서 산 지 5년 됐는데 외삼촌들이 딱 두 번 엄마 성화에 못 이기고 나랑 엄마를 연결해줌 

첫 번째는 삼촌이 우리 집 주소를 물어보길래 가르쳐줬더니 얼마 후에 집으로 부적이랑 무슨 팥이랑 실이 든 주머니가 날아오더라

당황해서 연락하니까 삼촌이 놀라면서 엄마가 내 생각해서 한국음식이라도 보내주려는 줄 알았대 


그럴 리가... 엄마는 그냥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자기 먹여살릴 꿈에만 부푼 사람인데

돈 잘 벌고 성공하는 부적을 보내면서 내가 외국에서 밥은 챙겨먹고 사는지 궁금해하기나 했을까 

그 부적은 갈가리 찢어서 버려버렸어


얼마 전엔 저 일을 모르는 다른 외삼촌이 나랑 엄마를 카톡으로 연결시켜준 적이 있어 

내가 엄마 카톡을 차단해서 엄마는 나한테 말을 못 거니까 삼촌 통해서 한 거지

2년 만에 연락하는 엄마가 돈 얘기를 하더라 그래서 내가 지금은 학생이라 어쩔 수 없다고 이 년만 더 기다리면 졸업해서 취직할 거고

그 때 되면 돈 보내줄 테니까 걱정 말라고 나도 딱 그 얘기만 하고 다시 차단해버림 


그리고 삼촌한테 이러저러했다 얘기했더니 삼촌이 정말 내 누나지만 너무한다고 그러더라 

근데 예전 같았으면 삼촌이 그런 말 하면 설움 북받쳐서 미친듯이 괴로워서 울기만 했을 것 같은데


그 말 들으니까 그냥 삼촌이 너무 고마울 뿐 마음이 별로 안 아픈 거야 

그냥 엄만 저렇구나 돈을 바라니까 그냥 내가 줄 수 있는 돈으로 자식으로서 최소한의 할 도리 딱 하고

그 이상 엄마 인생은 엄마 몫으로 남겨두고 난 내 갈 길을 가면 되는 구나 

드디어 이제 좀 벗어난 것 같다 내 삶을 엄마한테서 분리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어 나는 엄마를 끊어내면서 동생을 잃었거든

동생도 엄마가 좋은 엄마가 아닌 거 알아 우리 둘 다 상처 많이 입은 것도 알고

하지만 동생의 길은 그냥 본인이 받아들이고 참는 거였어 

그래서 내가 엄마를 거부해서 결국 엄마를 거두느라 본인이 두 배로 힘들어야 했고 

나는 사실 나쁜 언니야 동생이 힘든 걸 알면서도 나만 살겠다고 엄마를 떠났으니까

동생은 내가 삼촌들한테 의지하는 것도 싫어했어 

그래도 우리 엄만데 언니는 왜 밖에 나가서 엄마 욕을 하고 다니느냐고 


동생의 선택은 동생의 선택대로 가치 있는 거지만

난 내 선택에 후회 없어 엄마도 잃고 동생도 잃었지만 

외할머니랑 어떤 외삼촌 (저 위에 언급한 외삼촌들 말고 다른 삼촌) 은 나를 싫어하지만

나는 후회 안 해 그 때 그렇게 다 끊어내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테고 

나는 지금의 나라서 마음이 훨씬 편하고 좋으니까 

물론 엄마와 동생이 안 그리운 건 아냐 외국에서 혼자 사는 것도 너무 외로워 

항상 나도 가족이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그럴 때마다 생각해 엄마한테 다시 돌아가면 너는 또 상처받을 거야 

또 상처받고 싶어? 내 답은 아니, 야

세상에 모든 게 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선택은 없는 것 같아


부모와의 악연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 보면 그냥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어

부모랑 연 끊으면 너는 반드시 잃는 게 있다 그게 경제적 지원이든 정서적 안정이든 좋은 딸이라는 타이틀이든

반드시 뭔가를 잃을 거야 그런데 잃으면 얻는 것도 있을 거야 잃을 게 아니라 얻을 걸 생각했으면 좋겠어 

얻는 건 뭐냐면 너의 삶,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네 스스로 구해낸 너의 삶 



그렇다고 내 동생의 선택에 대해 그 선택은 잘못됐다 비난할 생각은 없어

내 동생에게는 그 선택이 최선이고 그 애는 그 애 나름대로 평화를 찾아서 자기 삶을 잘 꾸려가고 있겠지


하지만 현재 내 안의 평화가 없다면 불행하다면 이 삶은 내 삶이 아니다 고통스럽다 느끼고 있다면

뭔가 달라져야 해 그리고 엄마는 절대 달라지지 않아 

때문에 달라질 수 있고 달라져야 할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1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더페이스샵 X 더쿠🧡] 공기처럼 가볍게 슬림 핏! 무중력 선! ‘비타 드롭 선퀴드’ 체험 이벤트 330 04.27 45,791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712,698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199,074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3,984,36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467,572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481,451
모든 공지 확인하기()
178950 그외 다낭성난소증후군인데 그냥 방치(?)해도 되는지 궁금한 중기 7 00:52 292
178949 그외 키즈카페에서 대금 날짜 어기고 연락 안 받는데 어떻게 대처할지 같이 고민해주길 바라는 중기 5 00:43 328
178948 그외 코어/체력 뭐가 우선인지 궁금한 전기.. 운동해보려는 초기 5 00:43 115
178947 그외 리쥬란 해본 덬들 있는지 궁금한 초기 6 00:16 207
178946 그외 대장내시경 처음해본 후기; 00:12 120
178945 그외 교통사고로 척추 골절.. 1 04.30 509
178944 그외 사교육 이야기 나와서 써보는 각종 사교육 (개인적인) 후기 22 04.30 640
178943 그외 친구랑 런던여행 같이가서 충격먹고 온 후기 20 04.30 1,951
178942 그외 저속노화 식단 3개월 운동 2개월 후기 6 04.30 989
178941 그외 만성변비덬 요즘 1일 1화장실 하고있는 후기 (ㅂㅇㄹ아님ㅠ) 15 04.30 614
178940 그외 육아휴직 써본 덬들 언제부터 들어갔는지 궁금한 초기 18 04.30 530
178939 그외 아래 영유아 사교육 보고 덬들에게 궁금한 점 18 04.30 770
178938 음식 짜파게티 더블랙 후기 4 04.30 1,263
178937 그외 영유아 사교육에 대해 궁금한 초기........ 15 04.30 858
178936 그외 당근 나눔하는 내 물건에 마가 낀 후기 3 04.30 567
178935 그외 ADHD약 먹는덬들아 ㅠㅠ 너네 안색 괜찮아? 4 04.30 419
178934 그외 바람필놈필인지 관리의 영역인지 궁금한 중기 33 04.30 1,430
178933 그외 명품 산거 블로그에 썼더니 조회수 난리나서(내 기준) 신기한 후기 2 04.30 1,113
178932 그외 귀걸이 선물할껀데 랩다이아??꼬냑다이아 어떤걸로 해야 할지 고민중인 중기 4 04.30 408
178931 그외 산부인과 균치료?세정 해줄때 초기 11 04.30 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