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해마다 너와 갔던 곳을 한 번만 더 가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호기롭게 기차도 예약하고 계획도 세우지만 번번히 실패했지. 사실 가기 귀찮은거였던걸까, 아님 너를 내 마음속에 계속 두고 싶었던 걸까.
너무 오랫동안 내 맘의 숙제였어. 너는.
청승맞고 한심하다고 보는 사람이,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나는 꼭 너를 정리하기 위해 너와 갔던 곳을 한번 더 가고 싶었어.
그래서 나, 드디어 갔다왔다.
그게 뭐가 어려웠을까.
가는 기차 안에서는 눈물이 차오르기만 했는데, 지하철을 타니까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더라. 앞 사람이 저 사람 왜 저러나 쳐다보는 동안 계속 눈물이 났어. 너를 너무 오래 마음에 두고 있던 죄책감 내지는 미안함이였겠지. 너는 잘 살고 있을텐데 내가 너무 내 마음속에 25살의 너를 가둬둔건 아니였을까.
너와 갔던 곳들, 당연하게도 많이 변했더라.
그리고 그 곳에 서있는 나도 그때의 나도 아니고.
당연히 어딘가에서 잘 살 너도 그때의 너가 아닐테지.
많이 울고, 많이 웃고, 그리고 드디어 너를 내 마음 속에서 보내주고 왔어.
10년 넘게 내 마음의 위안이 되줘서 고마워.
힘들고 지친 나를 어둡던 세상에서 꺼내주려고 했던 그 마음, 잊지 않고 앞으로 남은 삶 잘 살아볼게.
있지. 대신에 혹시 우리가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래서 우리가 또 만난다면 말야. 그때도 내 손 잡아줘.
너의 그 손 덕분에 내가 살아있어. 숨 쉬면서.
혹시 내가 그 때 또 내민 손을 잡을 수 있다면 죽겠단 소린 안 할게. 많이 웃을게. 또 똑같이 헤어진다고 해도 웃으면서 직접 만나서 헤어질게.
내 숙제의 끝은 너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너를 내 마음속에서 놓아주는 일이였다는 것을, 너를 더 이상 내 마음의 위안으로 삼지 않도록, 미래를 나아갈 수 있도록 너를 버리고 오는 길이였다는 것을. 끝내고야 알았어.
텅 빈 내 마음은 조금 외롭지만 어쩌면 또 다른 새로운 일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잠들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