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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강유미가 불편한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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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4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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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미에 대한 ‘열광’ 이면에 짚어야 할 것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보여준 강유미의 엠부시, 그 효용과 한계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지난 22일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개그우먼 강유미가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강원랜드에 몇명이나 꽂았어요?”라고 물은 장면이 화제가 됐다. 23일 강유미는 포털검색어 1위에 올랐고, 권성동 의원 역시 검색어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강유미가 ‘블랙하우스’에서 보여준 질문 기법은 ‘엠부시’(ambush, 매복이라는 뜻)로 기자들 취재 방법 가운데 하나다. 영화 ‘공범자들’에서 최승호 전 뉴스타파 PD가 했던 취재방식이 엠부시 기법의 대표적인 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언론장악의 공범자라고 지목받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와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다.

엠부시 기법을 쓴 기자나 PD들은 ‘정의의 기자’, ‘참기자’ 등의 대명사가 되기도 한다. 이번 강유미 건만 봐도 “기자들은 뭐하냐”, “강유미가 더 잘한다”, “올해의 기자상은 강유미”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강유미의 질문은 엠부시의 효용을 아주 잘 보여준 사례다. 엠부시의 장점은 여론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권성동 의원에게 던진 강유미의 질문이 알려지는 것은 곧 ‘권성동 의원이 강원랜드 채용 비리와 관계 있다’를 알려주는 효과를 가진다.

이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권성동 의원이 강원랜드 비리와 관계있다는 것을 몰랐던 사람들은 이제 그 연관성을 주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자유한국당이 부정적인 여론을 무시하고 권성동 의원을 지방선거 사령탑으로 기용하고 있지만 비난여론이 거세진다면 전략을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엠부시가 어떤 새로운 사실을 캐내는데 효과적이기보다 ‘사실 알리기’에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엠부시의 한계도 있다. “강원랜드에 몇명이나 꽂았어요?”라는 질문에 권성동 의원이 “누구누구를 꽂아줬다”고 자백하는 일이 벌어질 확률은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이다. 제기된 의혹을 확인하는 데에는 엠부시보다 검찰 조사 결과를 취재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프로그램을 본 후 “기자들은 도대체 뭘하냐”, “기자들은 왜 저런 질문을 하지 않냐”고 하는 것은 두가지 이유로 부적절하다.

첫째, 기자들은 이미 수십 번 자유한국당에 권성동 의원과 관련된 질문을 해왔다. TV에 나오지 않은 것 뿐이다. 23일 하루만 해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는 “권성동 의원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도 당내 지방선거를 총괄하는 역할을 해도 괜찮은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기자들의 일반적 취재모습은 TV에 잡히지 않을 뿐이지, 기자들이 관련된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둘째, 기자들은 엠부시 기법보다 ‘사실’을 캐내기 위해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취재하고 있다. 권성동 의원과 강원랜드 채용 비리를 2017년도부터 보도해 온 기자들은 여전히 TV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취재를 하고, 새로운 사실을 건져내고 있다.

권성동 의원 관련 사건을 취재하는 검찰들을 취재하고, 수사기록을 취재하고, 2012년~2013년 강원랜드의 채용 관련 문건을 구하러 다닌다. 관련된 인사들을 취재하는 것은 기본이다. ‘무조건 해줘야 해…드러나는 강원랜드 부정취업 전말’(중앙일보), ‘권성동 쪽 채용청탁 10여명, 강원랜드 문건으로 확인’(한겨레), ‘면접 점수는 연필로, 강원랜드 채용 비리 백태’(YTN)와 같은 단독기사들이 대표적이다.

엠부시로 권성동 의원의 비리 연루 의혹을 널리 알린 강유미의 성취를 깎아내릴 생각은 전혀 없다. 취재를 해서 알지 못한 사실을 캐내는 것만큼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을 널리 알리는 것 두 가지 모두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엠부시를 하지 않는다고 기자들이 아무런 취재활동을 하지 않는 것처럼 비난하는 건 부적절하다. 강유미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미 권성동 의원과 강원랜드와 관련된 의혹을 밝힌 기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기자들의 취재가, 강유미의 사이다 질문으로 폭발적으로 터진 이 순간, 가장 큰 비판 대상은 이런 권성동 의원을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한 자유한국당이 아닐까.

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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