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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친구집도 못믿어, 가더라도 음식 싸 보내"…이영학 사건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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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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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 

© News1 신웅수 기자



부모들 "집 외에 아무도 믿지못할 사회" 한목소리
전문가 "부모가 자식 직접 보호해야 할 세상"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이원준 기자 = 중학교 2학년 여중생이 친한 친구의 "놀러와"라는 한마디에 이영학(35)의 집에 갔다가 주검으로 발견된 '어금니 아빠' 사건의 파장이 길다. 이영학이 벌인 끔찍한 사건의 전말이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떨고 있다. 심하게 말하자면 신뢰가 실종된 사회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피해 여중생 A양(14)이 이영학의 딸과 초등학교 때부터 서로 집을 오가며 친하게 지냈다는 사실을 접한 부모들은 "그 누구도 믿지 못할 세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천의 초등생 살인사건으로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고 당부하던 부모들은 이제 자녀들에게 '친구집 방문 금지령'까지 내리며 경계심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풍납동의 한 중학교 앞에서 딸을 기다리고 있던 김모씨(44·여)는 "세상이 너무 무서워졌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어금니 아빠 사건으로 딸아이가 친구집에 간다고 하면 꺼려진다"며 "모르는 할아버지가 '예쁘다'며 딸을 쓰다듬는 것 까지도 신경이 쓰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어금니 아빠 사건이 알려진 후 며칠 동안은 되도록 딸아이가 혼자 외출하지 못하게 했다"며 "요즘은 학원에서 집으로 이동할 때 어떤 친구랑 있는지 계속해서 확인 전화와 문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키운다는 김모씨(40·여)도 "요새 아이가 어디를 간다고 하면 꼬치꼬치 캐묻게 된다"며 "어디를 가는지, 누구랑 만나는지, 친구 부모의 연락처는 무엇인지 등을 물을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살 아들과 4살 딸의 손을 하나씩 붙잡고 길을 걷던 이모씨(39·여)는 "아무도 못 믿을 세상이 된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지만, 나중에 친구집에 놀러간다고 하면 무서워서 못가게 막을 것 같다"며 "유치원과 학교를 제외하고는 아이들과 집에서 함께 있는 것만이 정답인 듯 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최근 불안감에 어디서든 아이들의 손을 꼭 붙잡고 다닌다는 그는 특히 딸아이를 키우는 것이 더욱 걱정된다고 했다. 이씨는 "주변에도 딸이 있는 집들은 더욱 예민하다"며 "어리면 어릴 수록, 더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사회"라고 토로했다. 

'친구집 방문 금지령'은 물론 A양이 이영학의 집에서 이영학이 건넨 수면제를 마셨다는 보도가 나오자 '친구 부모가 주는 음식도 먹지 마라'고 당부하는 엄마들도 있다. 한 어머니는 육아카페를 통해 "친구네 집에 꼭 가야 한다면 먹을 것도 직접 싸서 보낼 것"이라며 "친구네 집에서 주는 음식은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해야 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어 슬프다"고 밝혔다.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어떻게 심어줄지도 걱정

극단적으로는 이영학과 이영학의 딸이 희귀병을 앓고 있었다는 점에서 '자녀들에게 호의를 베풀라고 하고 싶지 않아졌다'는 의견을 내는 이들도 있다. 미취학 아들 2명을 키우는 이모씨(30·여)는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싶어서 그동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통합운동회 등에 맞벌이 부부임에도 악착같이 따라다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사건 이후 '도와주지 말라. 호의를 베풀지 말라'고 자녀들에게 말하고 싶다"며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 자체가 나 스스로도 혼란스럽고, 아이들에게 대체 어떠한 가치관을 가르쳐야 할지 점점 더 모르겠다"고 씁쓸해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개인의 공간을 공유하기에는 무서운 세상이 됐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부모들이 항상 옆에 있을 수 없는 맞벌이 부부들은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어머니는 "딸을 가진 엄마로서 걱정이 한 가득"이라며 "독립적으로, 강하게 키워야지 싶다가도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으니 놀이터든, 학원이든 내가 없는 곳에는 마음 편히 보내지 못하겠다"고 답답해했다.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는 A씨(40·여) 역시 "내가 어렸을 때에는 친구네 집에 자주 놀러갔고, 시험기간이면 공부를 핑계로 친구네 집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며 "부모님들이 여행이라도 가시면 친구 집에 다같이 모여 비디오도 보고 하던 추억이 있었는데…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우리 아이들은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밖에도 부모들은 "자식들 친구 부모와 상견례부터 해야 할 세상이 됐다" "학교 말고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있는 것만이 정답인 사회"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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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딸 이모(14)양. 

© News1 임준현 인턴기자


이같은 분위기는 A양과 비슷한 나이대의 청소년들에게서도 읽을 수 있었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A양과 또래인 이들은 나름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송파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하모양(14)은 "부모님이 특별히 주의하라고 말씀하신다"며 "어디를 오갈 때에는 친구들과 함께 몰려다니고, 혼자 다니지 말라는 말을 최근 자주 한다"고 들려준다. 

하양은 특히 이영학이 음료수에 수면제를 타서 A양에게 건넸다는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며 "이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무언가를 마시는 것이 무서워졌다"며 "음료수도 집에 있는 거나, 편의점에서 직접 산 것 빼고는 마시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중학교 3학년의 박모양(15)도 "원래는 학교 끝나고 학원 가기 전에 숙제도 같이 할 겸 종종 친구네 집으로 향했다"며 "공부하고 있으면 친구 어머니가 간식도 챙겨주시곤 했는데, 이번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는 괜히 친구네 집에 가는 게 무서워졌다"고 말했다. 

박양은 "그 사건 이후에는 방과후 집으로만 향하고 있다"며 "엄마도 내심 안심해 하는 눈치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영학이랑 닮은 사람이라도 길에서 마주치면 깜짝 놀라곤 한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전문가는 사회가 변함에 따라 이제는 부모가 자녀들을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사회가 서구화, 인권 중심으로 변하면서 상대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가정과 사회 안에서 일상생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부모간에 확실하게 연락이 안되는 상황에서 자녀를 이웃에 보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우리는 그동안 쉽게 자녀들을 친구집에 보내왔지만, 이제는 그런 교류 등이 불가능해진 것으로, 자녀들이 일정 연령이 될 때까지는 부모의 보호하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에 대해서 많이 신경을 쓰지만 일상적인 안전 시스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심한 편"이라며 "우리나라가 일상 안전에 있어 상당히 수준이 높았기 때문에 부모들이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던 것인데, 이제는 부모가 자녀를 보호하고 조심시켜야 할 때가 온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에는 가족 구성원이 많아 범죄에 대한 은폐행위가 어려웠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간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자식이 1, 2명 뿐으로 줄었기 때문에 가정이라는 것이 더이상 노출된 공간이 아니게 됐다"고 덧붙였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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