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그외 10년 넘게 숙제처럼 가지고 있던 전남친에 대한 미련을 정리한 후기
1,744 1
2024.05.02 00:11
1,744 1
나의 전 연애는 10년도 더 전. 너를 만난 후에는 아무도 만나지 않았..아니 못했다가 맞는 말일까. 그래서일까, 아니면 전화로 헤어지자 말하고 다시 보지 못 해 남은 미련 때문일까.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흘러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사라지고 썸 타던 사람이 있다 없어진 수 많은 시간동안 너는 늘 내 마음속에 숙제처럼 자리잡고 있었어.


매 해마다 너와 갔던 곳을 한 번만 더 가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호기롭게 기차도 예약하고 계획도 세우지만 번번히 실패했지. 사실 가기 귀찮은거였던걸까, 아님 너를 내 마음속에 계속 두고 싶었던 걸까.


너무 오랫동안 내 맘의 숙제였어. 너는.

청승맞고 한심하다고 보는 사람이,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나는 꼭 너를 정리하기 위해 너와 갔던 곳을 한번 더 가고 싶었어.


그래서 나, 드디어 갔다왔다.


그게 뭐가 어려웠을까.


가는 기차 안에서는 눈물이 차오르기만 했는데, 지하철을 타니까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더라. 앞 사람이 저 사람 왜 저러나 쳐다보는 동안 계속 눈물이 났어. 너를 너무 오래 마음에 두고 있던 죄책감 내지는 미안함이였겠지. 너는 잘 살고 있을텐데 내가 너무 내 마음속에 25살의 너를 가둬둔건 아니였을까.


너와 갔던 곳들, 당연하게도 많이 변했더라.

그리고 그 곳에 서있는 나도 그때의 나도 아니고.

당연히 어딘가에서 잘 살 너도 그때의 너가 아닐테지.


많이 울고, 많이 웃고, 그리고 드디어 너를 내 마음 속에서 보내주고 왔어.


10년 넘게 내 마음의 위안이 되줘서 고마워.

힘들고 지친 나를 어둡던 세상에서 꺼내주려고 했던 그 마음, 잊지 않고 앞으로 남은 삶 잘 살아볼게.


있지. 대신에 혹시 우리가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래서 우리가 또 만난다면 말야. 그때도 내 손 잡아줘. 

너의 그 손 덕분에 내가 살아있어. 숨 쉬면서. 

혹시 내가 그 때 또 내민 손을 잡을 수 있다면 죽겠단 소린 안 할게. 많이 웃을게. 또 똑같이 헤어진다고 해도 웃으면서 직접 만나서 헤어질게.


내 숙제의 끝은 너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너를 내 마음속에서 놓아주는 일이였다는 것을, 너를 더 이상 내 마음의 위안으로 삼지 않도록, 미래를 나아갈 수 있도록 너를 버리고 오는 길이였다는 것을. 끝내고야 알았어.


텅 빈 내 마음은 조금 외롭지만 어쩌면 또 다른 새로운 일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잠들게.

목록 스크랩 (0)
댓글 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오드타입X더쿠💙]무신사 랭킹 1위 립! 언씬 벌룬 틴트&언씬 듀 글로우밤 체험 이벤트 429 06.17 31,253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374,980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144,02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617,427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2,831,701
모든 공지 확인하기()
179107 그외 사람 마음 못 믿어서 힘든데 이것도 치료가 될까 싶다 3 15:40 118
179106 그외 통제심한 부모한테서 독립하려는 초기.. 13 15:14 342
179105 그외 요리 잘 안하고 혼자 먹는 덬들은 요즘 뭐먹는지 궁금한 중기 7 14:47 193
179104 그외 서울 러브버그 심한 동네 어디인지 궁금한 후기 25 14:01 523
179103 그외 맥 OS의 장점이 뭔지 궁금한 초기 11 13:40 326
179102 그외 정신과 가기 전에 혹시 보험 관련해서 더 들게 있는지 궁금한 후기 3 13:31 134
179101 그외 머리숱 이전보다 더 풍성하게 늘린 후기 3 13:16 387
179100 그외 족저근막염 완치되는 건지 경험자 이야기 들어보고 싶은 중기 13 13:07 330
179099 그외 듣보잡 전문대 졸업에서 유학없이 외국계 회사 취업하기_2 21 11:35 929
179098 그외 사람보다 동물좋아하는덬 냥이들 보면서 힘얻는 중기 4 10:54 301
179097 그외 원래 6월 중순부터 이렇게 더웟나.. 하는 초기... 6 10:41 658
179096 그외 선물받는사람이 선물 가격대 잘 모를만한 선물 추천받고 싶은 초기 4 10:34 431
179095 그외 이 상황에서 내가 뭘 해야할지 선택 한번 해줄 수 있을까? 8 10:30 263
179094 그외 자전거로 출퇴근하는데 출근 후 두피냄새 때문에 고민인 후기 29 10:02 1,224
179093 그외 회사에서 맥북 준다는데 프로 vs 에어중 고민하는 중기 12 10:00 529
179092 그외 한두시간 일찍 일어난다고 하루종일 피곤해질 수 있나 하는초기 12 09:17 546
179091 그외 자존감 높은 덬들, 부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한 중기 41 08:27 1,070
179090 그외 내가 모르는 카드 해외결제 된 후기 3 06:14 819
179089 그외 우울하면 심장이 아린게 보통 증상인지 궁금해하는 중기 8 01:44 625
179088 그외 눈앞에서 쿠팡 도둑맞은 중기 8 00:07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