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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IOC 위원장도 엄지 척! 전세계 국가대표 입맛 사로잡은 평창 셰프 어벤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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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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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천 평창선수촌 케이터링 총괄 셰프·최정용 메뉴개발팀 셰프 인터뷰 
한식, 양식, 할랄 등 총 420가지 메뉴 제공 
올림픽 사상 최초로 불만사항 `0`건 접수


0004105546_001_20180225134005126.jpg?typ평창선수촌 케이터링 총괄책임자 공병천 셰프(왼쪽)와 메뉴개발팀장 최정용 셰프의 모습


"전세계 국가대표들을 위해 매일 조식 메뉴 268개, 점심·저녁 메뉴 379개, 야식 메뉴 224개씩을 만들었죠. 덕분에 우리 별명이 '평창 셰프 어벤져스'가 됐다니까요." 

올림픽 정신은 비단 경기장에서만 발현된 게 아니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여한 선수 수천명의 삼시세끼를 책임지는 것도 엄청난 도전의 연속이었다. 90여개국 선수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선 셰프 군단이 나서 한식, 양식, 할랄 등 총 420가지의 음식을 조리해야만 했다. 셰프들을 진두지휘하며 대회 기간 동안 무려 500만 식을 제공한 두명의 총괄 셰프는 혹시나 조리가 잘못돼 선수들의 4년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하루 평균 3시간도 못 잤단다. 피곤에 절어 피부는 푸석해지고, 눈은 붉게 충혈됐지만 선수들을 무사히 잘 먹였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평창선수촌 케이터링 총괄책임자 공병천 신세계푸드 셰프(55·상무)와 메뉴개발팀장 최정용 셰프(48)를 최근 강원도 평창 선수촌 인근에서 만났다. 

0004105546_002_20180225134005150.jpg?typ평창 선수촌 '셰프 어벤져스'로 불린 (왼쪽부터) 김용환, 이재호, 공병천, 최정용, 손경남, 최정민 셰프의 모습


신세계푸드는 평창 동계올림픽 케이터링 부문의 공식 후원사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 역대 국제 대회를 통틀어 국내 식품업체가 케이터링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국제 대회의 케이터링은 아라마크, 소덱스 등 글로벌 식자재 유통업체들의 전유물이었다. 두 셰프는 모든게 처음이다보니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았다고 했다. 가장 아찔했던 건 선수들의 엄청난 식사량이었다. 선수 1명의 식사량이 일반인보다 2배 가량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3~4배 이상 먹었던 것. 

최 셰프는 "일부 설상 종목 선수들은 몸무게가 무거운게 기록에 더 좋은 영향을 미쳐서인지 덩치가 다들 서장훈씨 뺨쳤다"며 "한 외국 선수는 햄버거가 맛있다며 앉은 자리에서 12개나 해치웠다"고 웃었다. 실제 평창 선수촌에 입주한 선수는 3900명으로 강릉 선수촌(2900명)보다 1.3배 더 많았지만, 먹는 양은 무려 1.8배나 차이났다. 덕분에 평창 선수촌 셰프 50여명은 '극한 직업'을 경험했다는 후문이다. 

하루에 소진되는 식재료 양이 20톤에 달하자 두 셰프는 혹여 식자재 관리에 실패할까 속을 새카맣게 태웠다고 전했다. 공 셰프는 "소고기는 매일 400kg씩 사용했고 과일도 많이 나갈 땐 2톤까지 소진됐다"며 "무슬리 시리얼, 발사믹 식초는 순식간에 사라져 인근 마트에 달려가 얻어올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결국 두 셰프는 식당을 운영한지 2~3일만에 식자재 10톤 트럭을 12대나 더 들여왔다. 쓰인 식재료만 1070가지에 달했다. 

하지만 신규업체였기에 오히려 다양한 메뉴를 수용하고 시도해봤다는 게 두 셰프의 입장이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20개국 영양 팀장과 협의해 개막식 메뉴를 구성하고, 정상급 셰프 30여명의 레시피를 음식에 담아낸 게 대표적이다. 최 셰프는 "벤쿠버와 소치 당시의 케이터링을 분석해보니 서양 음식 위주로 메뉴가 치우쳐 있었다"며 "이걸 해소하려고 한식, 중식, 일식은 물론 할랄과 코셔, 비건 코너까지 만들었다"고 메뉴의 다양성을 자부했다. 선수촌 메뉴는 양식 57%, 그릴 21%, 한식 10%, 아시안 푸드 6%, 할랄과 비건푸드 6%로 구성됐다. 

한식 코너가 있으니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도 즐거워했다. 최 셰프는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선수도 금메달을 딴 직후 식당으로 와 한식을 즐겼고, 루지 국가대표 선수들도 제육볶음, 수육 보쌈을 많이 퍼가며 행복해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은메달을 딴 이상호 스노보드 국가대표, 봅슬레이 국가 대표팀 등이 평창 선수촌 식당을 거쳐갔다. 셰프들은 한식을 세계에 알린 것도 뿌듯해했다. 특히 외국 선수들에게 비빔밥의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공 셰프는 하루에 비빔밥 나물만 220kg씩 만들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강원도 특산물을 사용한 신세계푸드의 야심작 '시래기 도루묵탕'도 대회가 후반부로 갈수록 수요가 늘었다. 

이전 올림픽 케이터링 업체와 달리 현장에 베이킹 센터를 마련하고 '갓 구운 빵'을 제공한 것도 제대로 먹혔다. 대회 기간 중 평창 선수촌 식당을 찾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마저 엄지를 치켜세웠을 정도다. 최 셰프는 "바흐 위원장이 역대 올림픽 중 음식과 관련해 선수들의 컴플레인이 단 한건도 접수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며 "우리에게 올림픽 레전드 셰프라고 말하면서 IOC의 오륜기 배지를 직접 선물했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배지를 받고는 영하 24도의 혹한 속에서 고생한 것, 대회 초반 불거진 부실 급식 논란으로 기가 확 죽은 것 등이 떠올라 눈물이 났단다. 

평창 올림픽이 끝나면 적자가 상당해 타격을 입는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 이상의 파급효과가 크다고 일축했다. 최 셰프는 "올림픽 경험 덕분에 올 상반기 대형 컨벤션 업체로부터 사업 수주가 전년 대비 60% 이상 늘어났다"며 "당장 4월부터 코엑스 케이터링도 우리가 도맡는다"고 강조했다. 향후 글로벌 케이터링 시장에 진출할 때도 올림픽 식당 운영이 큰 경쟁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앞으로 도쿄 하계 올림픽과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케이터링 사업까지 도전할 방침이다. 

[평창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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