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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돈 뜯기면서 매 맞으라고 우리 애 운동시켰나" 부모들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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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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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제왕적 감독의 상습 폭행·금품 갈취 판치는 후진적인 체육계

경기 내보내기 싫으냐?
폭언·폭행 끊이지 않고 전지훈련 항공비는 물론
장학금·간식비까지 갈취… 
노골적인 송금 요구에 회식 때 학부모 성추행도

항의하면 "유난 떤다"
"몇 대 때릴 수도 있지" 경찰도 대충대충 넘겨
동료 선수 학부모들도 어쩔 수 없는 관행 치부

"내 아이 내가 지킨다"
스마트폰으로 녹음·촬영… 여차하면 인터넷에 올려
폭행이나 욕설 당했는지 매일 자녀에게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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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밤 11시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우리나라 레슬링 간판스타 김모(29)씨가 후배 선수 김모(27)씨를 폭행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선배 김씨는 대걸레 자루로 후배 김씨의 머리를 한 대 가격했다. 선배가 팔을 올려 다시 때리려고 하자 후배가 선배 김씨의 팔을 잡았고 선배는 "괘씸하다"며 손바닥으로 후배의 뺨을 수차례 때린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의 경찰 진술에 따르면 선배가 후배를 때린 이유는 후배가 구보 훈련을 빠지면서 자신에게 알리지 않고 코치에게만 이야기했기 때문이었다. 별다른 조치 없이 피해자인 후배는 가해자 김씨와 함께 지난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레슬링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출국했다.

선배라는 지위를 이용해 후배를 구타한 사건이지만 사건 해결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그럴 수 있다"는 시선이 쏟아졌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한 조사관은 "후배가 말을 잘 안 들으니 선배가 기강 확립 차원에서 몇 대 때린 것일 뿐"이라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신고하는데 이번 사건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대한레슬링협회도 "별일 아니다"는 반응이었다. 협회 관계자는 "두 사람이 합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폭행 가해자와 피해자인데도 분리 등 조치 없이 함께 대회에 출전한 데 대해 "후배 김씨가 딱히 부상을 당한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답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월 선수 또는 지도자가 폭력을 행사했을 때 이유를 막론하고 자격 정지 1년 이상의 중징계를 받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제왕적 지위에 있는 감독

연세대 축구부 선수 아들을 둔 학부모 A씨는 지난 14일 만나 "기사화하되 반드시 익명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비리를 제보하는 내내 불안해했다. "아들을 명문대 축구부에 보냈다고 좋아했는데 1년에 1000만원 넘는 돈을 감독과 코치에게 바쳐야 했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연세대 축구부 감독을 맡고 있는 신모(58)씨가 학부모들로부터 돈을 가로챈 수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학교에서 지원되는 전지훈련 항공료를 학부모들에게 요구해 착복하고 학생 장학금을 갈취한 것이다. 지난 2014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축구부 학부모 모임에 신씨가 참석해 "훈련지에서 생활하는 돈은 학교에서 지원해 주지만 항공료는 지원이 안 된다"며 "한 사람당 230만원의 항공료를 보내라"고 했던 것이다. 30명 안팎이었던 축구부원의 학부모들은 전부 신씨의 계좌 혹은 신씨가 정해준 여행사 계좌로 돈을 입금했다. 그런데 한 학부모가 학교에 확인한 결과, 학교 측에서 항공료가 포함된 전지훈련비를 매번 지원해 왔고 신씨와 수석코치 최모(47)씨는 항공료를 착복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신씨와 최씨는 항공료가 입금되면 곧바로 돈을 찾아 사용했다.

이들은 축구부원들 앞으로 지급되는 장학금도 요구했다. 장학금은 선수 전원에게 지급되는데 장학금이 입금되는 날이 되면 신씨와 최씨는 선수 8~15명에게 "오늘 장학금 들어오는 날인 것 안다"며 "현금으로 뽑아서 가지고 오라"고 했다. 신씨는 "장학금을 1000원 단위까지 싹 긁어오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선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수백만원을 ATM에서 출금한 기록과 영상도 남아 있다. A씨는 "학생들도 감독 눈 밖에 날까 이유도 묻지 않고 그냥 돈을 뽑아서 줬다고 한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가 시작된 뒤 신씨와 최씨는 항공료 일부를 학부모들에게 돌려주기도 했다. 경찰에서 두 사람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달 해당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A씨는 "2008년부터 장학금이나 간식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가는 것을 많은 학부모가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못했다"며 "감독 한마디면 주말 연습 경기에 출전조차 못 할 정도로 제왕적 입지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씨와 최씨는 현재 연세대 축구부 감독과 코치직을 유지하고 있다.

"경기 출전시키기 싫으냐"며 협박

2014년 지방대 운동선수인 아들을 지도하던 감독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학부모 B씨는 "폭언과 폭행이 끊이질 않아 신고했는데 다른 학부모들마저 '선수 생활이 다 그렇다'고 이야기했다"며 "운동선수들은 감독에게 욕을 먹어도 '감사합니다' 해야 하고 얼굴에 멍이 들 정도로 맞아도 훈련이라고 생각해야 하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B씨는 아들이 감독으로부터 일주일에 세 번꼴로 폭행과 폭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허벅지나 엉덩이, 배를 맞는 것은 기본이었고 코피가 마를 새 없었다고 한다. 하루에 수십 번 듣는 욕설도 참기 어려웠다. B씨는 "감독을 신고하겠다고 다른 학부모들에게 말하니까 '욕해주고 때려주는 걸 감사하게 여기라'고 하더라"며 "멍든 아이 얼굴 사진을 보여줘도 '감독이 조금 엄격했네' '애가 뭘 잘못했나 보지'하며 그냥 넘어가라고 하는 바람에 피해자가 '유난 떤다'는 소리를 듣는 게 이 바닥"이라고 말했다. B씨 아들은 결국 운동을 그만뒀다.

감독이 학부모를 성추행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 13일 경기 용인의 한 노래방에서 선수 학부모에게 자신의 몸을 밀착시키고 또 다른 학부모의 어깨와 허리를 감싸는 등 성추행을 한 대학 농구부 감독 김모(57)씨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김씨는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하면서 다른 학부모들에게 자신이 성추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비슷한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학부모 C씨는 "감독이 우리 애한테 어떤 해코지를 할지 몰라 신고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C씨에 대한 성추행은 지난 2012년 서울 한 고등학교 운동선수로 활동하던 딸의 감독과 회식하던 자리에서 벌어졌다. C씨와 다른 학부모, 감독이 함께 2차로 간 노래방에서 감독은 C씨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고 한다. C씨가 "왜 이러시냐"며 황급히 막았지만 딸의 감독은 "운동선수 학부모는 원래 이런 것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며 "다음 달 경기에 출전시키기 싫으냐"고 말했다고 한다. C씨는 "수치심에 우울증까지 걸렸지만, 목격자도 CCTV도 없던 상황이라 신고할 수 없었다"며 "성추행을 하면서 아이 이야기를 꺼내던 순간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C씨는 "당시 함께 아이를 맡겼던 학부모들에게 최근에야 이 이야기를 꺼냈는데 오히려 '그래서 당신 딸이 경기에 나갔던 거냐'는 식으로 말하더라"며 "자식 때문에 가슴을 쥐어뜯으며 참았지만 학부모들조차 그렇게 생각한다는 사실에 두 번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대학 축구부 선수였던 아들을 둔 최모(60)씨는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감독과 코치에게 잘 부탁한다며 갖다 바친 돈을 모두 합하면 서울 한복판에 집 한 채 샀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아들의 감독과 코치에게 매달 10만~30만원씩 입금했던 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 감독이 돈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고 했다. 그는 "'휴가를 가는데 얼마가 부족하다, 비행기 표가 너무 비싸서 미국에는 못 갈 것 같다, 이번 여름에는 에어컨을 하나 사려고 한다' 처럼 핑계도 가지가지"라며 "학부모들이 알아서 휴가비에 비행기표 값에 에어컨 비용까지 모아서 건네는 식"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바보도 아니고 감독에게 수백만, 수천만원을 왜 바치겠느냐"며 "감독이 눈썹 한 번만 찡그려도 나비효과처럼 다음 경기 출전 선수목록에서 내 새끼 이름이 빠져 있는데 돈 몇 푼 아끼자고 자식 미래를 망가뜨릴 순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스포츠 후진국이라는 방증

2009년 대한체육회에 스포츠 인권센터가 만들어졌고 지난 2014년엔 악습을 뿌리 뽑겠다며 '스포츠4대악 신고센터'까지 마련됐지만 스포츠계 갑질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 8일엔 전북 한 대학 축구부 감독이 학부모들로부터 월급과 판공비 명목으로 3500만원을 받아 챙겼고 지난 5월엔 학부모들로부터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시켜 주겠다"며 6000만원을 받은 대학 축구부 감독이 붙잡혔다. 관리자인 감독과 관리하에 있는 선수가 특수한 관계이지만 경찰청에선 '스포츠 갑질'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 감독이나 운동선수들이 관여된 폭행, 폭언, 횡령 등 사건이 한 해 몇 건이나 발생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가 그럴싸한 방지책을 마련해주지 못하면 선수와 학부모가 나서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한 스포츠계 관계자는 "최근 중학교나 고등학교 운동부에서는 감독이 폭행·폭언을 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며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녹음을 하거나 폭행 장면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 대응도 적극적이다. 아들이 서울 한 중학교 축구선수로 뛰고 있다는 김모(39)씨는 "아들에게 폭행을 당했거나 욕을 들었는지 매일 물어본다"며 "코치가 워낙 무서운 분이라고 해서 혹시 아이들을 때릴까 봐 학부모들끼리 상의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학교에서 보호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나섰다"고 했다.

스포츠계 관계자들은 "한순간에 바뀔 수 없지 않겠느냐"며 "법 집행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체육시민연대 이경렬 팀장은 "운동선수 자녀를 두면 폭행이나 폭언 등은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가 스포츠 후진국이라는 방증"이라며 "지도자들의 도덕성을 검증할 실질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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