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전날 이어 참석자별 '맞춤형 대화'는 이어가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28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 간 2일차 간담회는 전날(27일)보다 비교적 무거운 분위기였다. 삼성과 SK, 롯데 등 국정농단 연루 의혹을 받는 대기업들이 참석한 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냐는 풀이가 나온다.
이날 회동은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오후 6시께부터 20여분 '스탠딩 칵테일 타임'으로 이뤄졌다. 우천으로 전날처럼 청와대 상춘재 앞뜰에서 야외 날씨를 즐기기는 어려웠던 탓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수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시간맞춰 온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웃으면서 악수 등 인사를 나눴다. 그는 "(어젠) 상춘재에서 했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아 본관이라 아쉽긴 하다만 로비에 자리를 마련한 건 처음"이라며 "청와대 행사가 딱딱해지기 쉬워서 어제는 호프맥주를 했는데 오늘은 맥주 칵테일이라고 한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저도 맥주 칵테일은 처음"이라고 설명을 부탁했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제가 일일 바텐더로"라고 나서 웃음을 자아냈다.
임 실장은 맥주와 토마토 주스를 섞은 숙취해소용 '레드아이'와 맥주에 샹그리아 시럽과 오렌지·청포도 주스를 넣은 여름용 술 '맥주 샹그리아'를 소개했다. 칵테일 제조엔 전날 제공된 소상공인 수제맥주 업체 '세븐브로이'의 맥주가 쓰였다.
그러나 전날과 달리 이날은 문 대통령의 건배사가 없었다. 문 대통령은 "달리 건배사는 없다. 다들 건강하고 사업들 잘 되길 바라겠다"고만 했다.
전날 '건강하시라'와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라고 호프미팅 시작과 끝에 건배사를 한 것과는 비교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어제보다 분위기가 많이 안 좋았다"며 "기업 총수들이 말도 조용조용 했다. 실내라 말 소리가 울리다보니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안주는 '방랑식객'으로 알려진 임지호 셰프가 황태절임 등을 준비했고 직접 설명도 했다. 임 셰프는 "황태가 겨울에 얼었다 녹았다 하며 만들어진 재료"라며 "어렵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화합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밖에 호두·아몬드·땅콩 뭉침, 수박을 갈아서 볶아 치즈와 섞은 것 등이 '조화'의 의미를 담아 나왔다.
다만 문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참석자별 '맞춤형 대화'는 이어갔다.
허창수 회장에겐 "걷기가 취미라고 (들었다). 걷기가 우리 회장님 건강 비결이냐"라고 인사를 건넸다.
대한스키협회 회장인 신동빈 회장에개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스키대표단 전망 괜찮나"라고 물었고, 신 회장은 "메달은 색깔에 관계없이 2개 정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평창올림픽 공식 주관사인 KT의 황창수 회장에겐 "세계 최초로 올림픽 기간에 오지(5G) 통신을 이용하는 것으로 아는데 준비 잘 되나"라고 챙겼고, 황 회장은 "완벽하게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을 향해선 "'사회적 기업'이란 책도 직접 쓰기도 했다. 투자도 많이 했는데 성과가 어떤가"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 일자리 비중이) 0.4%인데 3%까지는 5년 안에 어떻게 가봤으면 좋겠다는 목표"라고 화답했다.
권오현 부회장에겐 "항상 삼성이 경제성장을 이끌어줘 감사하다. 기쁘겠다"고 했고, 권 회장은 "더 잘돼야 하니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길선 회장을 향해선 "그간 조선경기가 워낙 안 좋아 고생 많이 하셨다"면서 "요즘 경기 살아난다면서요. 수주가 늘었던데"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에 "작년에 안된 것의 몇 퍼센트를 더 했다니 그렇게 많이 한 게 아니다. 일거리 소화를 하면 일거리가 점점 떨어져 구조조정에 바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캐시플로(현금흐름)를 만들기 위해 구조조정한 것"이라며 "내년까지는 어려운 사정이 계속될 것 같고, 2019년 되면 조금 올라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조선산업 힘내라고 박수 한번 칠까요"라고 참석자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조원태 사장에겐 "원래 대한항공이 프로배구 강자 아니냐"며 배구연맹 총재 취임 소식을 거론, "배구 직접 하냐"고 물었다. 이에 한 참석자가 "워낙 키가 커서"라고 하자 조 사장은 "키 크다고 운동 다 잘하나"라고 받아쳤다.
임 실장이 이를 "운동은 최태원 회장이 만능"이라고 이어받자 문 대통령은 "특히 테니스 프로급"이라고 했고, 최 회장은 "건강유지차원에서 했다"고 겸양을 표했다.
이날 '칵테일 미팅'을 마치면서도 건배사는 문 대통령이 아닌 박용만 회장이 했다. 박 회장은 "건배사는 '3통을 위하여'로 하겠다. 첫번째는 문 대통령을 위하여, 두번째는 화합과 소통을 위하여, 세번째는 새 정부와 대한민국 경제의 만사형통을 위하여"라고 '3통을 위하여'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