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서로가 이날의 면담 주제를 놓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던 만큼 이야기는 길게 걸리지 않았다. 투수에서 타자로의 포지션 전환. 고심을 거듭한 선수는 어렵게 운을 뗐고, 구단은 유망주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
이제는 투수가 아닌 타자가 된 장재영을 19일 전화로 만났다. 이날 구단을 통해 타자 전향 사실을 밝힌 장재영은 “최근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지 않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구단과 타자 전향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지난 7일 마음을 굳혔고, 다음날 감독님과 단장님을 뵌 자리에서 타자 전향을 최종적으로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언제부터 언제까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투수를 더 해볼지, 군대를 바로 다녀올지, 아니면 타자로 포지션을 바꿀지 정말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래도 이제는 결론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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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이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 언론과 여론의 질타도 거세졌다. 제구 난조로 조기 강판되는 날이면 ‘볼볼볼볼’이란 조롱 섞인 비난을 받았던 장재영은 “이 모두 내가 야구를 잘했으면 나오지 않았을 비난이다. 가끔은 도 넘는 손가락질로 힘들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내성이 조금 생겼다”고 말했다.
장재영은 “남들은 나를 그저 볼만 던지는 투수로 생각하겠지만, 그동안 정말 많이 노력했다. 투구폼과 템포도 바꿔보고, 호주프로야구(ABL)에서 잠시 투수 겸 타자로 뛰며 마음도 다잡아봤다. 그래서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최근 들어 정말 많이 울었다. 단장님과 면담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단장님과 감독님 그리고 팬들까지 죄송한 분들이 많이 떠올랐다”고 했다.
장재영은 고교 시절 투수로 주목을 많이 받았지만, 타자로도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스윙 스피드는 중심타자만큼 빠르고, 장타력과 주력도 뛰어나다. 신월중 때까지는 주전 유격수로 뛴 경험도 있다. 팔꿈치가 나으면 유격수와 중견수 등 수비 연습도 소화할 계획이다.
당장 21일 이천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2군 경기에서 지명타자 출전이 예정된 장재영은 “당연히 야수도 투수만큼 쉽지 않은 자리임을 잘 알고 있다. 야수가 쉬워서 도전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일단 유격수와 중견수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 팔꿈치가 나을 때까지는 지명타자로 뛰면서 타격 감각을 익히려고 한다. 그동안 나를 보고 실망하신 분들이 많은 만큼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마음으로 타자 전향을 준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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