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어뷰징’ 가득한 음원 차트 누가 볼까?  
948 9
2017.10.17 03:51
948 9
케이팝에서 기록이란 이뤄지는 결과가 아니다. 팬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수상 횟수, 음악방송 1위, 음반 판매량, 그리고 음원차트 성적이 대표적인 예다. 최종적으로 기록되는 성적 외에도 지표는 많다. 한 음반의 수록곡이 차트 상위권에 나란히 오르는 ‘줄 세우기’, 실시간 점유율을 나타내는 ‘지붕킥’ 등이 그렇다. 주로 대중적인 관심사를 나타내는 이런 기록들은 팬덤에겐 이뤄야 할 ‘목표’가 된다. 검색어, 투표, 트위터 트렌드, 또는 아티스트와 관련된 부정적 연관검색어를 밀어내기 위한 연관검색까지, 팬들은 다수의 인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그중 정점에 있는 것은 음원 성적이다. 음원을 반복적으로 스트리밍하고 내려받아 순위를 높이는 일인데, 여러 대의 기기와 다중 계정을 사용해 음원을 무한정 틀어놓는 일은 다반사다.

어떤 시스템이 가진 허점을 이용해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는 결과를 의도적으로 이끌어내는 일, ‘어뷰징’이다. 이에 대해, 음원 사이트들은 아이돌의 차트 점령을 막겠다며 집계 방식을 변경하기도 했다. 하지만 팬들은 언제나 그렇듯 기술적 필터링을 우회할 대책을 찾아내 공유하며 이를 무력화했다. 아이돌 세계에서 스트리밍은 너무나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티스트 본인이 팬들에게 ‘스밍’을 요청하는 일도 다반사고, 때론 유명 저널리스트마저 이를 권하는 발언을 하기까지 할 정도다.

그래서 지금 음원차트 성적은 거의 무용지물이다. 본래 음악 차트는 지금 인기 있는 음악을 보여주고, 이를 후대에 증언하는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갖는다. 이를테면 윤종신의 ‘좋니’를 통해 후일 우리는 음악 홍보 채널이 다변화된 2017년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형 아이돌이 컴백할 때마다 사실상 차트가 ‘조작’된다면 데이터에는 대량의 ‘노이즈’가 포함된다. 그럴 때 차트가 증언할 수 있는 오늘이란 ‘팬덤의 화력이 대단했다’는 것에 불과하다.

음원차트에서 실질적 이득을 보는 것은 결국 음원 사이트다. 결제 대금을 비롯해, 영업이익과 직결되는 수치들이 한없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만일 차트가 차트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한다면, 팬들은 매우 무가치한 희생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희생이 작은 것도 아니다. 공장식 스트리밍을 위해 본인인증된 계정이나 이메일, 비밀번호 등을 대량 수집하는 것도 당연시된다. 계정을 바꿔가며 유료결제를 반복하기도 한다. 팬에게 남는 것은 작은 성취감과, 팬으로서 ‘진정성’의 징표가 전부다. 팬덤 내 분쟁이 있을 때 사이버불링을 당하지 않기 위해 ‘스밍 인증’을 증거로 제출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단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도 하겠지만, 팬들이 착취당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런 팬들에게 자정을 요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이 걸리기만 하면 어디라도 ‘기 살려주기’ 위해 헌신적으로 투표하고 참여하는 게 팬들이다.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의 발로인 만큼, 팬들은 어떤 환경이 되더라도 크고 작은 희생을 자발적으로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피착취 당사자에게 시스템의 개선을 요청하는 것은 무리다.

결국 기형적인 음원차트를 개선하는 일은, 집계의 주체인 음원 사이트가 결단해야 할 문제다. 실시간 차트로 경마장 같은 경쟁 구도를 지속하면서 ‘줄 세우기’만 당장 눈앞에서 치우는 건 한참 부족한 미봉책이다. 어뷰징을 막을 장기적 전략과 시스템적 대책을 마련하고, 팬들에게 무력화당하고, 또다시 방어벽을 세우는 지긋지긋한 싸움을 시작해줘야 한다. 이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청이 아니다. 스트리밍으로 인한 이득과 차트의 권위 사이의 선택이다. 알다시피 우리 음악 시장에서 권위 있는 차트란 오래도록 공석이다.

미묘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

원문보기: 
http://m.hani.co.kr/arti/culture/music/812998.html?_adtbrdg=e#_adtLayerClose#csidxcefdc393e65aae48864a15338f7d9e1 




공감돼서 퍼옴
이미 음원차트가 공신력보다 팬들이 벌어다주는 수익을 우선하고있는 상황에서 팬들만 비판한다고 바뀔게 뭐가 있냐 싶음
바꾸려면 차트가 바뀌어야되는데 곡만 올려주면 알아서 돈 퍼다 바치는걸 마다할리가 없지 ㅇㅇ

그런 의미에서 문체부에서 지금 하고있는 차트 개혁 필요했던거라고 보는데 지금 바뀐 차트들은 이런 현상을 완화하는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더 심화시켰다고 봄
목록 스크랩 (0)
댓글 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스쁘아 x 더쿠] 바르면 기분 좋은 도파민 컬러 블러립 에스쁘아 <노웨어 립스틱 볼륨매트> 체험 이벤트 466 00:08 11,635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49,665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2,813,142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3,606,63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127,941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084,324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3 21.08.23 3,344,31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5 20.09.29 2,171,98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36 20.05.17 2,893,45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452,20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7,831,15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387269 이슈 환승연애 상정 인스타 업로드 14:53 0
2387268 유머 티빙 야구팬들 공구 프로필 상태 14:53 55
2387267 이슈 정채연 인스타그램 업로드 1 14:52 212
2387266 이슈 신예은 친구로 나왔던 고윤정.gif 3 14:48 1,293
2387265 기사/뉴스 "임영웅·나훈아 공연표 50만원"...처벌에도 사라지지 않는 '암표' 4 14:48 212
2387264 유머 보드게임 좋아하는 덬들이 보면 미치는 환상의 탁자 6 14:47 484
2387263 기사/뉴스 '김건희 여사 몰래 촬영' 최재영 목사, 스토킹 혐의로 경찰 조사 9 14:47 425
2387262 유머 아궁빵 몰라서 어리둥절했던 강동호(백호) 1 14:46 126
2387261 유머 기아 타이거즈 김건국 선수 등장곡 6 14:46 496
2387260 기사/뉴스 ‘나솔사계’ 데프콘, 8기 옥순에 “마음만 먹으면 남자들 다 넘어와” 1 14:46 495
2387259 이슈 어제 거의 새벽 두시까지 라이브로 팬들이랑 소통한 엔믹스 해원.x 1 14:45 202
2387258 기사/뉴스 '계곡 살인' 이은해, 남편과 혼인 무효…법원 "착취 관계" 2 14:45 212
2387257 이슈 카페에 오래 앉아있다가 쫓겨났어요 ㅠ ㅠ 13 14:45 1,335
2387256 기사/뉴스 [속보] 인천서 허공에 흉기 휘두르던 20대 남성 체포…응급입원 조치 14 14:42 1,795
2387255 기사/뉴스 [KBO]"성실한 심판이었는데 안타깝다" 28년 베테랑 심판, 예상밖 해고징계에 야구계 술렁 26 14:39 1,856
2387254 기사/뉴스 [단독] 세븐일레븐 PB '푸하하크림빵 딸기' 판매 중단…"팽창 현상" 6 14:37 2,153
2387253 이슈 은퇴 파티하는 폭발물 탐지견 8 14:36 919
2387252 이슈 [MLB] fox sport가 뽑은 지금까지 루키 탑10 2 14:36 423
2387251 이슈 🐼 루이바오 후이바오 최신 근황 정리🐼 (에피소드 3개) 16 14:36 2,110
2387250 이슈 고등학생 팬에게 따뜻한 조언 해준 베이비몬스터 아현.jpg 23 14:35 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