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봉사활동까지 하는 등 한국을 사랑하는 에이스가 완벽한 대반전을 이뤄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마법사 군단의 에이스 웨스 벤자민(31)이다.
KT 벤자민은 2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 8이닝 동안 99개의 공을 던지면서 단 2개의 안타만 허용한 채 1볼넷 11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사실 벤자민은 지난 3월 평균자책점이 무려 16.88에 달할 정도로 올 시즌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특히 이날 상대했던 한화를 지난달 31일에 이미 만난 바 있는데, 당시 3이닝 11피안타(2피홈런) 1몸에 맞는 볼 4탈삼진 11실점(11자책)으로 크게 무너지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2022년 한국 무대를 밟은 벤자민의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이었다.
하지만 벤자민은 4월 평균자책점이 0.96에 달할 정도로 대부활쇼를 펼쳤다. 지난 6일 LG전에서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1실점(1자책)을 마크한 뒤 12일 SSG전에서는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이어 지난 18일 키움전에서는 8이닝 1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치며 2승째를 달성한 뒤 이날 역시 8이닝을 책임지며 3번째 승리를 챙겼다.
벤자민은 누구보다 인성이 좋은 외국인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ITAEWON(이태원)'이라는 단어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나오며 이태원 참사의 아픔을 함께하기도 했다. 벤자민은 당시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2022년 미국에 돌아갔을 때 이태원에서 안 좋은 사건이 있었다는 걸 접했다. 내가 선발로 나가는 날과 겹치다 보니 추모하기 위해, 또 그런 감정을 팬들과 공유하기 위해 모자에 썼다. 나를 위해 쓴 게 아니라 유가족들을 위해 쓴 것이다. 매년 이 사건을 사람들이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이런 글씨를 썼다"고 말했다.
또 틈이 날 때마다 벤자민은 팀 내 외국인 동료들과 함께 봉사 활동도 하며 한국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수원 KT 위즈파크 인근의 아동복지시설을 찾아 기부금을 전달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먼저 꺼낸 게 벤자민이었다고 한다. 당시 벤자민은 "수원 KT 팬들은 저와 저희 팀 선수들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내주신다. 이런 응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이런 마음을 갖게 됐다. 다행히 우리 팀 동료들도 저와 생각이 같아 함께할 수 있었다"면서 별 일이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했다. 사령탑인 이강철 감독 역시 "벤자민에게는 따로 특별히 할 말이 없다. 알아서 잘하는 선수다. 너무 착하다"면서 믿음을 보내고 있다.
벤자민은 올 시즌 봉사활동 계획에 관해 "다른 외국인 동료들 역시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면서 또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면 올해에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선발 벤자민이 2경기 연속 정말 좋은 피칭을 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긴 이닝을 소화하며 불펜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활약을 보여줘서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어 "타선에서는 공·수·주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천성호의 동점타로 경기 균형을 맞춘 데 이어, 타자들이 상대 실책을 놓치지 않고 빅이닝을 만들며 승기를 가져왔다. 장성우도 공격과 수비에서 좋은 활약을 했고, 강백호 타격감도 돋보였다. 열성적으로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벤자민은 "우리 팀이 지금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그런 부분에 관해 나쁜 영향을 받지 않고 열심히 뛰고 있다. 또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최하위에 있다가 위로 잘 올라갔기 때문에, 올 시즌에도 그럴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다행인 건 현재 선수들이 자신의 컨디션을 다시 찾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력도 더욱 나아질 것"이라며 동료들을 향한 신뢰를 보냈다.
https://naver.me/5hJH66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