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문소영의 컬처 스토리] 왜 명절이 재미 없어졌을까
1,630 21
2017.09.25 07:50
1,630 21
추석·설보다 크리스마스·핼러윈을 좋아하는 사람을 개탄하는 글이 해마다 올라온다. 그런데 그에 대한 반박의 목소리도 소셜미디어에서 해마다 커진다. “외국 명절은 볼거리·즐길 거리가 있는데, 우리 명절은 재미가 없다.” “차례 음식 만드느라 뼈 빠지게 일하고 그다음엔 친지 잔소리 듣는 게 다잖아?” 올해 추석은 긴 황금연휴라 여행 계획하며 들뜬 사람도 많지만, 기혼여성 중에는 “시댁에서 일할 날짜만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도 많다. 

그런데 이렇게 재미없고 스트레스받는 게 과연 우리나라 명절의 전통일까? 조선 후기 명절 풍속을 집대성한 『동국세시기』를 보면 흥미진진한 놀이와 행사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사월초파일에는 집집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세우듯 기둥을 세워 형형색색 연등을 달았다. 특히 저잣거리에는 기묘한 등이 잔뜩 진열돼 구경꾼이 몰렸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퉁소나 거문고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논다. (조선 버스킹?) 장안은 불야성이 된다.” 이렇게 현대인의 축제와 다를 바 없고, 그래서 부활한 이곳저곳 연등축제는 내·외국인 불문하고 인기를 누린다. 

0002757550_002_20170925064346041.jpg?typ원본보기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추석 역시 본래 축제일이다. 추수기에 한숨 쉬어가며 ‘닭 잡고 술 빚어 온 동네가 취하고 배부르게 먹으면서 즐기는’ 날이었지, 조상 제사상 차리는 게 주된 일이 아니었다. 국립민속박물관과 성균관에 따르면, 조상의 기일에 지내는 기제사와 달리, 명절에 지내는 차례는 즐겁게 먹고 놀면서 그 김에 조상님께도 인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차례상도 간소해서 술과 과일·포 정도에 송편 같은 절식 하나만 추가해 올렸다고 한다. 따라서 큰 차례상 부담 없이 쉴 수 있었다.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 노래에 따르면, 심지어 추석은 며느리가 친정으로 ‘휴가’ 가는 날이었다. “초록장옷 반물(짙은 남색) 치마 장속하고 다시 보니 여름지어 지친 얼굴 소복(원기회복)이 되었느냐. 중추야 밝은 달에 지기 펴고 놀고 오소.” 

현대 한국인이 전통명절에서 멀어지는 건, 놀고 즐기자는 진정한 전통이 사라져서다. 성평등의 명절문화 만들기가 화두인데, 명절의 근본 의미로 돌아가면 이게 더 쉬워진다. 차례를 한층 간소화하고 집 밖에서 축제 즐기는 시간이 늘어나도록 변해야 한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2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스쁘아 x 더쿠] 바르면 기분 좋은 도파민 컬러 블러립 에스쁘아 <노웨어 립스틱 볼륨매트> 체험 이벤트 364 00:08 5,500
공지 ┴┬┴┬┴┬┴ 4/20(토) 오전 8시 서버 작업 공지 ┴┬┴┬┴┬┴ 04.19 12,838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33,256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2,802,155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3,593,24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116,941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072,66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3 21.08.23 3,340,223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5 20.09.29 2,166,71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36 20.05.17 2,889,39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448,15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7,826,787
모든 공지 확인하기()
2387035 정보 네이버페이 디스커버리 키즈 인스타 팔로우 120원 2 05:01 80
2387034 유머 덬들은 이러고 운전할수 있다 없다?! 04:59 73
2387033 유머 새벽에 보면 엄청 추워지는 괴담 및 소름돋는 썰 모음 160편 1 04:44 146
2387032 이슈 이찬원 비하인드 포토 공개 04:41 117
2387031 이슈 외국인에게 너무 예쁘네요 소리 들은 썰....txt 6 04:34 880
2387030 이슈 강아지랑 제주도 여행 가지마라...... 8 04:00 1,882
2387029 이슈 섬고양이들은 둘씩 짝을 지어 다닌다...jpg 18 03:53 1,956
2387028 이슈 바다거북아 인간이 미안해 1 03:42 935
2387027 정보 전직 판사에게 물어봤다! 판사가 선고하는 형량이 적은 이유? 03:40 663
2387026 정보 우리나라 법정 형량이 정말로 낮은 편일까? <꽤나 중요하고 상당히 상세한 글> 27 03:35 1,289
2387025 이슈 '계곡살인' 이은해, 피해자 남편과 혼인 무효…"일방적 착취" 2 03:34 1,034
2387024 유머 디테일하기로 유명했던 김수현 작가 대본.jpg 27 03:29 2,262
2387023 유머 하악ㄱㄱ 빨리 안 쓰다듬고 뭐하냐? 2 03:29 857
2387022 이슈 🐼 드디어 그의 정체에 대해서 알게 된 푸바오.jpg (가방 따때요...) 8 03:24 2,126
2387021 유머 엄마들은 극혐하는데 애기들은 개좋아할거 같은 놀이터의 물놀이 퍼들 7 03:20 1,889
2387020 이슈 어느 디씨인의 가성비 수육 레시피.jpg 19 03:16 3,120
2387019 유머 사자도 영락없는 고양이인 이유 ㅋㅋㅋㅋ (청주동물원 도도) 3 03:12 1,691
2387018 팁/유용/추천 노래 중간에 반주가 끊겨서 무반주로 라이브한 성시경 1 03:10 650
2387017 이슈 손끝에 있던 금메달 대신 동생을 끌어안다 15 03:04 2,369
2387016 유머 @: 대학원생이 좀비를 물면 좀비가 대학원생이 되는 설정은 어떻습니까.jpg 8 02:56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