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청 앞 광장이 대형화분으로 인해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2018.6.20/뉴스1 ⓒ News1 박기범 기자
보수당 출신 "허남식·서병수, 시정비판 목소리 막기 위해 설치"
"사소하지만 아주 큰 의미"… 오거돈 첫 '소통 행보' 대환영
(부산ㆍ경남=뉴스1) 박기범 기자 = 30여년 만에 부산 지방 권력을 교체한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당선인이 부산시 '불통 행정'의 상징인 시청 주변 화분(뉴스1 2017년 10월 20일 보도)을 없애고 그 공간을 시민에게 되돌려 주기로 했다.
20일 오 당선인 인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인수위원회 및 시민소통위원회 내부 회의결과 이같이 결정하고 구체적 방법을 모색 중이다.
시청 주변 화단은 부산시의 대표적 불통행정을 상징한다.
현재 부산시청 앞 광장에는 허남식 부산시장 당시 설치된 대형화분이 듬성듬성 놓여 있어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 시청 후문 인도에도 화단 11개와 광안대교·등대 모형을 설치해 놓았다.
부산시는 부족한 녹지를 확보하기 위한 화분이라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래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틀어막기 위한 화분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사회 단체 등에 따르면 시청 앞 광장에는 허남식 시장 당시 부산시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대형화분이 설치됐다. 이 광장이 시정에 반대하는 단골 집회장소로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대형화분을 설치해 집회 공간을 원천적으로 없애 버렸다는 것이다.
시청 후문 화단은 서병수 부산시장 임기 중 설치됐다. 이 곳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시민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부산시청 주변에서는 이들 화분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의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는 상태다.
특히 대규모 집회 장소 역할을 한 부산역 광장에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부산에서는 대규모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없는 실정이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화단 철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성명서 발표를 수차례 발표했지만, 부산시는 녹지가 부족해 화단을 조성했다는 해명만 계속해왔다.
지역 시민단체는 오 당선인 인수위의 이번 결정을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조치를 환영한다. 앞뒤 화단을 모두 없애야 한다"며 "시청 주변 화단은 불통행정을 상징한다. 소통시정을 위한 상징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양 사무처장은 "화단을 없앤 후 어떻게 활용할지 계획이 있겠지만, 이를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조치인 만큼 시민, 시민단체와 함께 활용방안을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제언하기도 했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부산은 그동안 일당이 독점하면서 시정이 일방적 독주를 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지방권력 교체의 상징성이 더해진 조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가 오 당선인이 강조하는 '소통'의 결과란 평가도 나온다. 오 당선인은 인수위원회와 별도로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시민소통위원회를 설치했다. 첫 인사 역시 소통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언론인 출신의 박상준 정무특보 내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화분을 치우는 것은 아주 사소한 부분이지만, 상징적 의미는 대단하다"며 "보다 구체적 구체적 실행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