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의 유년시절 기억의 대부분은 촬영장이다. 이미 어릴 때부터 스타였던 만큼 평범한 생활, 보편적 감성과는 동떨어져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의 공감 능력에 대한 우려였다. 유승호는 "직접 겪어보진 않았지만, 알 수 있을 것 같다.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고 말했지만, 유년 시절의 혼란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또래 학교 친구들과 멀어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늘 어른들하고 일하니까 전 제 스스로가 어른스럽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발이 네 개 달린 탁자에 비유하자면, 친구들은 똑바로 서 있지만 너는 다리 하나가 짧아 기울어진 상태라고요. 뒤늦게 알게 됐죠. 어릴 때부터 일을 했다는 게 분명 좋은 점도 있지만, 아쉬움도 많아요."
이런저런 힘듦, 혼란, 아쉬움에도 그가 연기를 지속하는 이유는 "그래도 연기가 좋아서"다. 언제부터 연기가 좋아졌느냐 물으니,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하며 말을 이었다.
"제가 이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든요. 근데 또 마음이 편해지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도 일을 하면서예요. 딱 어떤 작품부터인지는 모르겠어요. 20대가 되고부터 현장에 대한 애정이 생겼고,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이젠 작품이 좋으면 저도 좋아요."
마치 <트루먼 쇼>의 주인공처럼, 온 국민이 자신의 성장 과정을 지켜봤다는 데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을까? 내가 바로 '유승호 쇼'의 열혈 시청자였으니, 행여 나의 관심과 애정이 그에게 스트레스가 되진 않았을지 궁금했다.
"전혀 없어요. 제 어린 시절을 두 시간짜리 필름들로 예쁘게 만들어주신 거잖아요. 너무 좋은 일이죠. 다섯 살의 저부터 스물다섯의 저까지 아름다운 영상의 기록들이 다 남아있다는 거, 이렇게 좋은 일이 없죠.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제게는 아니에요. 어릴 때 연기한 모습 보면 (제가 봐도) 귀여워요. (웃음)"
유승호에게서 단단함이 느껴졌다. <군주>를 통해 단단해진 건지, 그의 단단함을 이제야 눈치챈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그랬다. 이제 성인으로서 프로 무대의 한복판에 다시 선 그는 이제 빨리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내려두고 작품을 선택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군주>는 유승호에게, 대중에게, 그런 확신을 심어준 드라마였다. 교복 입는 역할도 작품만 마음에 든다면 할 수 있을 정도로.
"앞으로 선택의 폭을 더 넓힐 수 있을 것 같아요. 교복을 다시 입을 수도 있고, 깊은 사연의 주인공일 수도 있고요. 음... 아직 자신은 없지만 로맨틱 코미디가 될 수도 있겠죠? <군주>를 하면서, 그런 자신감이 생겼어요."
(김윤정 기자, 출처 : http://omn.kr/nsw5)
트루먼쇼와 관련한 질문이 와닿았고
거기에 유승호의 답변이 인상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