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 기간 내내 몸을 낮추고 ‘로 키(low-key)’ 행보를 하고 있다. 한·중 양국 간 신뢰를 밑바닥부터 다시 다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한·중 수교 25주년인 올해가 지나기 전 어렵게 성사된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양국 간 ‘사드(THAAD) 갈등’ 해소 기틀을 마련하려는 절실한 전략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15일 중국 베이징대에서 한·중 유학생 300여명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도 중국 달래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중국 19차 당대회를 언급하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연설을 통해 경제성장뿐 아니라 인류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 나아가려는 중국의 통 큰 꿈을 보았다”고 말했다. 또 “중국이 법과 덕을 앞세우고 널리 포용하는 것은 중국을 대국답게 하는 기초”라며 “주변국들로 하여금 중국을 신뢰하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호혜상생과 개방전략 속에서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을 견지하겠다는 시 주석의 말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이 대국으로서 더 많은 포용성과 관용을 보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양국 간 사드 갈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라며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중국이 더 많이 다양성을 포용하고 개방과 관용의 중국정신을 펼쳐갈 때 인류가 풀지 못한 숙제도 실현 가능한 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 양국의 인연, 교류의 폭과 깊이도 유달리 강조했다. 한국 내 중류(中流)를 언급하면서 “한국 청년들은 양꼬치와 칭다오 맥주를 좋아한다. 쓰촨요리 마라탕이 새로운 유행”이라고 했다. 또 “한·중 간 천애지기(天涯知己·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를 알아주는 각별한 친구)가 수만 명으로 늘어나고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방중 내내 ‘홀대’ 논란에 시달려 왔다. 그럼에도 방중 첫날 난징 대학살을 추모하는 메시지를 냈고 노영민 주중대사를 추모식에 급파했다. 이에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난징 대학살 추모식에 대사를 참석시켜준 점에 감사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시 주석에게 양국 소통을 강화하자는 의미에서 한자 ‘통(通)’이 새겨진 고 신영복 선생의 서화도 선물했다.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 문화공연에는 시 주석 내외를 초청했다. 당초 정부 주최 행사였지만 청와대는 시 주석의 참석을 위해 한·중 공동 행사로 격상시켰다.
당초 중국 정부는 난징 대학살 추모 분위기를 감안해 문 대통령의 방중 시기를 이달 말∼내년 초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한·중 수교 25주년인 올해를 넘기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이 올해를 넘기지 않고 국빈 초청한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수행 중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드 문제로 1년2개월 이상 썰렁한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모든 게 100% 만족하게 될 순 없다. 하나씩 바꿔나갈 수 있는 중요한 기틀을 만들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
홀대한다고 썼다가 기레기 소리 들으니깐 몸 낮췄다는 식으로 애둘러 표현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