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느날 눈처럼 내렸다.
피할 수는 없었고
나는 속절없이 맞았다.
-김준, 너를
내 마음엔 계절 없이 폭우가 쏟는데
넌 나 때문에 울어본 적 있느냐
-서덕준, 폭우
밤을 겉돈다
꿈에서
마주치는 것들은 왜 하나같이 내 것이 아닐까
-이훤, 반복재생
그대만큼 사랑스런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김남조, 편지
어느날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언젠가의 그 시간을 되돌아 볼 때
내가 그에게 후회는 아니였으면 좋겠다고
아픔이거나 슬픔이거나 갈증이거나,
그러한 아름다움까지는 아니더라도
-황경신, 눈을 감으면
흰 꽃잎은 조명을 받아 어지러웠지
어두움과 어지러움 속에서 우리는 계속 웃었어
너는 정말 예쁘구나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
-황인찬, 유독
그 사람은 자주 나에게 달다가 쓰다가 하였다.
달콤한 날에는 가슴이 뛰어 잠을 잘 수가 없었고
쓰디쓴 날에는 가슴이 먹먹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공지영,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오랜만에 마주친 네 모습은 그대로네.
예쁜 건 어쩔 수가 없구나.
예나, 지금이나.
-지노글
내 어두운 마음에 뜬 별 하나
너는 내게 가장 큰 희망이지만
큰 아픔이기도 했다
-이정하, 저녁별
아직은 너에게 추억이 되는 게 싫어
미안해
-이선웅, 널 그리워하다 中
봄을 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여름이 오면 잊을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생각이 나는 걸 보면
너는 여름이었나.
-백희다, 너는 또 봄일까
그 어쩔 수 없음조차 나는 사랑했다
-임경선, 나의 남자 中
너에게 달려가는 것보다
때로 멀찍이 서서 바라보는 것도
너를 향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겠다
- 이정하, 길의 노래
우리가 함께 있지 않는 시간에도
우리의 우리는 안녕했으면.
너와 나는,
그렇게 여전히 우리였으면.
- 하현, 달의 조각
내가 먼저 빠졌다.
만만하게 봤는데 목숨보다 깊었다.
- 전윤호, 물귀신
아픈데는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없다, 라고 말하는 순간
말과 말 사이의 삶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물소리가 사무치게 끼어들었다
-이병률, 눈사람 여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