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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일본 미화할 의도 없었다지만... '미스터 션샤인'의 큰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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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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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으로 역사읽기] tvN 사극 <미스터 션샤인> 3번째 이야기, 흑룡회의 실체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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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흑룡회 문제에 대한 일부 시청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현양사가 흑룡회의 상부 조직이라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작진이 비판을 의식해 흑룡회를 무신회로 바꾸긴 했지만, 논란이 잠재워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드라마에서 배우 유연석이 연기하는 구동매란 인물은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설움을 겪다가 일본으로 건너간 뒤, 극우단체 흑룡회 지부장으로 돌아와 조선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구동매는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는 하지만, 여성 주인공인 고애신(김태리 분)에게 애틋한 마음을 표현한다. 그래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소지가 있다. 거기다가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설움을 겪었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에, 험악한 행동이 미화될 소지도 없지 않다. 또 배우 유연석의 이미지가 선해서 구동매 배역이 동정을 끌 여지도 없지 않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일부 시청자들은 "극우단체 현양사의 하부 조직인 흑룡회가 이 드라마로 인해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낼 가능성이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비판은 "드라마를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극우단체인 현양사(玄洋社, 겐요샤)는 조선 고종 때인 1881년 설립됐다. 핵심 구성원들은 낭인(浪人, 료닌)들이었다. 옛날 일본에서 낭인이란 말은 직장을 잃은 실직 무사를 지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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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회는 겐요사 하부조직?

바로 그 현양사 조직원들이 벌인 만행 중 하나가 1895년 명성황후(민비) 시해다. 시해 사건을 계획한 미우라 고로 일본공사도 현양사 출신이고, 경복궁에 침입한 낭인 중 하나로 "민비의 마지막 숨을 내 손으로 끊었노라"고 자랑했던 도우 가츠아키도 현양사 멤버였다. 이런 현양사가 흑룡회의 상부 조직이라는 말이 있으므로, 흑룡회 멤버를 긍정적으로 묘사할 가능성이 있는 <미스터 션샤인>이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양사가 흑룡회의 상부 조직이라는 말에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 흑룡회(黑龍會, 고쿠류카이)는 1901년 설립됐다. 이 단체의 설립에 관해서는 아래 서술이 가장 객관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채수도 경북대 교수의 발표문 '흑룡회의 아시아주의 운동'에 나오는 대목이다.

"흑룡회는 현양사, 동아동문회, 자유당 좌파, 천우협, 이육신보(二六新報), 헌정본당의 인물들에 의해서 구성되었다." -2004년 한국일본어문학회 학술발표대회 논문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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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문에 설명된 것처럼, 흑룡회는 현양사 조직원들로만 채워진 단체가 아니었다. 현양사의 내부 결의에 의해 창립된 단체도 아니었다. 형식상 별개의 단체였다. 그래서 개념적으로 볼 때는, 두 단체가 전혀 별개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은 까닭에, 두 단체의 관련성에 대해 학계에서도 논란이 있다. 위 발표문은 "현양사와의 관계에 대해서 선행(先行) 연구는 크게 3개의 견해로 나누어지고 있다"면서 두 단체의 연속성을 인정하는 쪽, 두 단체를 별개로 보는 쪽, 재정적 측면에서는 연관됐지만 인적·정신적 측면에서는 별개였다고 보는 쪽으로 구분했다. 두 단체의 연속성을 인정하는 쪽에서는 흑룡회를 현양사의 분파로 본다.

이런 논란이 생기는 것은 두 단체의 관련성을 확실히 입증할 물증이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현양사의 내부 결정으로 흑룡회가 세워졌다거나 현양사 멤버들만으로 흑룡회 조직이 채워졌다면, 이런 논란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사정을 입증할 증거가 없기 때문에, 논쟁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까지 생산된 연구결과만 갖고는 '흑룡회가 현양사의 하부 조직이었다'고 말하기가 곤란하다. 흑룡회가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했다고 말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독도와 을사늑약과 관련한, 흑룡회의 역사적 만행들

그렇다면, 흑룡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 그렇지는 않다. 이 단체는 1901년 창립됐다. 정치권과 연관돼 있기는 했지만, 실무진의 주축은 낭인들이었다. 21일의 <미스터 션샤인> 제5회에도 묘사됐듯이 이들은 유도 수련 등의 명목으로 조선에서 세를 확장했다. 이들은 1910년 조선왕조를 멸망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우리 역사에 죄악을 저지른 것이다. 우리뿐 아니라 동아시아 역사에도 범죄를 저질렀다.

"흑룡회는 현재 일본 우익의 사상적 원형인 대(大)아시아주의, 천황 중심주의, 국수주의라는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흑룡회의 역할은 표면적으로는 대아시아주의에 입각한 아시아의 공동번영과 강력한 서구세력에 대한 저항의식으로 나타났지만, 실질적인 활동은 어디까지나 일본제국주의의 팽창주의에 앞장선 전위대 성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대한무도학회지>에 실린 최종균 선문대 교수의 '일본 우익정치세력과 강도관 유도의 국내 유입에 관한 연구' 중에서.




조선에 대한 일본의 팽창주의 활동을 돕기 위해 흑룡회가 벌인 활동 중 하나가 독도 침탈이다. 이들은 일본 국민들에게 독도가 '주인 없는 섬'인 듯이 거짓 선전전을 전개했다. 일본 정부의 독도 침탈을 합리화하고자 그런 식으로 분위기를 조성했던 것이다.

김수희 영남대 독도연구소 연구교수가 집필한 '흑룡회의 독도 침탈 기도와 양코도 발견 기록의 재검토'라는 논문은 "흑룡회는 정보 수집을 위해 낭인들을 불러 모으거나 조사원을 파견하고 그들이 모은 정보를 정치·군사·외교에 영향력이 있는 인물들에게 제공하여 국가정책에 반영하였다"면서 이들의 독도 침탈 기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양코도'는 독도를 지칭한다.

"'양코도 발견'과 같은 유언비어를 신문이나 잡지에 유포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켰다. 이러한 고급 정보는 현지에서 제공한 고급 정보로 (포장되어) 고급 관료나 지식인들 사이에 전파되었다."-<전북사학> 제41호 중에서.

흑룡회의 거짓 유포 방식은 다케다 한시의 기고 활동에서 잘 나타난다. 흑룡회 회원인 그는 '한국 바다 어로활동 지침'으로 풀이되는 <한해통어지침 韓海通漁指針>의 서문에서 독도를 "소속이 없는 섬"으로 소개했다. 누구나 선점할 수 있는 섬인 듯이 선전한 것이다. 이 같은 거짓 선전을 근거로 한 일본 정부의 후속 조치는 다음과 같았다.

"일본은 흑룡회가 조작한 '양코도 발견'을 이용하여 이미 간행된 정부 문서를 고치고 <한국 수산행정 및 경제 韓國水産行政及經濟>와 같은 관찬 자료에 양코도 어업 근거지 건설을 계획하는 등, 독도가 조선의 땅이 아니라는 침략행위를 서슴지 않았다."-위 논문.

흑룡회의 거짓 선전을 기초로 일본 정부가 기존 공문서 속의 '독도=한국령' 근거를 없애고 본격적 독도 침탈에 착수했다는 이야기다. 흑룡회의 과감한 거짓말이 없었다면, 일본 정부가 그처럼 뻔뻔하게 독도를 강탈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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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의 큰 실수 

흑룡회가 우리 역사에 끼친 부정적 영향은 이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러일전쟁 때는 정보수집 활동을 벌여 일본의 승리를 도왔다. 일본의 러일전쟁 승리는 조선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함으로써 일본이 조선을 확실히 장악하도록 만드는 데 기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본이 을사늑약(을사보호조약)을 강행했던 것이다.

또 1909년 친일단체 일진회가 한일합병 청원서를 제출할 때도 흑룡회가 배후에 있었다. 일진회가 제출한 청원서는 다케다 한시가 작성한 것이다. 일본의 한국 강점을 가속화하는 데 흑룡회가 힘을 보탰던 것이다.

지금까지 열거한 사실관계만으로도 흑룡회가 우리 역사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쳤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흑룡회는 우리 민족이 식민지배 35년의 고통을 겪도록 만드는 데 기여했다. 이런 단체의 한성 지부장을 등장시켜 '호감을 주는 인물'로 묘사할 뻔했으니, 일부 시청자들이 <미스터 션샤인>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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