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우연히 엄마한테 자산을 오픈할 일이 있었는데 그 후로 엄마가 너 왜 돈 이거밖에 못 모았냐 너 너무 경제관념 없이 소비하는 거 같다 잔소리해서 진짜 미치겠다
난 직장생활 시작한 지 삼년째고 연봉은 세금 떼고 보너스 상여금 다 더해서 넷으로 6100 정도 되는듯 거기에서 일년에 삼천 정도 저축하고 있어
일단 월세 관리비 보험료로 한 달에 80씩 나가고 그거 뺀 생활비로 한 달에 90 정도씩 쓰고 있거든 생활비는 식비 각종 구독료 쇼핑 데이트비용 다 포함이야. 그리고 계산해보니까 1년에 천 정도를 여가에 쓰더라고...? 어디에 천만원씩이나 쓰냐 하면 여행경비+내가 연뮤덕이라 일년치 티켓값 하면 천이 나오더라
엄마는 너가 억대연봉자도 아니고 취미생활에 일년에 천씩 태우는 게 말이 되냐는 입장인데, 난 솔직히 억울한 게 내가 다른 부분에서는 별로 사치를 안 한다고 생각하거든. 외식도 쇼핑도 별로 안 하고 호캉스 오마카세 이런거 안좋아하고 핸드폰 노트북도 육칠년씩 씀. 솔직히 요새 물가에 자취하면서 한 달 생활비 90이면 검소하게 사는 거 아닌가? 난 내가 평소에 아껴서 취미에 보태 쓴다 생각하거든 여행 좋아해서 1년에 장거리 여행 한번 가까운데 한두번은 가고 싶고 뮤지컬도 요새 대극장 티켓값 미쳐서 관심있는 작품들 찍먹만 해도 몇백만원 뚝딱인걸...
나도 내가 허리띠 졸라매고 사는 스타일이 아닌 건 인정해. 근데 내가 스스로 감당 안 될 만큼 큰 금액을 사치하는 데 쓰는 것도 아니고 일년에 칠팔백 더 모으는 것보다 그걸 지금 날 위해서 쓰는 게 내가 더 행복하게 사는 길인 거 같은데 이게 진짜 그렇게 철없는 생각이야? 엄마는 너 나중에 결혼하고 집 살 때 되면 무조건 후회할 거라는데 난 당장은 결혼 생각도 없고 진짜 안 와닿아서 아 진짜 경제상황은 부모님한테도 오픈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