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우물이 사람을 집어삼켜요.” 극초반 나오는 대사처럼 영화 ‘7년의 밤’(추창민 감독)은 엄청난 흡입력으로 관객들을 집어삼킨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의 추창민 감독이 6년만에 내놓은 신작 ‘7년의 밤’은 소설가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스릴러물. 한 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최현수(류승룡 분)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오영제(장동건 분)의 7년 전의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렸다.
안개마저 짙은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영화는 러닝타임 123분 내내 숨 막히는 전개와 가슴을 조이는 극강의 긴장감으로 이어간다. 특히 초반 10여분은 악의 기운이 넘치는 장동건의 연기가 엄청난 파괴력으로 관객들을 숨 죽이게 하고, 꽃 같이 여린 소녀의 위기는 두손을 꼭 쥐게 한다.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된 최현수의 이야기지만, 현수로 하여금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고 관객들마저 공포에 떨게 하는 건 아내와 딸 세령에 대한 집착과 광기에 가득 찬 오영제다. 최현수의 관점으로 영화가 흘러가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오영제에게 현수도 관객도 옥 죄이고 끌려가는 느낌이다.
그래도 숨통이 트이는 건 고경표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최현수가 체포된 뒤 아들 서원(고경표 분)은 학교에서 살인자의 아들로 낙인 찍혀 온갖 수모를 당하는 등 처참하게 무너진 가정의 아픔을 그리며 관객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전까지는 도망치고 싶은 마음으로 영화를 지켜보게 했다면, 서원을 등장시키면서부터는 영화 안으로 쑤욱 들어가게 만든다. 서원을 통해 아버지와 자식, 부성애를 이야기하며 마음을 울린다.
추창민 감독은 성악설에 대한 고민으로 이 영화를 접근하며 최현수와 오영제를 통해 인간의 악을 그렸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심연의 울림 같은 인간의 진짜 소리를 듣게 하는 영화를 내놓았다. 무엇보다 영상와 음향 등이 어울어진 완성도 높은 연출력이 ‘7년의 밤’을 더욱 깊이 있게 했다.
그러는 사이 과연 이 영화의 끝은 무엇일까 가늠할 수 없게 폭주열차처럼 달려가던 긴장감은 물에서 건진 세령의 시체와 눈이 마주친 뒤 밤마다 세령을 본다는 서원의 결말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으로 옮겨가게 된다. 그러면서 영화가 끝날때까지 멈추지 않는 오영제의 악행은 어느덧 결말을 향해 달려가기 위한 동력처럼 느껴지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는 밀도 높은 연출을 통해 시너지를 폭발한다. ‘광해’ 이후 추 감독과 재회한 류승룡이 인간의 민낯을 보여주는 연기로 감탄사를 뿜어내고, 장동건은 압도하는 에너지로 극악무도함을 보여주며 악역의 새로운 한 획을 쓸 만한 인생캐릭터를 만들었다. 극과 극의 류승룡과 장동건 사이에서 고경표와 또 다른 조연배우 송새벽이 섬세하고 절제된 연기로 여백을 채웠다.
‘7년의 밤’은 오는 28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cho@sportsseoul.com
기사/뉴스 [SS무비] 장동건의 파괴력X류승룡의 몰입감, 집어삼킬듯한 '7년의 밤'(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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