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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남자반찬은 고기, 여자반찬은 고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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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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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한테 한바탕 퍼붓고도 분이 풀리지않아 시댁 욕 좀 하려고 글 씁니다ㅜㅜ
흥분해서 쓰니 글이 엉망일거에요.양해부탁드려요.

이번 설이 결혼하고 처음 맞는 명절이었어요.

남편이랑 5년 넘게 연애했고 대학 CC로 만났습니다.

저는 전라도(정확한 지역은 안밝힐게요 누가 알아볼까봐요)에서 서울로 대학진학했고 남편은 경상도에서 대학진학한 케이스 입니다.

남편은 군 제대후 복학생이었는데
아는 선배따라 제가 있던 동아리방에 구경왔다가 저를보고서 연락처 묻고 알고지내다 고백받고 사귀게 되었습니다.

오랜 연애기간동안 남편부모님 뵌 적 없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저를 반대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이유는 전라도사람이라서...휴..

그 사실을 알고나서 헤어짐을 고했고 죽자살자 매달리는 남편에 못이겨 다시 만났었는데 다시 만나는 조건이 앞으로 한번만이라도 지역적인 문제로

망언을 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바로 헤어질테니 조심하라 했었어요.

다행인지뭔지 그 이후로 결혼한 지금까지 지역적인 얘기는 안꺼내셨었는데 이번설에 일이 터졌네요.

남편 일가친척이 다 경상남도에 고루고루 분포해 계세요. 부산,창원,김해,거제도까지...

명절이면 큰아버님댁으로 모두 모인다길래
저희도 시부모님과 함께 큰아버님 댁으로 갔어요.

결혼식 이후로 처음뵙는 분들이라 어렵기도하고 분위기 파악하느라 정신없는데 큰어머니,작은어머니들께서 너무 따뜻하게 잘대해주셔서 기분좋게 밥차렸어요.

밥시간이 되어서 밥을 차리는데 큰상이 3개나 펴지길래 반찬 고루고루 배치하고 수저도 다 놓고 이쁘게 차렸어요. 일손이 많아서 배분해서 하다보니 일은 그리 힘들지 않았어요..

밥이 다 차려지고 밥먹자길래 어른들 먼저 앉으시면 저도 남편 옆에 앉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큰어머니께서 식사하세요~라고 말씀하시니 방에서 뒹굴거리던 남자들이 우루루 나와서 큰상 3개에 나눠앉아 밥을 먹더라고요.

순간 응?이건뭐지 여자들은 어디앉는거지? 생각하는데
큰어머니가 작은상을 펴시더니 여자들도 밥먹자 이러시는거에요. 남자들 밥먹기 시작하니 그제서야 여자들 밥상을 차리는 거에요..

근데 시댁 큰집이 남자랑 여자가 성비가 비슷해요. 오히려 여자가 더 많은데 작은상에 아이까지 거의 15명이나 되는 인원이 어찌 먹겠어요.
이 상황은 뭔가 싶어서 멀뚱히 서있었는데 저빼고 다른분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밥그릇도 아닌 대접?같은곳에 밥을 각자 푸시고 밥 위에 나물반찬을 얹더라구요

그러더니 마트에서 파는 그 빨간색에 네모난 고추장 통을 작은상위에 올리네요.

네.. 비벼먹으래요..

아니 진짜...너무 황당한 장면이라 순간 벙쪄서 남편을 쳐다보니 저는 신경도 안쓰고 불고기를 입에 밀어넣고 있더라고요..

제가 멀뚱하게 서있으니 친척형님께서 저 보고 밥안푸고 뭐하냐길래 제 밥을 푸니 친척형님께서 너무 해맑은 얼굴로 동서는 무슨나물 좋아해?

내가 얹어줄께 이러시면서 너무나도 친절하게 챙겨주시더라구요.. 친절하셔서 뭔가 더 슬픔..

그 작은상에 고추장통 올려놓고 어머니들은 상위에 대접그릇 올려놓고 비벼드시고 나머지 며느리들(저를 포함한
친척형님,동서들)은 이중으로 둘러 앉아 밥그릇 들고 먹었네요.. 밥도 편히 못먹었어요 남자들이 고기 더 가져와라 물가져와라 어찌나 시켜대는지..

그리고 불고기가 좀 남아있었는데 큰어머니께서 남자들에게 더 먹을건지 물어보시고 안먹는다하니 여자상으로 가져오셨어요. 며느리들 먹으라구요..

남자들 다 퍼주고 국물이 반 이상인 불고기 잔해들을 닥닥 긁어서 퍼주셨는데 고기양이 너무 적다보니 형님들이나 동서들이나 눈치보며 서로 못먹고 있었거든요..

근데 갑자기 시어머니께서 그 고기그릇을 들고 일어서더니 남편이 먹고있던 상으로 갖다놓으시는 거에요ㅡㅡ
저 정말 여기서 너무 기분나쁘고 서러웠거든요
며느리가 먹는게 아까운건지 뭔지 그 고기 몇점마저 아들먹이겠다고..

그래도 아 이 밥먹고 설거지만하면 친정가니까 참자싶어서 밥먹고 설거지하고 남자들 과일까지 내가니 11시.. 이제 친정가야해서 방에서 짐싸는데

시어머니 갑자기 오시더니 점심차리래요ㅋㅋㅋ

아 처음부터 잡히면 안되겠다 싶어서
어머니 저 친정가야죠 지금 출발해도 늦어요~ 이리말하니 어머니께서 기가 차셨는지 콧바람을 컥?킁?하시더니 나가시더라구요..?

그러더니 갑자기 큰아버님께서 방으로 오시더라구요.. 저희 시어머니는 큰아버님 뒤에 서계심.. 뭔가 군기같은걸 잡으러 오신듯한 분위기였어요


큰아버님께서 질부 얘기좀하지 이러시길래 말씀하시라하니 일장연설을 시작하시더라고요, 정확히는 아니지만
대충 요약해서 결론만 쓰자면 "여태 우리집안에서 며느리가 명절당일에 친정가는 일은 없었다" 였어요.

그래서 전 "아.. 그러셨구나 (옆에 형님,동서들을보며) 왜 친정안가세요? 지금 출발해야 차 안밀리는데.. 전 친정이 멀어서 지금 출발해야해요 큰아버님~" 이리 대답하니

큰아버님이 기가차신 표정으로 허..참~~이러시더니 나가시더라고요. 시어머니는 무표정으로 계속 저 쳐다보셨는데 그냥 짐 쌌어요.

짐 싸고나서 다른방에서 자고있던 남편을 깨우니 시어머니께서 애 더 재우고 출발하라고 하시는데 남편이 벌써 시간이 이리 됐냐며 얼른 가자고해서 나왔어요..

나가기전에 어른들께 인사하는데 큰아버님이 인사받으시더니 "이래서 전라도 여자들은 며느리 삼으면 안돼.."이러시는거에요..

그 얘기듣고 울컥해서 눈물이 나오려는데 큰형님께서 동서 얼른가라며 제 등떠밀듯이 현관까지 배웅해주셔서 나왔어요..

시어머니는 계속 무표정으로 인사도 안받으시고 시아버지는 조심히 가라며 배웅해주시더라고요

엘베타고 내려오는데 눈물이 막 쏟아지는 거에요.
남편은 놀래서 왜그러냐고 안절부절..

친정으로 이동하는 내내 남편한테 미친듯이 퍼부었어요. 밥먹는것부터 반찬얘기, 어머님이 고기 가져가신거, 큰아버님이 전라도며느리라고 뭐라하신것 등등..

남편은 몰랐대요...

그래서 내가 눈뒀다 뭐하냐고 아내가 밥그릇들고 주방에 쭈구려 앉아 눈칫밥 먹는동안 넌 불고기가 입으로 들어가냐고 퍼부어 댔더니

남편이 한다는말이 상이 작은건 알았지만 여자들도 남자랑 똑같은 반찬으로 먹는 줄 알았대요..

그러면서 자기집이 원래 좀 가부장적이라고 근데 자긴 안그러니까 명절만 좀 참아달라고 자기가 더 잘하겠다고 계속 달래주는데도 이 분이 안풀려요

그리고 전라도며느리 얻으면 안된다는 말은 자기가 생각했을때도 큰아버님이 실언하신거고 다음에 또 그러면 자기가 뒤집어줄테니 이번만 이해해 달라네요..

제 남편은 진짜 가정적이에요. 맞벌이인데 제가 야근이 잦은 직종이라 늦는 경우가 많은데 자기가 먼저 퇴근하면 집안살림 다 해놓고 주말엔 아침 차려놓고 저 깨우고..

친정에도 아들처럼 정말 살갑게 잘해요.
이런 남편이라 저도 시댁에 더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번 명절이후로 시어머니께 너무 실망했고 명절때마다 큰집가야 된다는 생각하니 답답하네요.


남편은 아직도 제 기분풀어준다고 노력중이고 혹시라도 계속 화가나면 그냥 자기를 발로 차라며 자기때문에 이런일을 겪게 했으니 미안하다고 계속 그래요..

시어머니는 전화하니 목소리 냉랭하시고 시아버님은 사돈댁에 늦게 도착하게되어 어쩌냐며 걱정해주시더라고요..

낮에 형님(남편누나) 전화 오길래 받았었는데.. 얘기 들었다며 자기 친척들이 원래 좀 진상이라고.. 올케가 이해해~ 울엄마 성격알잖아 내가 뭐라했어 기분풀어~

 이러시면서 걱정되서 전화했다고..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어찌 이런 형님과 남편이 나왔는지 신기할정도에요..

앞으로 계속 명절마다 이럴텐데 걱정이에요
그럴때마다 남편을 잡을수도 없고..
저희같은 시댁 또 있을까요? ㅜㅜ

EetlS


우리도그럼.. 남동생은 애기때부터그냥 남자들이랑 할머니들 오빠있는 밥상에서 먹고
나랑 사촌여동생들이나 엄마같이 집의 며느리되시는분들은 1인용식탁에서 나물위주로 둘러앉아먹었네
문제는 내가 이글읽기전에도 그냥좁앗다 이거밖에모르고잇엇음
어쩌다가
큰상에 자리많길래 앉으려고가면 엄마랑 같이먹어야지하셔서
그냥 큰상에사람많으니까 작은상에 어쩔수없이먹는구나 이렇게 생각햇는데 ..
그냥당연하게생각하게햇다는게 소름
근데 우린 할머니는 큰상에서드심
며느리랑 손녀들은 가족으로생각안하는듯    



안녕하세요 경상도에서 나고자란 여자입니다... 지금 저 글 읽으면서 소름돋았네요...

 어릴 때 풍경 생각해보면 여자들은 작은 상에서 고추장에 나물 넣고 "나물이 맛있어" 라고 하면서 막 비벼 드셨어요.

전 뭣도 모르고 "난 저거 싫은데" 하면서 고기 반찬 먹으면서 어른이 되면 나물이 맛있나보다... 이렇게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

경상도 문화가 정말 가부장적인 구석이 많아요. 그리고 몇 년 전에 정말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는데 알고보니

집안의 큰며느리이신 큰어머니는 몇십년 간 명절에 친정에 간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오랜만에 친정 식구들 만나러 간다고 하시는 이야기를 듣고 진짜 놀란 적이 있어요. 님 ㅠㅠ 힘내세요 ㅠㅠ

전 미국으로 도망왔습니다 그리고 이글 자작 아닙니다.. 정말 작은상에서 나물 비빔밥 먹어요...          



명절만 참아 이런거 다 개소리임. 누구 하나가 상 엎을듯 지랄하면 절대 저렇게 못함. 그 과정이 귀찮고 번잡스러우니까 너만 참고 너만 이해하라는거임.

본인 아니니 말이 쉽게 나오짘ㅋㅋㅋㅋ 울집도 저랬는데 울언니가 진심 미친년처럼 지랄발광한 이후로 같이 밥 먹음.

음식까지야 같이 시키는 게 어려워도 밥 처먹는 걸로 차별하는 게 말이나 되냐며 진짜 쌍욕만 안나왔지 이놈의 족보 없는 집구석하면서

어느 양반집안이 마님을 종년처럼 부려먹고 먹는 것도 개밥 먹이냐며 난리 피우니까 큰아빠 혀 차고, 아빠 얼굴 시뻘개져서 화내고, 엄마도 말리고

전쟁통 같았지만 언니 눈치 보여서 그 다음부턴 먹는 건 같이 먹음. 여자어른들 언니 보고 기 세다 하셨지만 은근 좋아하는거 다 티남.

혼자 하면 어렵고 옆에서 같이 동조해주면 쉬운데, 이 경우는 전라도며느리님이 하시몀 욕만 얻어먹고 안되니 남편 시키세요.

아내 불러다가 옆에 앉히든 반찬 들어다가 옮겨주든. 뭔 개놈의 집안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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