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놀림이 두려워… 텐트서 컵라면 끼니 때우는 아이들
2,717 16
2017.11.23 14:32
2,717 16

[동아일보]
학교 문닫고 부모 출근… 홀로 남아
낯선 공간 급식 줄 서기 엄두 못내… 여진 공포에 담요 쓴채 온몸 떨어

0003110134_001_20171123030450497.jpg?typ

이재민 대피소 한쪽 놀이공간에 아이들이 모여 놀고 있다. 포항시는 부모가 출근하는 등의 이유로 홀로 남은 아이들을 위해 22일 놀이공간을 조성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엄마, 또 지진 나면 흥해중학교에서 만나요.”

22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박모 군(9)은 출근하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흥해중은 옥외대피소다. 엄마는 “그래, 거기서 만나. 아들” 하며 텐트 문을 닫아줬다. 이날 체육관에 친 텐트 10여 곳에는 어린이들만 남았다.

다른 대피소도 비슷하다. 이재민이 됐지만 부모는 다시 직장을 나가야 했다. 임시 폐쇄된 7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피소에 남는다. 2인용 텐트에 홀로 있다. 작은 여진에도 불안해한다. 이날 낮 12시 41분 규모 2.5 여진이 발생하자 한 아이는 담요를 뒤집어썼다.

아이들은 컵라면과 과자로 배고픔을 해결한다. 자원봉사자들이 끼니마다 따뜻한 국밥을 주지만 별도 공간에서 낯선 어른들과 먹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한 엄마는 “아이가 급식 줄을 서기 싫다며 라면만 먹는다”며 걱정했다.

새 구호품을 받거나 ‘이주 희망 신청서’ 같은 공문서도 챙긴다. 이재민 1000여 명이 흥해초교와 남산초교로 나눠 이주한 첫날인 19일, 구호품 줄에는 아이들이 보였다. 아이들은 구호품을 두고 “받아가지 않았느냐” “아니다” 실랑이를 벌이는 공무원과 어른들을 지켜봤다. 한모 양(10)은 “구호품을 받을 때 내가 이재민이라는 걸 알게 된다. 돈 더 받으려고 대피소에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어른을 보면 속상하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대피소 입구에서 목에 찬 명찰을 확인한 뒤에야 이재민을 대피소로 들여보낸다. 이재민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게 답답한 아이들은 명찰을 벗고 다니기 일쑤여서 다시 대피소로 들어갈 때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곤 했다.

장모 씨(45·여)는 “텐트에 명찰을 두고 나간 아이가 대피소 문 옆에서 위축돼 서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북구 9개 대피소 가운데 세 곳에 있는 심리지원센터에는 이날까지 아이들 16명이 찾았다. 부모 몰래 오는 경우가 많았다. “담요 같은 구호품을 달라는 엄마에게 화내는 공무원 아저씨를 봤다. 우리 가족을 거지 취급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한 아이도 있었다. 어른들이 주변에서 언성을 높이며 싸우자 스트레스를 받아 담요에 용변을 본 아이도 있다. 김모 양(12)은 “언제 짐을 싸서 대피소를 옮기라고 할지 몰라 공무원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듣고 엄마한테 카톡을 한다”고 했다.

지진 발생 8일째로 접어들자 주변의 배려도 지쳐 간다. 다른 엄마는 “학원비를 독촉하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학원 선생님한테 ‘제발 아이한테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포항=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목록 스크랩 (0)
댓글 1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세상의 주인이 바뀌었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예매권 증정 이벤트 323 04.24 29,618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559,286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027,839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3,816,35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317,397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311,17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3 21.08.23 3,410,06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7 20.09.29 2,247,671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41 20.05.17 2,965,77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524,60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7,901,257
모든 공지 확인하기()
2392644 이슈 영화 시사회가 끝나고 대부분의 기자들이 한장면에 대한 질문만 계속했다고 하는 명장면 00:29 277
2392643 유머 사람다루는법이 비결이 궁굼한사람.jpg 1 00:29 162
2392642 정보 서태지와 아이들 - 하여가 MV (4K) 3 00:27 67
2392641 유머 @ : 내가 아이돌이엇으면 이 부분 챌린지 하자고 할까봐 세븐틴 지나갈 때 대기실 문 잠그고 회피함 4 00:26 970
2392640 이슈 민희진 추가발언 할거같은데 제발 이거 하나만큼은 하이브 말 들었으면 하는거 40 00:24 3,788
2392639 기사/뉴스 떠난다는 교수, 안 돌아오는 의대생들…난처한 대학 “누구 믿고 증원계획 짜나” 2 00:24 134
2392638 이슈 <Mad> 의 사랑스러운 버전이라는 어제 발매한 바다 새싱글 ‘핑@.@ feat.. 트루디 00:23 148
2392637 이슈 [MLB]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유망주로 꼽히는 폴 스킨스 00:23 102
2392636 이슈 민희진이 아일릿 언급한 게 이해되는 대목 192 00:20 11,258
2392635 이슈 에뛰드 광고모델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연예인은? 71 00:20 942
2392634 기사/뉴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형사소송으로 배임죄를 증명하는 것은 무척 까다롭고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하이브가 민사소송을 통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고발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7 00:20 2,379
2392633 이슈 브랜뉴 힙합 아이돌 재데뷔 뮤비 티저.mov 5 00:19 473
2392632 이슈 실시간 카타르와 일본 축구 근황 16 00:19 1,860
2392631 이슈 오늘(26일)6PM 공개되는 지코 신곡(Feat.제니) 뮤비 썸네일.jpg 23 00:16 1,328
2392630 이슈 22년 전 오늘 발매된_ "Sea Of Love" 7 00:16 182
2392629 이슈 [KBO] 아 ㅅㅂ 포크볼이야 5 00:16 1,021
2392628 이슈 현재 대중들 여론 뒤집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jpg 426 00:16 20,250
2392627 이슈 MCND 6TH MINI [X10] COMING SOON 4 00:16 148
2392626 기사/뉴스 '77세 득남' 김용건 "늦둥이 낳고 나서 '대인기피증'까지 생기더라..."(꽃중년) 21 00:14 1,192
2392625 이슈 7년전 오늘 발매된, 모모랜드 "어마어마해" 1 00:12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