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증가로 인해 많은 이들이 충분한 식량을 공급받지 못하자
유럽연합은 세계의 미래를 위해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확산시켰고
한때 텅 비어있던 식품 코너의 선반들은 가득 채워지게 되었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결과일까?
전세계적으로 다둥이와 유전적 결함을 지닌 아이들의 탄생이 급증했다.
식량 문제의 해결책이 또 다른 문제를 낳은 것이다.
정치인이자 유명한 생물학자인 니콜렛 케이맨 박사는
'산아제한법'이라 불리는 1가구 1자녀 정책을 위한 협회를 창설했다.
"산아제한법은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주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전국에 걸쳐 검문소들이 세워졌고
모든 시민들에게 신분증 팔찌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했다.
허가받지 않은 아이들은 냉동수면장치로 보내지게 됐다.
"당신의 아이는 우리가 더 좋은 미래를 건설하는 동안
배고픔과 위험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쉴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 일곱 쌍둥이가 태어났다.
엄마는 우리들을 낳다가 하늘나라로 떠났고
몇 년 동안 엄마와 교류가 없던 할아버지는 우리들의 아빠가 누군지 알 길이 없었다.
"이름은 생각하셨나요?"
"글쎄요, 일곱명이니까... Monday, Tuesday, Wednesday, Thursday, Friday, Saturday, 그리고 Sunday."
"너희들은 항상 함께해야 해. 혼자보다는 함께일 때 더 강해진단다.
때가 되면 너희 모두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게 될 거야."
할아버지는 우리들을 가르쳤다.
할아버지는 우리들을 위한 비밀공간을 만든 후 커다란 거울을 문처럼 달았다.
책꽂이 한편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거울이 움직였다.
가끔씩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훈련도 했다.
할아버지가 호루라기를 불면 우리 중 여섯 명은 짐을 정리한 후 재빨리 비밀공간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면 할아버지와 외동 손녀, 단둘이 사는 집처럼 속일 수 있으니까!
할아버지는 진짜 신분증 팔찌와 똑같은 다른 여섯 개의 신분증 팔찌도 만들었다.
우리에게 신분증 팔찌를 채워주며 할아버지는 말했다.
"내일은 아주 중요한 날이란다. 내일을 시작으로 각자 이름에 맞는 요일에 밖에 나갈거야.
일요일에는 Sunday가 밖에 나가고, 월요일엔 Monday, 화요일엔 Tuesday.."
단, 세 가지 조건이 붙었다.
1. 집 밖에서는 우리 엄마의 이름을 딴 '카렌 셋맨'으로 지내야 한다.
2. 신분증 팔찌를 착용했다고 해도 절대로 동시에 같이 나가면 안 된다.
3.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쌍둥이자매가 있다는 걸 말하면 안 된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좋아! 그럼 내일부터 시작해보자. 너부터 시작하겠구나, Thursday."
"준비는 됐니?"
할아버지의 질문에 Thursday는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을 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집 밖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Thursday는 할아버지를 꼭 붙잡고 한 걸음씩 걸어나갔다.
검문소도 무사히 통과했다.
할아버지는 교문 앞에서 다시 한번 당부했다.
"잊지마, 너는 단 한 명의 유일한 카렌 셋맨이야."
"하루 동안 겪었던 세세한 일들까지도 모두 공유해야 한다."
우리들에게 '하루 끝 회의'는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Saturday, 가자! 안 그러면 발표회에 늦겠다."
할아버지가 Saturday와 함께 외출을 하던 날,
Thursday는 스케이트보드를 들고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그날은 목요일이 아닌 토요일이었는데 말이다.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는 Thursday가 밖으로 나갔다는 사실에 크게 화가 나셨다.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니?"
그 순간, '쾅-! 쾅-!'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우리는 훈련 때처럼 비밀공간으로 뛰어들어갔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다가 넘어졌어요. 제 탓이에요."
Thursday는 손가락을 크게 다쳤다.
"한 번의 실수가 일곱 쌍둥이 모두의 삶을 위험에 빠뜨리는 거란다."
"난 카렌 셋맨이 싫어요!"
"잡혀가고 싶은 거냐? 그 빌어먹을 기계 속에서 얼어붙은 채 나와 자매들을 다신 볼 수 없다 해도?"
할아버지는 Monday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Thursday에게 말했다.
"내가 경고했었지. 네가 하는 모든 일은 자매들에게도 영향을 주는 거야."
할아버지는 Monday에게 마취주사를 놓고 칼을 불에 달궈 소독했다.
"너희들 중 한 명에게 일어난 일은 너희 모두에게 일어난 일이야."
"Monday, 네가 용감해졌으면 한다. 동생들에게 본보기가 되거라."
"아플까요...?"
우리들의 왼손 검지는 Thursday의 손가락과 닮게 되었다.
-30년 후-
집 안에서는 각자의 개성대로 살지만 집 밖에서는 같은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의 '카렌 셋맨'이 된다.
각자의 이름에 맞는 요일에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과는 '하루 끝 회의'라는 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월요일-
Monday는 '카렌 셋맨'이 되어 신분증 팔찌를 통해 검문소를 통과한 뒤 출근을 했다.
월요일 밤 12시, Monday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팔찌 위치 추적해봐!"
"이상해. GPS가 꺼져있어."
"그냥 사라질 리가 없잖아."
"아마 사고를 당한 걸지도 몰라.
Monday가 다쳤거나 죽었으면 어떡하지?
정부기관에서 우리보다 먼저 찾으면 어떡해?
그렇다면 '카렌 셋맨'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어.
그럼 우리들의 삶도 끝나는거야."
"이런, 그냥 겨우 몇 분 늦는 것뿐이야!"
"Monday는 늦은 적 없어... 단 한 번도."
어제 글 쓸 때만 해도 네이버영화에 줄거리 딱 한 줄만 있었는데
방금 검색하니까 국내포스터도 새로 나오고 줄거리도 업데이트 됐네!
2월에 개봉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