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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드디어 이별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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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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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마지막으로 그 사람을 본 건 시간이 좀 흘렀어. 

우리 관계가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걸 알았으면서도 우리는 서로 모른척하고 외면하고 있었고 
그 사람은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느끼는 불안감을 그저 마음에 묻고 혼자서만 삭히고 있었어. 마지막으로 만나는 날에도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만나서 밥을 먹고 데이트를 하고 헤어졌는데, 그 날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게. 밥 먹고 나왔는데 비가 오기 시작하는거야. 다른 때였다면 같은 우산을 쓰고 걸었을텐데 그 날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각자의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 쓰고 사람들 사이를 걸었어. 비가 오니까 우리 말고도 우산을 쓴 사람들은 많았고 우리는 우리 사이로 끼어 들어오는 사람들의 우산에 자리를 내어주고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묵묵히 길을 걸었어. 지하철역 출구 앞에 도착했을때 나는 그냥 그 앞에 서서 그 사람한테 들어가. 라고 말했어. 그 사람도 왜 지하철 안 타? 묻지 않고 그냥 그래. 조심히 들어가고. 이러면서 먼저 지하철역 속으로 사라져버렸고. 그 뒷모습이 내 기억에 남은 그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야. 

집에 가는 길에 그 사람한테 연락했어. 우리 시간을 두고 좀 생각해보자. 그 사람은 우리가 왜 그래야하냐고 대답했지만 이내 알았다고 하더라. 연락이 오지 않는 시간동안 나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보냈어. 오히려 더 명랑하게 보내서 주변 사람 누구도 내가 그 사람이랑 문제가 있는걸 몰랐어.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고 그 사람에게 다시 전화가 왔어. 밤새도록 이야기를 했는데. 결론적으로 우리 이제 그만 하자. 이 말로 끝났어. 그리고 난 그 날부터 엄청 울고, 엄청 힘들어하면서 살았고. 다행히 시간이 약이라고, 시간이 흐르니 그 사람도 지워지는 것 같더라. 가끔은 어떻게 지낼까 생각을 했지만 정말 그 뿐이었어. 

근데 어젯밤 꿈에 그 사람이 나온거야. 꿈 속의 우리는 마지막 데이트를 했던 그 장소에서 다시 만났어. 자세히 기억은 안 나는데, 꿈 속의 그 사람한테 내가 많은 이야기를 했던것 같아. 그 사람을 만나면서 나 홀로 힘들어했던 그 때의 내 상황들. 둘인데도 혼자인것 같던 쓸쓸함. 이런것들에 대해서. 그 사람은 나와 마지막으로 통화했을때의 이야기를 했어. 너는 왜 힘들때 나에게 기대주지 않았니. 너를 보면 항상 힘들어보이는데, 내가 무슨일이냐고 물으면 너는 대답하지 않는다. 날 연인이라고 생각한건지 잘 모르겠다. 이런것들. 우린 그렇게 헤어졌거든. 자존심이 강해서 내가 처한 상황을 그 사람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홀로 힘들어하고 홀로 외로워하던 나. 힘든 일은 하나도 나누지 않고 홀로 힘들어하고 외로워하는 나를 보면서 덩달아 외롭고 힘들어졌던 그 사람. 웃긴게 이미 통화로 나눴던 이야기였고 끝난 이야기였는데 꿈 속에서나마 그렇게 얼굴 보고 이야기하니까 더 후련했어. 그 사람의 표정, 이런것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니까 깜깜한 방에서 딱딱하고 차가운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던 그 사람의 목소리를 홀로 듣던것보다 훨 낫더라. 

꿈 속에서도 우리의 결론은 결국 헤어지는 거였는데, 그 날과 다르게 꿈속에선 비가 오지 않았고 우리는 지하철역까지 나란히 걸어갔어. 그리고 지하철 역에 다다랐을때 나는 발걸음을 멈췄고 그 사람은 계단으로 발을 내딛었지. 그 다음에 서로 인사했어. 그 동안 고마웠어. 안녕. 이라고. 

그리고 꿈에서 깼는데 마음이 개운해졌어. 나는 항상 그게 참 마음에 걸렸어. 내게 남은 그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 그 뒷모습이라는게. 마지막 남은 목소리는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던 목소리였다는게. 제대로 끝내고 싶었거든. 우리의 마지막은 아름답지 못한 결말로 끝나지만 그래도 사랑했던 사람인데, 만나서 얼굴 보고 이야기하고. 정말 제대로 마무리 짓고 싶었어. 그 동안의 연애의 끝은 다 그랬으니까.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것도 알고, 다시는 만나지 않을거야. 그래서 실제 생활에서는 내가 원하는 이별을 끝까지 할 수 없겠지. 결국은 현실에서 달라진게 없으니 자기만족이지만, 꿈 속에서나마 그렇게 만나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니까 속이 좀 후련해. 헤어진지는 오랜 일인데 난 이제서야 그 사람하고 이별한것 같다. 

그러니 내 삶에도 더쿠 후기방처럼 봄바람이 좀 불어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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