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연기에 목마르다."
배우 정경호(34)가 1년 전 일간스포츠와 취중토크에서 언급했던 말이다. 옆집 사람 같은 친근하면서도 편안하고 공감 가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힌 그는 자신이 뜻한 대로 걸어가고 있다. 몰입도 높은 연기력에 흥행까지 곁들여지며 2018년 기분 좋은 상승세를 탔다.
OCN 주말극 '라이프 온 마스'가 웰메이드 드라마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다. 동명의 영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지만, 1980년대 한국 사회를 현실감 있게 표현한 세트와 소품, 쫀쫀한 반전 스토리, 여기에 정경호의 연기력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정경호는 2018년 과학수사를 중심으로 수사를 펼치는 형사 한태주로 처음 등장했다. 갑작스러운 살인범의 공격으로 무의식 세계에 빠졌다. 1988년 형사가 돼 현실의 연쇄살인과 관련한 열쇠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실인지, 꿈인지 알지 못하는 세계에서 괴로움을 토로하기 일쑤. 귓속에서 맴도는 누군가의 목소리, 숨 가쁘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상황의 연속이다. 정경호는 "그만해"라고 외치며 혼돈에 빠진 한태주 캐릭터를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초점을 잃은 눈으로 휘청거리는 그를 볼 때면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리얼하다.
꼬이고 꼬인 실타래처럼 사건이 연이어 터진다. 하지만 알고 보면 뿌리가 하나인 사건. 연쇄살인범과 아버지 전석호(한충호)를 죽인 진범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고 실체를 밝히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액션신을 찍을 때 몸을 아끼지 않는다. 동료들과 호흡도 차지다. 박성웅(강동철)과 티격태격 브로맨스를 꽃피우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사에서 제외됐던 고아성(윤나영)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능력을 알아봐 줬다. 명장면으로 손꼽힌 장면은 아버지 전석호를 잃은 충격으로 같은 장면이 3번 반복되는 8회 엔딩이었다. 각기 다른 표정과 눈빛 연기를 소름 끼치게 해냈다. 정경호는 애틋한 오열로 심금을 울렸다.
한 번 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마력의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올해로 데뷔 16년 차인 정경호가 탄탄하게 다져진 연기력을 바탕으로 극에 스며들게 만들고 있다. 이정효 PD는 "정경호가 맡은 캐릭터는 정말 연기하기 어렵다. 이 어려운 것을 누구에게 이야기해야 하나 싶었다. 그 순간 정경호를 괴롭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 배우와 작품을 두 번 하는 것은 정경호가 처음이다. 그만큼 좋은 배우다"라고 밝혔다. 그 두터운 믿음은 작품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황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