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구매대행 해달라는데 대체 어떻게 거절해야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고 이해할 수 있게 말해야할지 모르겠어.
일단 나는 금전적 여유가 없고, 있는 돈 탈탈 털어서 초저가 여행을 하고 있어. 숙소도 도미토리에, 하루에 1-2만원으로 버티기 등등을 실천하고 있어 ㅋㅋ
면세점? 거긴 안간지 오래됨. 물론 더 싸게 살 수 있지만 아예 안사면 100% 세이브잖아? 그뤠잇~!
맛집? 거의 안가. 가도 진짜 로컬들만 가는...우리나라로 치면 기사식당같은 허름한 가성비 맛집 이런 곳만 가. 어쩌다 한번 쯤 유명 맛집을 가기도 해.
물론 나도 고급 맛집도 가고 싶고, 쇼핑도 실컷 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걸 다 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포기한지 오래되어서,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별로 없어. 혼자 다니니까 그런 곳에 가도 양이 많아서 혼자 가기도 힘들어 ㅋㅋ
그건 나중에 나이 더 먹고 돈 생기면 편안한 여행을 하면서 해도 되니까. 지금 시간있을때 발로 뛰며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여행을 하자! 이거에 촛점을 두고 있어.
몇년간 여기 저기를 떠돌아다니며 산 기간이 길어. 그 과정에서 극단적인건 아니지만, 점점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게 됐어.
지금 한달 째 여행중인데 여행할 때도 입다가 버려도 되는 옷, 멋지게 차려입을 옷 한벌, 청바지, 면바지 각 한벌, 티셔츠 몇벌, 아우터 1개, 가디건 1개 이 정도로 꾸려서 짐이 20인치 캐리어 하나하고 백팩 하나 하나가 전부야. 책과 노트북 때문에 짐이 좀 많아졌어. 나는 저질체력에 일자목에 어깨통증도 있어서 여행할때 잠깐이라도 짐들고 이동하는게 너무 힘들어 ㅜㅜ 합쳐서 15-16킬로 정도인데도 이동한번 하고 나면 어깨 근육이 뭉쳐서 며칠간 고생하니까 짐들고 다니는게 정말 극혐이야. 게다가 저가항공을 타니까 수하물 무게 제한도 맞춰야해.
얼마전 공항에서 커다란 백팩을 앞뒤로 매고 운동화신고 장기여행중인 배낭여행객 외국 여자분을 보면서 난 또 반성했지. 아...난 아직도 물건이 너무 많아. 흑...
평소 여행을 거의 안해본 친구가, 내가 여행 중이라니까 바로, 현지 유명템 사오라고 하는거야.
사실..이런 부탁때문에 여행간다는 사실을 아예 주변에 말하고 싶지 않을때가 있어.
근데 또 이런 부탁 들어주기 싫다고 여행간 사실을 아예 안간 척, 비밀로 하고 한국에 있는 척을 한다는 것도 좀 웃기잖아. 내가 왜 거짓말을 해야해?
그래서, 친구에게 말했지. 미안한데 가방에 자리가 없어서 못 사간다. 라고 하니
어이없다는듯, "계좌이체 해줄께, 하나만 사다 줘." 라고 말했어.
내가 다시, 나 가방이 꽉 차서, 그거 사면 우편으로 부쳐야해. 정말 빈공간이 없어. 라고 내 짐 상황을 설명하자,
"아 그럼 됐어." 라고 친구가 빈정 상한듯 내 말을 자르더라고. 이 친구는 여행을 자주 안다녀서 내 입장을 더 이해를 못하는 걸 수도 있겠지.
근데 이 친구부탁을 들어주면 다른 친구들 부탁도 들어줘야하고, 누구는 구매대행해달라고 하고, 누구는 기념품 선물을 바라고...
난 선물살 돈도 없고 현지 유명템을 한국에서 팔지 않는다고 막 사서 쟁이고 싶은 욕구도 전혀 없기 때문에 먹고 싶으면 현지에서 몇번 먹어보고 말아.
내가 너무 궁색하고 매몰차고 각박한건가...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 나도 분명 이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기념품 선물도 받아보고, 고마워하고 그랬거든.
기념품으로 사온 과자 나눠먹으며 여행얘기도 하고 작은 선물 뒀다가 나중에 보면 추억이 되기도 하잖아.
근데 프랑스에서 같이 여행하던 한 친구가 선배들한테 부탁받은 약국화장품 사서 기내용 캐리어 가방 하나를 화장품, 샴푸로 꽉 채우는 바람에 정작 본인거는 하나도 못산걸 보고선...난 앞으로 여행하는 친구에게 먼저 절대 구매대행 부탁하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했어.
정답은 없을테고,
각자 추구하는 여행, 기대하는 여행의 기준이 다를테니 나를 이해못해줘도 어쩔 수 없지만, 난 친구에게 내가 여행에 대해 지금 어떤 마음인가를 얘기하려고 했는데 부탁 거절과 함께 어색해지고 말았네. 뭐, 그것도 나만 원하는 대화였구나. 마음을 비우자...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을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마무리할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