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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아내가 이혼하자는 남편분들께 드리는말씀(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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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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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기서 남편에 대한 불만들 보며 한번 더 자기반성하는 남편입니다
오늘 어머니때문에 아내가 이혼하자는 글을 보고 저같은 사람들이 더 없었으면 해서 글을 씁니다 고해성사같기도 하니 악플은 삼가해주세요 저도 제가 많이 잘못한거 압니다 ㅜㅜ

제 아내의 결혼조건 1순위가 시집살이가 없는것이었습니다
장모님이 워낙 호되게 시집살이를 당하셨던게 이유였고요
평소 온화한 제 어머니 성품으로 보아 시집살이같은건 전혀 안시키실꺼라고 생각하고 절대 그런일 없을꺼라 호언장담하고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보니 제 어머니가 남들보다 훨씬 심한 시어머니더군요
초반엔 몰랐습니다 아내가 불만을 얘기할때마다 내 어머니가 그럴분이 아니다 오해가 있는것같다 생각하고 그 오해를 풀려고만 했습니다
제 부모님이 잘못하신것도 시부모님이 며느리한테 그정도는 할수있지 다들 그러고 사는데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아내가 더이상 부모님에 대한 얘기를 하지않더니 이혼하자더군요
제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누가 이깟일로 이혼을 하냐고 했습니다
아내가 아무리 이혼을 얘기해도 제가 완강히 버티니 아내가 부부상담을 받자고 했고 흔쾌히 응했습니다
다들 그러고 산다는걸 네가 유난떤다는걸 아내에게 알려주고싶었습니다

세번째인가 네번째 상담에서 상담사가 아내에게 부부상담보다 정신과치료가 우선이라는 얘기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항상 의연하고 현명했던 멘탈 튼튼한 아내라 충격이 컸습니다
연계된 정신과에서 상담을 하니 아내의 자살충동이 위험수준이라 최소 일주일 입원치료를 권한다는 의사소견에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입원해서 진정제때문에 눈도 제대로 못뜨는 아내를 보면서 내가 무슨짓을 한건가 싶었습니다
아내가 정신과치료에 집중하는동안 저는 계속 상담을 받으면서 나와 내 부모님이 아내에게 사람이 못할짓을 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이게 몇달 걸렸습니다

항상 생글생글 에너지 넘치던 아내가 정신과 입원을 하는데까지 일년밖에 안걸렸습니다 사람 망가지는거 한순간이더군요
그 후로 아내와 제 부모님의 연락을 완전 차단시켰습니다
집에 행사가 있으면 저 혼자 가고 제가 혼자 가는것도 아내가 못마땅해할때는 가지 않습니다
아내와 함께 있을때는 부모님과 통화도 하지않습니다
명절때마다 안좋은 기억에 괴로워하는 아내를 데리고 여행을 갑니다
아내가 욱해서 예전 일들을 얘기할때마다 잘못했다고 사과합니다
이렇게 해도 아내는 2년 넘게 정신과치료를 받고있습니다


나에게 좋은 부모님이라고 해서 아내에게 좋은 시부모님은 아닙니다
남편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도 아내는 상처를 받습니다
고부갈등은 남편이 해결해야합니다 내 부모의 문제라 아내가 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초반에 해결하지 않으면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내 부모는 나쁜사람이 아니다 라는 생각을 버리시고 온전히 아내의 입장에서 얘기를 들어주세요
아내가 이혼을 말하는 단계라면 내 부모님과 연을 끊을 각오를 해도 아내의 마음을 돌리는데까지 아주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내는 남편들이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깊은 상처를 가지고있을껍니다. 잠깐 노력하고 말꺼면 차라리 놔주세요.

제 부모님은 아직도 본인들은 잘못한게 없다 오해다 라고 생각하십니다
부모님이 아내를 만나서 오해를 풀고싶다고 하시면 제가 아들 이혼하는거 보고싶냐고 칼같이 끊습니다
저는 그런 부모님이 많이 밉습니다
가장 밉고 한심한건 아내가 이렇게 될때까지 놔둔 제 자신입니다
저는 매일을 아내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고있습니다

이 글을 보고 안일하게 생각하다 저처럼 후회하실 분들이 한명이라도 줄어들었으면 합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pann.nate.com/talk/337543666


올 6월 글이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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