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텅빈 채 달리는 인천공항행 KTX…애물단지 전락
중앙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7-04-24 11:07 최종수정 2017-04-24 15:36
2014년 지방승객 위해 운행 시작..공항행 하루 11편 KTX운행 위해 선로,터널 고치느라 2000억원 투입 긴 배차간격에 비싼 요금, 시간도 더 걸려 외면 680명 타는 열차 한편성에 승객은 겨우 100명 뿐 공항철도, KTX에 선로빌려주느라 열차 못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광명시의 KTX 광명역에서 인천공항행 고속열차(KTX)를 탔다. 목포에서 출발해 용산역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열차로 광명역에서는 빈자리가 열에 한두자리 뿐일 정도로 좌석이 거의 꽉 찼다. 인천공항행 KTX는 지방에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의 편의를 위한다는 취지로 2014년 6월 30일 운행을 시작했다. 경부선, 호남선, 전라선, 경전선 KTX의 일부를 인천공항까지 연장 운행하는 방식이었다. 현재 하루에 편도 기준으로 인천공항행 11편, 지방행 11편씩이 운행 중이다. 승객 김정석(35) 씨는 “해외로 떠날 때는 짐이 많은데 열차를 갈아탈 필요없이 바로 인천공항까지 갈수 있어 편리하다”면서도 “하지만 목포에서 인천까지 가는 열차가 하루 두 편뿐이어서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싼 요금도 불만사항이다. 인천공항행 KTX는 서울역~인천공항까지 요금으로 1만2300원~1만 2400원 가량을 받는다. 부산에서 서울역까지 일반석 성인 요금이 5만9800원인데, 부산에서 인천공항까지는 7만2100원을 내야하는 것이다. 천안아산역에서 인천공항까지 갈 때는 서울역에 내릴 때보다 1만2400원을 더 내야 한다. 같은 구간(서울역~인천공항)을 운행하는 공항철도의 경우 직통열차가 8000원, 일반열차는 4150원이다. 게다가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소요시간은 57분으로 공항철도의 직통열차(43분)보다 오히려 12분이나 더 걸린다. 12개 역을 모두 서는 일반열차보다는 겨우 1분 빠른 정도다. KTX가 고속으로 다닐 수 있는 직선 구간이 짧고, 서울역에서 5분 가령 정차해 있다 출발하는데다 검암역에서도 한 번 서기 때문이다. 2014년 처음 운행했을 당시 하루 이용객 1700명과 비교했을 때도 별로 늘지 않은 수치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행 KTX는 운영사인 코레일이나, 코레일에 선로를 빌려주고 있는 공항철도 모두에게 '계륵'같은 존재가 됐다. 익명을 요구한 코레일 관계자는 “인천공항에 한번 들어갔다 나올 시간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KTX를 한편 더 운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금요일이나 주말 등 KTX가 만석이 되는 경우에는 텅 빈 채로 다니는 인천공항행 KTX가 더욱 아쉽다”고 토로했다. 공항철도 관계자도 “요즘에는 공항철도 이용객이 늘어 현재 12분인 배차간격을 더 좁힐 수도 있는데 KTX때문에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철도는 인천공행행 KTX때문에 하루 운행회수가 423회에서 362회로 61회나 줄었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하루 30회가 추가로 감축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 올 연말 KTX 광명역에 공항터미널이 생기면 인천공항행 KTX 이용객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광명역 공항터미널은 지방에서 인천공항을 편리하게 갈 수 있게 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시설이다. 지방에서 KTX를 타고 광명역까지 온 후 공항터미널에서 출국수속을 하고 짐을 부치고는 직통버스를 이용해 인천공항까지 가는 방식이다. 광명역에서 인천공항까지는 버스로 40여 분이면 도착한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행 KTX의 운행 지속여부에 대해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이주연 부연구위원은 “해당 열차가 지방의 공항 이용객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순기능은 있지만 이용객이 별로 늘지 않고 있고 광명역 공항터미널이 새로 생기는 등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해당 노선에 대해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주종완 철도운영과장은 “인천공항행 KTX이용객 추이 등을 면밀하게 살펴본 후 전반적인 개선책을 곧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인천공항행 KTX는 홍순만 현 코레일 사장이 2010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교통정책실장 당시 추진한 사업이다. 당시에도 지방 공항이용객 편의라는 효용에 비해 비용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많아 논란이 일었지만 계획을 밀어부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KTX 투입을 위해 선로를 늘리고 신호시스템을 새로 구축하고 터널 보수 공사를 하는데만 2000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됐다. 또 광명역 공항터미널도 홍순만 사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여서 일부에서는 "제살 깎아 먹기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