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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일하다 죽은 CU '알바생'...본사는 지금껏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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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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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편의점 '알바'노동자다. 경기도 수원에서 작년 8월부터 지금까지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시작은 GS25편의점의 주말 야간 알바였다. 알바를 구하러 전화를 걸었는데 세 번째 통화에서 최저시급을 준다는 답변을 듣고 겨우 구하게 된 알바였다. 시급은 야간근무임에도 주간과 같은, 당시 최저시급인 6030원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5인 미만이 근무하는 대부분의 가맹편의점에서 야간수당은 법으로도 보장받지 못했다. 면접 볼 때는 주휴수당의 주자도 못 꺼냈다. 거기에 내가 실제로 받은 첫 월급은 수습기간이라는 명목으로 최저시급에서 10%가 깎인 금액이었다.

출근해 시재를 정산하고 교대를 하고 나면 정신없이 손님이 밀려들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1층은 편의점, 2층은 당구장, 3층은 게임방이 들어선 건물은 근처에서 나름 유흥 중심지였다. 낮에는 평범한 주택가의 조용한 가게나 다름없었지만 밤만 되면 노상 주점으로 변신했다. 가게 밖에는 다섯 개, 안에는 세 개의 테이블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장님의 얼굴은 보기 힘들었다. 대신 새로 생긴 기계들이 나를 반기곤 했다. 이미 치킨 튀김기와 빵을 굽기 위한 오븐이 설치되어 있었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곧 호빵 찜기와 고구마를 굽는 기계가 들어왔다. 대부분의 점포가 서울에 있는 점장님은 낮에 잠깐 매장에 들렀다 간다고 했다. 어느 샌가부터 점장님과 나의 카톡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반대로 만나는 횟수는 줄어들었다. 나도 언젠가부터 점장님과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출근해 교대를 하려는데 앞 타임 근무자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걸 보았다. 알고 보니 정산금액에서 5만 원이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그 근무자는 매장 안의 입출금기에서 돈을 빼 채워 넣으면서 점장님에게는 알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그 일을 바로 알렸어야 했다. 그는 그날 4만2000원을 벌러 와서는 5만 원을 금고에 채우고 집에 돌아갔다. 하지만 나는 괜히 남의 일에 끼고 싶지 않은 데다 평소 무슨 일이 생기면 거의 알바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점장님의 태도가 떠올라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점장님은 알바들을 마치 자영업자를 대하는 듯했다. 시재가 비면 무조건 그 타임 근무자가 채우고 가야 했고, 음료 상자에 손가락이 벤 걸 알아도 밴드 하나 사주질 않았다. 나는 몇 번 물어볼까 하다가 내 돈으로 밴드를 사서 서랍 안에 넣어놓고 왔다. 근무 도중 계산대 위에 올려둔 만 원을 손님이 집어가는 일이 생겨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안타깝다는 반응뿐이었다. 일하다 물건이 파손되거나 병을 깨는 일이 생기면 최대한 보고를 미뤘다. 네 돈으로 보상하라는 말은 없었지만 괜찮다는 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알바는 노동자라고 생각한다. 노동자는 사용자의 근로감독 하에 일을 하는 사람이다. 나는 점장님과 물건을 인수하고 판매하는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라 점장님이 시키는 일을 그 시간에 하기로 근로계약을 맺은 것이었다. 따라서 근무시간 중 일어나는 사고나 손해는 일차적으로 사용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본다. 고액권인 오만 원 권은 언제든 분실할 위험이 있다. 로또나 토토 당첨금은 잘못 지급될 위험성이 언제든 존재한다. 알바노동자도 실수할 수 있는 인간이므로 사용자는 여기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함이 마땅함에도 점장님에게서는 그런 의지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편의점 네 곳을 운영함에도 실제로 그가 버는 돈이 웬만한 대기업 일반사원 정도의 연봉밖에 되지 않음을 알고 나서 비로소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꾸는 중산층 편입의 희망을 포기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새는 비용을 막아야 한다. 인건비부터 시작해서 고용에 드는 모든 부대 비용을 아끼는 것이 그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길일 것이다. 

지난해 말 경북 경산에서는 비닐봉투값을 달라는데 격분한 손님이 한 알바노동자를 사망케 한 사건이 있었다.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5만 원은커녕 밴드 하나 사주지 못하는 가맹점주가 과연 어떤 책임을 져줄 수 있을까? 경산 사건에 대해 CU편의점의 본사인 BGF리테일은 지금까지 책임과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가장 큰 논리는 근로계약은 가맹점주와 알바가 맺은 것이지 자기들과 맺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알바를 위험에서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점장님뿐이다. 하지만 가맹점주에게 과연 그럴만한 능력이 있을까? 

내가 일한 매장 점주의 경우 그럴 만한 능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가진 돈이 있어도 그것을 알바들을 위해 미리 위험을 예방하는 데 쓸 생각의 여유조차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위험에서 알바노동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속한 좀 더 힘 있는 조직의 도움이 필요하다. 알바노동자의 노동으로 막대한 경제적 편익을 얻는 데가 있다. 바로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이다. 그러나 대기업 본사인 CU는 알바노동자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오로지 자신의 이윤만 보고 달려가는 점장님과의 줄다리기에 지친 나는 첫 번째 편의점 알바를 그만두고 다른 편의점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이번만은 제발 알바를 노동자로 보는 점주님을 만나길 바랐다. 다행히 새로 구한 편의점에서는 최저시급은 물론 주휴수당까지 챙겨주기로 했다. 새 편의점의 실질적인 점장님은 어린 시절부터 외국에서 살다 오신 분이셨다.

나는 요즘 본사 직원이 올 때마다 조마조마하다. 아직 한국의 물정을 잘은 모르는 점장님이 점차 한국식의 갑을 문화를 금방 배우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한국말이 서투른 점장님에게는 어떤 물건이 잘 팔리는지, 물건을 어떻게 진열해야 잘 팔리는지 등의 정보가 무척이나 아쉬울 것이다. 전국 일만 개의 가맹점을 보유한 본사는 매장의 위치를 정하는 물색 단계부터 막대한 영업정보를 소유하고 있다. 본사 직원이 오면 점장님은 넋 놓고 듣는 외에는 달리할 게 없어 보였다. 본사 직원은 수북이 쌓인 유통기한이 지난 도시락과 우유를 보면서 폐기지원금을 지원해주겠다고 말했다. 자기가 원래 악덕 점주한테는 잘 지원해주지 않지만 점주님은 자기 말대로 열심히 발주해주셨기 때문에 지원해드리는 거라고 특히 강조했다.

주간에 점장님과 함께 일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또 하나 있다. 아무리 가맹점주라고 해도 자기 가게 안의 물건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점장님은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어도 지갑에서 돈을 꺼내 포스기에 채워 넣었다. 그러면서 언제 본사 검수팀이 들이닥쳐 물건을 세어갈지 모른다고 했다. 실제 매장 안의 재고와 본사가 파악하고 있는 재고가 일치하지 않으면 점장님은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일까? 자신의 가게에 들어온 물건을 자기 돈 내고 사서 쓰며 총 매출에서 원가와 분담금이 뺀 자신의 순수한 이익금만을 매달 월급 받듯이 지급받는 주인을 본 적이 있는가? 바로 편의점의 가맹점주이다.  

알바노동자에 대한 본사의 직접적인 근로 감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다. 본사 직원은 처음 나를 보자마자 점장님이 벗어놓은 조끼를 가져와 내밀었다. 그리고 반말에 가까운 어투로 손님과 알바가 헷갈릴 수 있으니까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내 이름과 인적사항을 물어보고는 이름표를 그 자리에서 출력해 내 가슴팍에 달았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이 자신에게 점수로 매겨지므로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내가 일하는 편의점은 여전히 경산의 알바노동자의 죽음에 연관성과 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CU이다. 

지금 편의점은 대한민국 유통업계의 대세처럼 보인다. 골목마다 편의점이 들어서고 편의점 본사는 경이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편의점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매일 모습을 바꾸고 있다. 본사의 직원은 실적을 분석해 상품을 기획하고 의뢰를 받은 생산업체는 물건을 만든다. 배달업자들은 물건을 신속하게 배달하고 점주와 알바는 잘 진열하여 고객에게 전달한다. 사람들이 구멍가게보다 편의점을 선호하는 이유도 이처럼 고객의 수요에 탄력적인 시스템을 갖추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상품의 기획부터 판매까지 손발이 척척 맞지 않고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편의점 업계의 고속성장에 알바노동자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이유이다.

나는 지금껏 많은 수의 편의점을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가맹점주보다 편의점 브랜드에 따라 업무 성격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근로계약서에 본사의 이름은 없지만 내가 입는 조끼에서 매장의 간판과 인테리어 그리고 상품들에서 본사의 이름을 지울 순 없었다. 편의점 대기업 본사는 알바 노동으로 발생하는 이익은 취하면서 알바 노동자와의 관련성은 부정하고 있다. 본사-가맹점주-알바의 갑을관계의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기를 거부하고 있다. 모두가 다 아는데 본사만 모르고 있다.
 
이에 나는 CU 본사 BGF리테일에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CU의 알바노동자다. 나는 당신의 알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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