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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교민이 찾아낸 고구려 불상, 한반도 불교미술사 새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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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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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미술의 원류인 고구려 금동불상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새로 발견됐다. 역대 금동불상 가운데 두 번째 오래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형태 또한 완전한 모양을 갖추고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 한국 미술사를 새로 쓸 중요한 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처음 보았을 때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깜짝 놀랐어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에서 고구려 불상이 나온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획기적 발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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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이 새로 발견된 고구려 불상을 감정하고 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문명대(77·동국대 명예교수) 한국미술사연구소장은 지금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듯했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불상을 두 차례 살펴보고 ‘진품’임을 확정할 수 있었다”고 30일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전해지는 고구려 불상은 10점 안팎으로 대부분 국보·보물로 지정됐다”며 “이번 불상은 제작 시기가 이른 편이고, 형태도 온전하다. 우리 품으로 되돌아올 수 있게 돼 매우 반갑다”고 밝혔다.

6세기 중반 고구려 불상 변화상 보여줘

새로 확인된 불상은 부처가 서 있는 모양의 입상(立像)이다. 높이 18.5㎝, 너비 8.6㎝ 크기다. 불신(佛身·부처의 몸), 광배(光背·불상 뒤쪽의 배 모양 장식물), 연꽃 대좌(臺座·불상 받침대)를 두루 갖췄다. 부처 머리에 공처럼 생긴 둥근 육계(肉?·상투)가 올려져 있고, 얼굴은 사각형에 가까운 원형이다. 가슴에 ‘V자’ 모양을 이루는 두터운 옷을 걸쳤다. 왼 손바닥은 펴서 아래로 내리고 있고, 오른 손바닥도 펴서 위로 올리고 있다.

문 소장은 “옷이나 손 모양 모두 고구려 불상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준다”며 “일단 ‘구형(球形)육계식금동불입상’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말했다.

이번 불상은 6세기 중반 고구려 불상의 변모 과정을 보여준다. 현재 제작 연대가 확실한 우리나라 최고(最古) 불상은 ‘연가칠년명(延嘉七年銘)금동불입상’(국보 119호·국립중앙박물관)이다. 광배 뒷면에 539년(연가 7년) 고구려에서 조성됐다는 기록이 새겨져 있다. 한국 고대 조각사의 기준작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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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발견된 고구려 금동불상. 6세기 중반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미소를 머금은 부처, 배처럼 생긴 광배 등 고구려 불상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다. 사진은 실제 불상 높이와 같은 18.5㎝.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문 소장은 “이번 불상은 기법·도상·양식 등을 따져볼 때 ‘연가칠년명불상’에서 ‘계미명(癸未銘)금동삼존불입상’(국보 72호·간송미술관)으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계미년(563년)에 만들었다는 ‘계미명불상’과 상투 모양이 거의 똑같다는 것이다. 그는 부처 머리 뒤에 타원형으로 음각한 장식도 주목했다. ‘연가칠년명불상’에는 없던 것으로 ‘계미명불상’에서 보다 섬세한 양각 문양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문 소장은 “이번 불상엔 제작 연도가 명기되지 않아 아쉽지만 대략 550년께 조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에서 두 번째 오래된 불상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불상 전문가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곽동석 동양대 교수는 “실물이 아닌 사진으로만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전제한 후 “전반적으로 고졸한 느낌이 강해 6세기 중반 불상으로 보인다. 동글동글한 얼굴, 단순·담대한 옷 주름 등 고구려 불상의 개성이 드러나고, 광배의 다소 거친 불꽃무늬도 고구려 후기 불상의 패턴화된 문양과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양은경 부산대 교수는 “사진만으로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도톰하면서도 날카로운 대좌의 연꽃 생김새가 ‘연가칠년명불상’과 흡사하다”며 “중국 불상 대좌의 연꽃 형태는 대개 납작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고미술상이 반출

이번 불상은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 A씨가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구입했다. 원래 지난해 6월 베이징에서 열린 유명 미술품 경매인 바오리(保利) 옥션에 출품됐다. 당시 중국 불상으로 알았던 일본인 전 소장자가 내놓은 것으로, A씨는 “중국이 아닌 한국 불상을 닮은 것 같다”는 한 미술 전문가의 견해에 따라 해당 불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

A씨는 이후 불상이 ‘연가칠년명불상’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일본인 전 소장자의 양해를 얻어 한국 불상 전문가인 문 소장에게 두 차례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지난해 베이징 경매에서 유찰돼 직접 일본에 가서 유물을 사들였다.

A씨가 입수한 일본인 자료에 따르면 이번 불상은 1924년 11월 일본 오사카(大阪) 미술전람회에 사흘간 출품된 적이 있다. 당시 도록에는 중국 ‘북위(北魏) 금동여래상’으로 표시됐다. 1900년대 초반 일본 야마나카(山中)상회에 의해 일본으로 반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야마나카상회는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일본의 대표적 고미술 무역상이다.

문 소장은 “1924년 전람회 출품 사진과 실물을 다각 분석했다. 불상에 붉은 곰팡이가 엷게 끼어 있어 일본 도록 사진과 다소 다른 느낌이 들었지만 동일 유물임을 확신했다”며 “고구려 불상이 거의 100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문화재 인정 땐 국립박물관 기증이나 대여”

소장자 A씨는 불상 안전 문제를 이유로 익명을 요구했다. “우리 문화재를 애호하는 사업가” 정도로만 밝혔다. 그는 “비록 매입 형식이긴 하지만 일제 때 우리 손을 떠난 문화재를 다시 환수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며 “국보나 보물 같은 문화재로 인정받게 되면 기증이든, 대여든 국립박물관 같은 공공기관에서 소장·전시되기를 희망한다 ”고 말했다.

이번 불상의 국내 반입에는 문제가 없다. 외국에서 정당하게 구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김상엽 국제협력팀장은 “자료적 가치가 충분하고 제작한 지 100년이 넘은 문화재는 무관세로 들여올 수 있다”고 했다. 곽동석 교수는 “불상이 국내에 들어오면 문화재 신청에 앞서 성분 분석 등 과학적 조사를 받았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문 소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6월에 나올 학술지 ‘강좌미술사’에 게재할 예정이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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