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공연에 갔었는데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하고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했어
둘다 기능적으로 상당히 잘 훈련되어있다고 하나
거의 한 악기는 악기군 전체가 한명이 소리를 내는게 아닌가 할 정도로 군더더기없이 칼같이 연주를 잘하더라
미국 오케스트라가 굉장히 화려한데 뒷여운이 좀 부족한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꽤 많았는데
역시 풍만한 느낌이 강한 연주였다고 봐. 우루룽 꽝꽝 하는 느낌ㅋㅋㅋㅋ
내 최애 교향곡중 하나가 시카고 심포니와 줄리니의 브람스 교향곡 4번인데 그 음반에서는 약간 풋풋했었는데
굉장히 현이 칼같이 정련이 많이 됬다는 느낌을 받았어
이정도로 훈련을 시키려면 지휘자가 얼마나 단원들을 닥달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좀 특이하다고 느낀게 지난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같은경우는 소편성이어서 그랬었는지 모르지만
단원 한명한명 악기 한개한개가 다 인격을 가진 세포들처럼 꾸물꾸물하거나
물고기 비늘처럼 하나하나 다 빛을 반사하는 정도가 틀린데도 그게 하나로 어우러져서 3차원적으로 들리는게 인상적이었는데
어제 시카고심포니의 경우는 앤디워홀의 판화들처럼 매우 알록달록 화려한데 그게 조각품이 아니라 2차원적인 평면으로 앞으로 쿵쿵 걸어나온다는 느낌
뭐냐면 ㅋㅋㅋㅋㅋ 엘리스에서 카드병정 앞에서 보면 네모난데 옆에서 보면 종이 한장인거 뭔가 그런 느낌도 났어
그게 나쁘다는 생각은 아니고 되게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하나
나는 어떤 종류의 연주나 공연을 들을때 혼자서 이 음악이 가지는 속성을 상상하는데
어떨때는 3차원적으로 부피가 쌓여져가는거 같고 또 어떤때는 하늘에서 물의 형태로 뚝뚝 떨어지는거 같은데 어제는 큰 타로카드가 앞으로 쿵쿵 걸어오는거 같아서 재밌었어.
또하나 특이한점은 베토벤을 슈베르트처럼 연주하는 느낌이었는데
베토벤 운명 교향곡이 이렇게 소박해질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근데 이게 상당히 새롭게 들려서 좋다 나쁘다 말을 못하겠더라
말러는 개인적으로 이 작곡가를 들으면 자꾸 내가 아우슈비츠에서 가스실로 끌려갈 운명인지도 모르고 살고 있는 어린 아이들 같고 기분이 이상해져가지고.
어렸을때 본 영화에서 가스실로 가는 유태인들을 다른 유태인 연주가들에게 음악을 연주시키면서 배웅? 같은거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거기서 그 연주자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연주하던 그 장면이 눈앞에 선해서.
말러 자체도 상당히 화려한데 스탠다드한 말러는 아닌거 같은 느낌 들었지만 그자체로 뫼비우스의 띠를 따라 걷는 타임 로드는 이런 느낌일까 혼자 생각함.
악장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점이나 생생한 리듬감이나 매우 정교한 연주 스킬도 좋았던듯.
그리고 지루한 느낌도 없었어. 엄청 길어서 가끔 조는데 안졸음ㅋㅋㅋㅋ
명불허전이란 생각이 들었어
히카르도 무티라는 자기 이름이 브랜드가 된 사람을 보는것도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