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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패기 넘친 35세 문재인변호사 “인권유린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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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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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1988년 12월 10일자 창간 1호에 실린 <“노동현장의 인권유린 참을 수 없어…” 인권변호사 문재인씨> 기사 일부.

노동인권을 말할 수 없는 시절이 있었다. 전두환의 신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1980년대. 그 시절 권리를 주장하거나 조합을 결성한 노동자, 또는 협력자는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가로막는 ‘데모꾼’으로 매도됐다. 무력으로 집권한 신군부는 갑작스럽게 막을 내린 박정희의 유신정권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엄혹한 시절은 계속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그 무렵 등장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3개월 지난 1988년 5월 정의실현법조인회(정법회), 청년변호사회(청변)를 통합한 단체였다. ‘서른다섯 문재인’은 그때 25명 선배·동료 변호사와 함께 민변 부산지부를 발족했다.

문재인. 29년 전 그는 부산에서 이름을 날린 인권변호사였다. 1986년 1월 부산 부민동에 노동법상담소를 개설하고 3년 동안 300건 이상 소송을 맡아 70%의 높은 승소율을 기록했다. ‘동업자’는 당시 인권변호사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상담소를 찾는 사람 대부분은 부당해고, 산업재해, 수당 미지급으로 생활고에 시달린 노동자들이었다. 문재인과 노무현, 두 인권변호사는 노동자들의 형편에 따라 무료 변론을 맡기도 했다. 1987년 7월부터는 울산과 경남 창원으로 활동영역을 넓혀 사업장 60곳의 노동조합 결성을 지원했다. 두 인권변호사에게 노동법 상담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었다. 노동인권운동이었다.

1988년 12월 10일 창간 1호를 발행한 국민일보는 ‘인권변호사 문재인씨’로 소개했다. 유엔 세계인권선언 40주년에 창간한 국민일보가 한국 인권운동 특집으로 실은 인터뷰였다.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는 현재의 그를 상징하는 흰색 머리카락은 검은색이었고 안경테는 지금보다 두꺼웠지만, 눈빛은 그대로였다.

그는 국민일보 창간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노동 현장의 인권유린을 참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또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과제로 “‘5공 비리’(전두환정부 권력형 비리) 척결을 통한 분배의 정의 실현”을 꼽았다.

그가 당시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던 사건은 1987년 현대엔진 노조 결성이었다. 현대그룹에서 처음 노조가 등장한 일이었다. 그는 재판 때마다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투박한 진술에서 진정성을 느꼈다고 했다.

누구도 노동인권을 쉽게 말할 수 없었던 그 시절 그는 “시국사범 사면에서 경제성장의 주축인 노동자들을 외면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당시 횡행했던 사측 구사대와의 충돌 과정에서 폭력행위로 처벌받은 노동자는 시국사범으로 분류돼 사면·복권에서 제외되고 가족과의 면회조차 제한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런 그에게 민변 대표간사였던 1세대 인권변호사 조준희씨는 “용기와 실천력을 겸비한 청년의 대표변호사”라고 평했다. 대통령 파면으로 막을 내린 박근혜정부는 대한민국의 시계를 29년 전으로 돌렸다. 시곗바늘을 되돌리는 일. ‘예순넷 문재인’이 해결할 첫 번째 과제다.

국민일보 1988년 12월 10일 창간 1호 기사

<“노동현장의 인권유린 참을 수 없어…” 인권변호사 문재인씨>
-참다운 근로자의 동반자 자청 정의실현 앞장
-60개 민주노조 탄생의 산파역 ‘경제성장 주역들 생존 허덕 가슴 아파’

국내 최대 공단지역인 부산·경남지방엔 3만5천여개 공장(등록업체)이 산재해있다. 이 크고 작은 공장은 근로자 1백30여만명과 그 가족들의 삶의 젖줄이다. 따라서 이곳에선 이 근로자들의 생존과 직결된 절박한 문제들이 끝없이 분출된다.


문재인 변호사(35). 그는 최근 3년간 근로자들의 숱한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일에 파묻혀 지내왔다.

부산 부민2동 10의 19 부산고법 신축건물 옆에 위치한 작은 건물 3층. 이곳에 문 변호사는 86년 1월 노무현 변호사(42)와 함께 노동법률상담소를 개설했다. 이 상담소엔 지난 3년간 부산·경남지역 노동자들의 방문이 거의 매일 줄을 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상담 중 소송 건수만도 3백여건이 넘었고 이중 70%가 승소했다. 이 같은 소송 건수는 이 지역 다른 변호사들의 추종을 불허하는 엄청난 건수다. 방문객들은 업종과 공장 수만큼 천태만상이었고 호소내용도 부당해고, 산업재해, 각종 수당미지급, 기타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다양했다. 문 변호사는 상대방의 형편에 따라 무료 또는 인지대 등 최소 비용으로 변론을 도맡았다.

그가 노동자들의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85년 초부터 표면화하기 시작한 민주노조결성시도와 이로 인한 대량해고-노사충돌-구속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몇몇 사건과 접하면서였다. 노동관련 사안은 개개의 사건으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연결된 것으로 산업현장의 구조적인 모순에서 발생했다. 문 변호사는 착취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체계적으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동인권변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노동자들이 재판 때마다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싶다’는 최후진술을 할 때는 짧고 투박하지만 진실성이 배어나온다고 한다. 문 변호사의 노동인권운동은 87년 7, 8월 이른바 ‘노동자 대투쟁’을 전후해 큰 획을 긋는다. 부산을 비롯, 울산 마산 창원 등지의 각 사업장마다 노동조합 결성방법을 모르는 노동자들이 자문을 구하고자 상담소로 몰려들었다. 이 상담소 실무자들은 당시 하루 1백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쇄도했으며 문 변호사의 지원으로 60여개의 사업장에 노조가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문 변호사는 노동인권 변론 중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시국과 관련한 현대엔진 현대정공 기아기공 분규 등을 꼽는다. 이들 노동관련 사건과 빈번히 접하면서 그는 노동자들이야말로 구시대의 가장 큰 희생자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경제성장의 주축이면서도 생존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국사범 대사면에서도 시국관련 노동자들이 제외되고 있다고 문 변호사는 지적했다. 노사분규 때 근로자들이 회사 측이 동원한 구사대 등과의 충돌과정에서 폭력행위로 처벌되곤 하는 현상 때문이다. 이들은 교도소에서도 시국사범으로 다뤄 가족면회 등에서 제한을 받고 있고 사면·복권 때엔 일반사범으로 취급, 제외되는 2중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문 변호사는 틈틈이 대학생들을 비롯한 시국사범들의 변론도 맡아왔다. 최근엔 25명의 동료·선배변호사들과 함께 ‘민주사회를 위한 부산지역 변호사모임’을 발족시켰다. 이 모임의 대표간사인 조준희 변호사(47)는 문 변호사에 대해 “실천력과 용기를 겸비한 청년을 대표하는 변호사”라고 평가했다.

“5공 비리 척결 후 국가적 과제는 ‘분배의 정의’ 실현입니다.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야 말로 튼튼한 민주사회가 정착되는 길입니다.”

문 변호사는 80년 경희대법대 재학 중 시위로 구속됐고 옥중에서 사법시험 합격소식을 들은 일화를 갖고 있다. 이 전력 때문에 문 변호사는 판·검사에 임용되지 못해 83년 변호사개업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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