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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늙은이 반수했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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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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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넘나 늙은이라 요즘 수험생들에겐 아무 의미없을 수 있으나,


그냥 용기를 주고싶음.



나덬은 고딩 때 나름 학교의 기대주였음. 지금 생각하면 얼토당토 않은데, 내가 샤 대학 갈거라고 믿었음.

근데 꿈만 컸지 실제 점수는 절대 그 수준도 안 나오는 상태였고(그 숱한 모의고사 중에 고1 처음 모의고사 말고는 단 한 번도 안정권에 든 적 없음),

무엇보다 나덬은 근성 쓰레기였음.


그러니 현역 수능 대폭망. 그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 하고,(처음으로 엄마한테 저주를 받아봄. 지옥 같았음) 재수를 결심했는데

또 근성이 쓰레기여서 결국 점수 맞춰가겠다고 집에 얘기함. 한바탕 더 저주의 소리를 듣고 난 다음에 어찌어찌 지방교대를 가게 됨.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지방교대 온 사람들은 진짜 교대가고 싶어 온 사람이 반, 명문대 미끄러지고 나처럼 점수 맞춰서 온 사람이 반이었음.


그래도 2학기 때 실습 나가면(수업 실습은 아님. 참관 실습) 대부분 애들이나 교사직에 정을 붙이는데 난 암만 해도 너무 싫은 거임.

게다가 고딩 때의 허황된 꿈-샤샤샤- 말고 진짜 꿈도 생겼음.

그래도 어찌어찌 더 버티다가 결국 2학년 올라가고 나서 다시 집에 얘기함. 나 수능 다시 본다고.


또다시 집이 뒤집어짐. 부모님은 절대 나를 신뢰할 수 없었음. 현역 때 이미 오지게 망했는데, 그나마 지입으로 먼저 재수하겠다고 하다가 며칠 못 가서(레알 며칠이었음. 한 달 공부한 것도 아님.) 재수 결정 뒤집고 점수 맞춰 갔다가, 그것마저도 일 년 쫌 넘자마자 때려 치우겠다고 했으니

부모님 입장에서 신뢰가 갈 턱이 없지.


한 반 년을 그렇게 지지고 볶고 하다가 결국 휴학계를 냄. (지도교수님도 엄청 뜯어말렸음. 휴학계 내러 갔을 때 행정직원들도 뜯어말렸음 ㅋㅋㅋ)

다만 이 때 휴학계를 내며 부모님과 합의한 점은 공부할 때 드는 비용을 다 내가 알아서 감당한다였음.

원래부터 학원 생각은 1도 없었고, ebs 교재랑 독서실 비용만 쓰고 책도 현역 때 책을 최대한 활용함.


근데.. 나 근성 쓰레기임. 사람 본질은 잘 변하지 않음.


엄마한테 어차피 난 반수하기엔 늦었으니 다음 년도 수능을 보겠다.. 즉 1년 반을 공부하겠다고 선언함.


그리고 존나 팡팡 놀았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때 내가 메이플에 환장하고 있었는데, 어차피 부모님은 다 일을 하시니 일하시기 전까지 종일 메이플을 하다가

오실 때쯤에 컴퓨터 끄고 저녁 먹으러 집에 잠깐 들른 척 한 다음에, 밥 먹고 그제야 독서실 가는 루틴이었음....


그렇지만 넘나 티나잖아 ㅋㅋㅋㅋㅋ 게다가 집에는 할머니도 계셨음. 할머니가 처음엔 손녀 편 들다가 아무래도 넘나 쓰레기 같았던지 결국 나의 모든 죄악이 폭로됨.


엄마 입장에선 또 환장하겠는 거임. 아.. 이년을 저대로 두면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걍 컴퓨터 앞에서 지 인생 지가 망치겠구나.


그래서 수능 보기 한 세 달 전 쯤에 엄마가 윽박지름.


너 이번 수능 망하면 아묻따 다시 교대 돌아가는 거고, 반항하면 끔살.



장난 아니었음. 그 때부터 메이플을 끊고 나름 열심히 하기 시작함. 물론 때때로 근쓰 본능이 나왔지만 나름 이불 가져가서 독서실에서 자면서 공부함.

마침 독서실이 망해가는 곳이라 거의 내가 전세낸 것처럼 씀.


왜냐면 난 정말 교대가 너무나 싫었고, 부모님이랑 같이 살면서 잔소리 듣는 것도 너무 싫었고,

무엇보다 자기 혐오가 너무나 심해서 이제 좀 변해보자 라는 마음이 컸음.


그래도 솔까 삼개월은 넘나 촉박했음. 국영수만 해도 빠듯한 시간 아님? 나름 국어랑 영어는 자신 있었지만 문제는 수학이었고, 나덬은 소싯적부터 구구단에서 막혔을 정도로 수학 머리가 없는 인간이었음. 그래서 최대한 사탐을 뒤로 미루고 수학에 집중하려고 노력함.


그리고 사탐은 수능 보기 한 달 전에 딥따 파고, 제2외국어였던 일본어는 일주일 전에 ㅋㅋㅋㅋㅋㅋㅋㅋ 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내가 목표로 한 대학은 제2외국어가 전형에 안 들어감. 걍 관성처럼 과목 다 신청한 거라 가능했던 패기인데 지금 생각하면 이것도 뻘짓임. 그 시간에 수학을 더 봤어야.. 하...



그리하여 수능을 봤고,

가채점을 했고,

결과적으로 현역보다 올랐으며

목표 대학도 합격할 수 있었다.



요지는 이거임.


현역 때 존나 망하고, 근성쓰레기여도

"배수진"을 치면 사람은 어떻게든 하게 돼있음.


다만 이 배수진은 레알 배수진이어야 하고 불가능해 보일 정도의 과감성이 있어야 함.

난 참 운이 좋았던 게, 엄느께서 그런 배수진을 알아서 쳐주셨고 덕분에 근쓰가 잠깐이나마 근성있게 노력할 수 있게 됐다는 거.


그러니 혹여나 수능 좀 잘 못 치른 덬이 있다면, 나같은 근쓰도 해냈으니 절망하지 말고 다음을 기약하길 바란다는 얘기임.

"배수진"을 꼭 치길. 사람마다 그 배수진이 다 다르니 어디까지가 배수진인지 정확히 설명할 순 없으나,

본인은.. 아마 본인은 알고 있을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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