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10개 구단이 합계 180경기를 치른 7일 현재 모두 212개의 몸에 맞는 공(사구)이 나왔다. 지난 시즌 181경기를 치른 5월 18일(181개)과 비교하면 대략 17%가 늘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 시즌 사구는 848개다. 2018시즌 860개 이후 최다다. 2019시즌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은 사구 800개 시즌도 없었다. 지난 시즌은 696개로 700개가 채 되지 않았다.
갑자기 사구가 늘어난 원인으로 추측할 수 있는 건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타고투저’다. 통상 타고 시즌이면 사구도 증가한다. 타자들을 이겨내기 위해 몸쪽 승부가 잦아지고 그만큼 사구도 많아진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1547홈런이 쏟아졌던 2017시즌, 953개의 사구가 나왔다. KBO 역대 최다 사구 시즌이다. 1756홈런으로 그보다 더했던 2018시즌에도 860개의 사구가 나왔다. 한 시즌 역대 세 번째 사구 기록이다. 홈런과 사구는 대체로 비례한다. 투고타저로 흐름이 바뀐 지난 5년간 사구가 적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올 시즌 현재까지 나온 홈런이 모두 339개, 지난 시즌 같은 기간 221개에 비해 100개 이상 늘었다.
또 하나 생각해볼 게 있다. 올 시즌 세계 최초로 도입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다. ABS를 도입하면서 KBO는 스트라이크 존 좌우 기준을 2㎝씩 확대했다. 마이너리그 사례를 참고했다. 여기에 더해 높은 존 판정도 이전보다 후해졌다는 평가다. 좌우로 존이 커지고, 높은 쪽 공도 잘 잡아주니 몸쪽 높은 공은 핫 코너가 됐다. A 구단 한 타자는 “예전 같으면 안 잡아줄 공이 이제는 스치기만 해도 스트라이크가 되니까 아무래도 몸쪽 높은 공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했다. 투수에게도, 타자에게도 올 시즌 몸쪽 높은 공은 생존을 위한 화두나 다름없어졌다.
몸쪽 높은 공이 매번 완벽하게 제구가 된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살짝만 제구가 흔들려도 타자의 손이나 팔꿈치, 어깨로 공이 향한다. 장기 부상으로 직결될 수 있는 위험 부위다. 올 시즌 벌써 세 명이나 몸쪽 높은 사구로 부상 이탈했다. SSG 김성현이 지난달 21일 왼쪽 손목에 공을 맞고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다. 같은 팀 신인 박지환도 지난달 30일 왼쪽 손등을 맞았다. 역시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다. 최근에는 NC 김한별이 사구 부상으로 이탈했다. 지난 4일 오른쪽 손가락을 맞았다. 다행히 골절은 피했지만, 최소 2주는 실전에 나서지 못한다.
5월 들어 22경기를 치르는 동안에도 벌써 23차례 사구가 나왔다. 어깨, 팔꿈치, 손등, 손가락 등 높은 공이 빗나가면서 나온 사구가 그중 16차례다. KBO 한 감독은 “구종 때문에라도 사구가 더 나올 수 있다. 이를테면 좌투수가 우타자 상대로 높은 쪽 커터를 던지는 경우가 그렇다. 자연스럽게 공이 타자 쪽으로 붙기 때문에 사구가 나오기 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