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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배트의 반발력이 낮아 장타를 뽑아낼 확률이 줄어들면서 타자 유망주들은 콘택트에 집중했다. 반대로 마운드에서는 어느 정도 디셉션(숨김 동작)과 제구력이 뒷받침되면 타자를 맞춰 잡을 수 있어 평균 시속 130㎞대 에이스나 사이드암 피처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유망주들의 '투수 쏠림화'다. 최근 아마야구에는 투고타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과거 톱급 투수 유망주의 기준이었던 시속 150㎞의 빠른 공은 1라운드 지명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지난해만 해도 10여 명의 선수들이 150㎞를 던졌고, '2024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번부터 9번까지 모조리 투수가 지명받았다.
반면 타자 쪽에서는 거포 유형은 고사하고 전체 1번급 유망주도 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중학교 때까지 장타를 곧잘 날리던 톱급 타자 유망주들이 고등학교 진학 시 투수로 진로를 확정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아예 시작부터 투수만 시키려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이에 KBO 구단 고위관계자 A는 "요즘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다 싶으면 학부모들이 타자가 아닌 투수를 시키려 한다. 타자는 안 시킨다"고 아쉬워하며 "타자가 투수보다 비교적 신경 쓸 것이 많다. 아무리 타격을 잘하더라도 수비를 못하면 지명 순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야구의 투·타 불균형은 KBO리그와 한국 야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나무 배트 도입 세대들이 프로에 첫 진입한 2007년 이후 KBO리그 토종 홈런왕은 이대호(42·은퇴), 최형우(41·KIA 타이거즈), 박병호(38·KT 위즈), 최정(37·SSG 랜더스), 김재환(36·두산 베어스) 등 대부분 알루미늄 배트를 조금이라도 경험해 본 선수들이었다. 타고투저가 심했던 2017~2020년 무렵에도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강백호(25·KT) 외에는 20홈런 이상 치는 1990년대생 타자를 보기 힘들었다.
거포의 실종은 투수들의 국제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진다. 2013년부터 시작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세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의 실패를 두고 지난해 3월 일본 매체 풀카운트는 "한국이 고교야구에서 나무 배트를 사용한 이후 거포는 사라지고 이기기 위한 잔기술만 늘었다. 이는 투수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쳐 좋은 투수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 때문에 나무 배트에서 다시 알루미늄 배트로 다시 돌아가자는 목소리도 차츰 커지고 있다. 정확히는 미국처럼 비목재 배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목재 배트는 합금(알로이), 탄소섬유(컴포짓), 하이브리드 등 나무가 아닌 재료로 만든 것이다. 여러 나무를 섞어 단가를 낮춘 혼합목재 배트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미국의 경우 기존 야구계에서 우려하는 나무 배트로 전환 시 적응 문제, 안전 문제 등을 2011년 비목재 배트가 목재 배트와 유사한 성능을 내도록 강제하는 BBCOR(Batted Ball Coefficient Of Restitution) 규제를 도입하면서 상당수 해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알루미늄 배트'라는 부정적 이미지에 묶여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이달 28일 오후 2시 서울 더 케이 호텔에서 개최할 '18세 이하 대회 사용 배트 관련 공청회'는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공청회에는 선수, 현장 지도자, 학부모, 공인 업체 및 관계자 등이 참가하는 가운데 목재, 비목재 배트의 정확한 정의와 도입 시 장단점 등에 대해 논의할 토론의 장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