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글에 나오는 해운대는 지명이 아니라 맥주 이름.
칭따오, 삿포로, 아사히, 하이네켄, 해운대... 뭐 그런 맥락임.
지난주 주말에 홈플러스에 갔다가 맥주 할인 코너를 지나는데, 처음 보는 맥주가 보임.
'해운대? 이건 뭐지?' 하고 그냥 지나쳐서 집에 옴.
와서 더쿠를 하는데, 누가 홈플러스에서 지방 맥주 새로 판다고 하면서 그 해운대 사진을 올려놓음.
그걸 보고 나니까 '아, 저거 한 번 먹어볼 걸 그랬나?' 싶어짐.
그리고 수요일에 다시 홈플러스 간 김에 하나만 사려다가 3캔 9500원이라길래, 3캔 사옴.
근데 그때 내가 감기라 약을 먹는 중이라 먹어보지는 못하고, 오늘까지 놔뒀다가 오늘 점심에 약 다 먹은 거 확인하고 지금 닭강정 안주 삼아서 하나 까서 한 모금 쭉 들이킴.
그리고 그 맛은!!!
내가 지금까지 세상 모든 맥주를 먹어본 건 아니지만, 이런저런 다양한 맥주를 나름대로 먹어보며 살아왔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파는 외국 캔맥주 중에 캔에 뭔가 굉장히 화려한 그림이 그려지고, 맛은 약간 과일맛 나는 게 있는데, 그게 내 취향에 가장 안 맞았다.
한 번 먹고 다시는 먹을 엄두조차 안 낸 건데, 그거랑 똑같은 맛 남.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내가 지금 대체 왜 이걸 돈 주고 사서 마셔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영화 '해운대' 속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내가 진짜 사람들이 국산맥주 맛없다고 갖은 악평을 할 때도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취향이 다른 건데 왜 그렇게 폄하를 하냐?" 라고 했는데,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가장 걱정되는 건 지금 첫 캔 반도 안 마셨는데, 냉장고에 두 캔이나 더 있다는 거.
내가 정말 이 세상의 맥주라 불리는 것은 모두 다 맛을 봐야만 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추천.
평소 국산맥주는 술로 취급하지도 않고, 그딴 건 입에 댈 가치도 없다고 생각해 온 사람에게도 추천.
(정말 이걸 먹고 나면 그동안 얼마나 국산맥주에게 박한 평가를 해왔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비록 나는 안 했지만.)
그리고 그 외 모든 사람에게 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